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 수상? 솔직히 생각했지만... 쇼케이스는 예상 못 해”
[보안뉴스 양원모 기자]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 비영리단체 (ISC)²가 주최하는 제13회 ‘연례 아시아-태평양 정보보안 리더십 공로 프로그램(ISLA)’에서 한국이 총 13명의 수상자 가운데 4명을 배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중국(2명), 일본(3명)을 뛰어넘고 아-태 지역 최다 수상국이 된 것이다.
이번 시상식은 △정보보안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 △선임 정보보안 전문가 △정보보안 실무자 △교육 총 4개 부문에서 후보 평가가 진행됐다. 한국은 정보보안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이동범 지니언스 CEO), 선임 정보보안 전문가(이동근 한국인터넷진흥원 침해사고분석단장, 박상우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본부장), 정보보안 실무자(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이사) 부문에서 모두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교육 부문은 아예 수상자가 없었다. 시상식은 오는 7월 10일 홍콩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다.
이동범 지니언스 CEO는 생애 첫 ISLA 수상이면서 ISLA 최고상인 쇼케이스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쇼케이스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웃었다. 현재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 CEO는 2005년 지니언스를 설립한 뒤 국내 네트워크 보안 시장을 선도해 왔다. 2016년 국무총리 표창, 2018 시큐리티어워드코리아 네트워크 접근제어(NAC)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경기 안양시 지니언스 본사에서 이 CEO를 만나 수상 소감을 들어봤다.
▲이동범 지니언스 CEO[사진=보안뉴스]
수상을 기대했나 수상까진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쇼케이스는 예상 못 했다. 사실 수상 소식을 듣기 전까지 ISLA가 뭔지 잘 몰랐다. 알아보니 굉장히 권위 있는 상이더라. 어떻게 잘 봐주신 것 같다.
‘NAC 개발 선도’와 ‘코리아 시큐리티 스타트업 포럼’을 통해 국내 보안산업 발전에 힘쓴 점이 인정됐다 회사 대표라면 성과를 떠나 누구든 자기 분야에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첫 번째(NAC 개발 선도)보다 두 번째 성과인 ‘코리아 시큐리티 스타트업 포럼’을 주최 측에서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다.
포럼은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우리나라에 보안기업이 굉장히 많다. 새로운 기업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국내 마켓 사이즈는 그렇게 크지 않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실적을 내는 것이고, 둘째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꾸준히 발굴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안) 산업계는 규모가 고착돼 있다. 플레이어(기업)들도 고착화 경향을 보인다. 신규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성장할 토대가 부족한 상황이다. 사이버 보안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기존 업체도 잘 나가고, 신규 스타트업도 잘 나간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력도 유지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이를 깨려면) 새로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이뤄지고, M&A도 활발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토대를 만들고자 포럼을 시작했다.
운영 방식이 궁금하다 주기적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자들에게 피칭(투자발표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스타트업들한테 가장 중요한 건 ‘펀딩’이다. 현재 정부가 많은 스타트업 지원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좀 더 다양하면서 체계화·전문화된 스타트업들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포럼의 최종 목표는 엑셀러레이터(창업 초기 기업이 빨리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자금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단체)가 되는 것이다. 펀드를 운영하며 보안 산업을 잘 아는 사람이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단계까지 발전해야 제대로 된 포럼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지난 6월 11일 말레이시아에서 파트너 서밋을 개최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행사를 개최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해외 진출 및 성공은 국내 업체의 숙명이다. 말레이시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게 돼 뿌듯하면서도 걱정이 많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감이 잘 오지 않아서다. 기존에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넘어간 거 같다. 하지만 얼마나 더 가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고민이다.
해외 진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국내 보안업체는 밖(해외)에서만 돈을 쓴다.” 이런 평을 내놓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자기가 벌어서 해외 시장에 도전하는 건데, 무조건 폄하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박수도 쳐주고, 응원도 해줘야 힘을 낸다. 그래야 (해외 진출의) 길도 뚫릴 수 있다. 여태까지 많은 업체가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자가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자조적으로 비평하는 건 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서로 격려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격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향후 목표는 지니언스가 해외에서 제대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보안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내 사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알리는 게 목표에 도달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단기적으론 해외에서 라이센스 수익으로만 순수하게 100억을 벌어들이는 게 목표다. 사실 10년, 20년 장기적 목표를 잡기엔 (내가) 너무 늙었다(웃음).
[양원모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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