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힘든 장비를 사용하는 등 비현실적인 시나리오 아냐...도청 거리도 유연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의 보안 연구원들이 도청 및 감청에 사용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흔한 전구에서 나타나는 주파수 특성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실험을 통해서 실제 작동 가능한 방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지 = utoimage]
이 기술을 연구원들은 램폰(Lamphone)이라고 부르고 있다. 새로운 부채널 공격 기법으로, 전구의 표면에 가해지는 기압의 변화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보고서를 통해 연구원들은 “표면의 기압차를 원격 전기광학 분석 센서로 분석하면 말과 노래 소리를 실시간으로 복원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센서를 통해 채집한 자료를 복원하는 데 필요한 알고리즘은 연구원들이 만들었다.
이들은 실제 상황을 연출해 도청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방에 전구를 달아놓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얘기를 하거나 노래를 하도록 한 뒤, 25미터 밖에 있는 다리 위에서 램폰 기술을 이용해 말 소리과 노래 소리 모두를 성공적으로 복원했다. 이 때 인간의 음성을 복원하는 데에는 구글 클라우드 스피치 API(Google Cloud Speech API)가, 노래를 복원하는 데에는 샤잠(Shazam)과 사운드하운드(SoundHound)가 활용됐다.
전구가 매달렸던 곳은 건물 3층에 있던 사무실이었다. 여기에는 12와트짜리 E27 LED 전구가 달려 있었고 방 전체에 커튼을 쳐서 불빛이 밖으로 최대한 새나가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25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다리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 전기광학 분석 센서를 위치시켰다(Thorlabs PDA100A2). 빛을 전압으로 변환시켜주는 장비다. 망원경을 전구에 맞추고, 센서를 망원경과 연결시켰다.
“16비트 ADC NI-9223 카드가 장착된 전기광학 분석 센서로 전압 값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값은 랩뷰(LabVIEW)라는 스크립트를 통해 처리되었고요. 스크립트는 연구실에서 미리 작성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3층 사무실 안에서 나는 소리는, 25미터 밖 다리 위에서는 하나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실험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연구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무실에서 재생된 노래 두 곡과 사람이 발화한 문장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광학 센서가 출력하는 정보는 굉장히 낮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활용해 소리를 복원한 것이기 때문에 이 ‘램폰’ 도청 기술은 실제 상황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연구원들은 주장했다.
“이전까지는 장비를 침해한다거나, 공격 대상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다거나, 일반인들이라면 구하기가 불가능했던 장비를 사용하는 식으로 각종 도청 기법들이 개발되었습니다. 즉 연구실용, 논문용 도청 기술들이 많이 나온 것이죠. 램폰은 실제 활용이 가능하며, 스크립트만 작성한다면 누구나 금방 응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스크립트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한 실험 목적상 25m 거리에서 소리를 복원했지만 더 좋은 망원경과 센서를 사용한다면 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것도 램폰 기술의 장점이라고 연구원들은 밝혔다. “이 때문에 공격의 의지가 확고한 자라면 더 높은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3줄 요약
1. 실내의 소리에 따라 전구 표면에 가해지는 기압이 변하는데,
2. 이 정보를 수집한 후 전압으로 변환시킬 수 있음.
3. 전압으로 변환한 정보를 가지고 소리를 복원하는 것도 가능.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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