암호화폐 채굴, 환경 파괴와 이상 기후의 주범 중 하나

2021-11-1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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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비교적 신기술로, 그 가치와 미래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끊임없는 논의가 있다는 건, 누구도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암호화폐와 관련하여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긴 하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암호화폐가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끝이 없다. 중앙의 통제를 받느냐 마느냐의 가치 역시 결론 없이 이야기되고 있다. 그런데 어지간해서는 이야기 되지 않는 암호화폐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암호화폐 채굴이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모한다는 것이다.


[이미지 = utoimage]

비트코인을 비롯해 다양한 암호화폐를 추적하고 조사하는 웹사이트인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에 의하면 전 세계 에너지의 0.5%가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된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에너지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금 추세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체금융센터(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 CCAF)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은 연간 118.79TWh라고 한다. 이는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핀란드, 뉴질랜드 같은 국가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총 에너지량보다 많은 것이다.

암호화폐 채굴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진짜 문제는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대부분 이상 기후를 야기하는 화석 연료라는 것이다. 실제 많은 화석 연료 기반 발전소들이 암호화폐 채굴에 발을 맞추기 위해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문을 닫았던 발전소들마저 다시 문을 열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하와이대학의 데이터분석학 교수 카밀리오 모라(Camilio Mora)는 “암호화폐 채굴 행위가 생성하는 탄소 발자국은 이미 거대하며, 계속해서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직접적인 환경 문제의 요인이 됩니다.”

암호화폐 채굴의 원리는 어떤 코인을 채굴하든 동일하다. 컴퓨터를 사용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푼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상에서 문제 하나를 풀 때마다 디지털 코인이 생긴다. 이 때 사용자들에게는 특수한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주로 ASIC이나 GPU, 클라우드 채굴 프레임워크를 포함하고 있는 프로세서들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사무용 데스크톱보다 훨씬 강력한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뜻이고, 이런 컴퓨터들은 많은 양의 전기를 소비한다.

휴스턴대학의 교수인 크리스 브롱크(Chris Bronk)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채굴 체제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강력한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을수록 코인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너도나도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컴퓨터를 수도 없이 가동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CAF는 “비트코인 하나 생성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는 15만 kWh”라고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을 기준으로 170 가정이 한 달 동안 쓸 양이다.

암호화폐 채굴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은 에너지 소모량이 엄청난 강력한 컴퓨터들을 수십~수백 대씩 마련해서 채굴한다. 그런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모라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트코인 때문에 생기는 온실가스만으로도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을 섭씨 2도 올리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 암호화폐 채굴이 이상 기후를 야기하는 주요한 활동 중 하나라는 것이다.

디지코노미스트의 창립자인 알렉스 드 브리스(Alex de Vries) 역시 암호화폐 채굴 때문에 기후 변화를 되돌리기 위해 하고 있는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느낌’에 의한 발언이 아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원들도 조사를 통해 “현재 암호화폐 채굴은 석탄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현재 암호화폐 채굴에 들어가는 에너지 48%가 석탄에서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뉴욕에 있는 한 투자 회사는 2017년 문을 닫았던 석탄 발전 시설을 천연가스 시설로 바꿔서 다시 문을 열었다. 그 지역 전기가 모자란 상황이었냐 하면 전혀 아니었다. 확인해 보니 그 시설은 지역 에너지 공급 발전소가 아니라 대규모 암호화폐 채굴 시설로서 활용되고 있었다. 심지어 근처 강물을 써서 컴퓨터의 과열을 막는데, 때문에 계속해서 따듯한 물이 방출되고 있기도 하다.

또 생각해봐야 할 건 채굴에 사용되는 컴퓨터들을 생산하고 운송, 유통하는 데에도 화석 연료가 적잖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희토류도 계속해서 파내야 하고, 전자 장비의 소비 주기도 빨라지기 때문에 이른바 e-폐기물의 양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를 한 번 할 때마다 아이폰 한 대가 처분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브롱크는 “게다가 아직 암호화폐가 사회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도 지적한다. “암호화폐 채굴은 정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따라서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가지고 삶의 질이 유의미하게 윤택해진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지요. 암호화폐 덕분에 일자리 수가 유의미하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큰 보탬이 되지도 않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채굴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원래는 중국이었으나 2021년 9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시키면서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모라 교수는 “후진국과 개발도상국들에도 암호화폐 채굴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환경과 관련된 공공 규정이나 사회적 목표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죠. 탄소 중립이나 기후 협약 같은 제약 사항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마음껏 채굴만 하면 되는 곳들입니다.”

그래서 암호화폐 산업은 ‘그린 채굴 기법’을 대대적으로 개발 및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풍력 발전이나 태양광 발전, 수력 발전과 같은 재생산 가능한 에너지들로도 채굴이 충분히 잘 되는 컴퓨터 장비들을 개발하려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고급 배터리 기술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의 획기적인 발전은 아직 없는 상태다.

암호화폐 산업이 금세 새로운 통화로 자리를 잡지는 못하겠지만, 금세 사라지지 않을 것 또한 분명하다. 모라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 채굴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환경적 부담을 보다 명확히 이해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암호화폐 채굴자들 역시 ‘그린’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만, 세부 계획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환경 문제가 일종의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사회 전체가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3줄 요약
1. 암호화폐 채굴 행위, 아직까지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음.
2. 암호화폐 채굴만으로도 전 지구 온도를 섭씨 2도 높일 수 있음.
3. 통화의 가치로서가 아니라 환경 친화적 측면에서 암호화폐를 바라봐야 할 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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