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사 기관의 추적 기능 역시 강화돼...스마트폰은 강력한 힌트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테러리스트의 무기에는 폭탄과 총 말고도, 스마트폰이 있다. 꽤나 강력한 무기가 되어가고 있는 이 스마트폰이, 그러나 테러리스트의 위치를 알려주기도 해서 최근 양날의 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미지 = iclickart]
3년 전인 2015년 11월 15일, 파리에서는 대대적인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22시 무렵 바타클랑(Bataclan)이라는 극장에서 초기를 난사한 이 공격은 전화기 없이는 조직과 실행이 불가능한 규모의 공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파리 시내와 생드니 등 6개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광활한 지역에서 동시 공격을 실시할 수 있게 해준 건 전화기의 힘이었다.
실제로 테러리스트들은 바타클랑에 들어가기 직전 벨기에에 있는 동료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이제 들어간다. 곧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다. 스마트폰 덕분에 테러리스트들의 테러 행위는 물론 공조의 범위가 상상 이상으로 넓어진 것이다.
파리 테러 사태 훨씬 전에도 징조가 있었다. 프랑스의 한 테러리스트 전문 요원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03년, 이라크에서 미군 트럭을 노리는 테러리스트들이 길목에 폭탄을 설치해놓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폭파시킨 적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의 나쁜 활용은 꽤나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던 것이다.
오늘 날에도 이런 트렌드는 계속된다. 암호화된 메시지 앱인 텔레그램(Telegram), 와이어(Wire), 왓츠앱(WhatApp)은 현재 온갖 테러리스트들의 음모와 사이버 범죄자들의 시장터가 되어가고 있다. 다크웹이 이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IS는 전쟁터에서 추적과 탐지를 피해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선택 및 사용법에 대한 온라인 튜토리얼을 여러 가지 언어로 제작해 전파한 바 있다. 컴퓨터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더 높은 개발도상국에서 대원을 모집할 때는, 그에 맞는 다른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보안 업체 시만텍(Symantec)의 수석 보안 전략가인 로렌트 헤슬롤트(Laurent Heslault)는 “전화기가 더 이상 전화기가 아니라 컴퓨터다”라고 말한다. “10년 전 우리가 책상에 두고 썼던 컴퓨터들보다 지금 어지간한 사람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스마트폰이 훨씬 강력합니다. 컴퓨팅 파워, 메모리, 연결성 등 모든 면에서 압도하죠.”
테러리스트들이 이러한 스마트폰을 가장 활발히 활용하는 곳은 ‘신병 모집’에서다. 스마트폰의 강력한 ‘통신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테러리스트 전문 요원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은 선전 효과를 극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30년 전에는 테러리스트들끼리 비디오 테이프를 교환했죠. 그 다음은 CD였고요. 현재는 온라인에 간편하게 선전물을 올립니다. 그러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선전물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서 유튜브 같은 곳에 올리고 나서,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한 짓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끝입니다. 비디오 레코더를 들고 다니던 것보다 훨씬 간단해졌죠. 심지어 스마트폰을 가지고 각종 정찰 작전을 실시할 수도 있고요.”
스마트폰이 점점 테러리스트들에게 뗄 수 없는 장치가 되어가고 있는데, 최근 들어 믿던 스마트폰에 발등을 찍히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먼저는 첩보 기관의 요원들 역시 스마트폰에 점점 능숙해졌다는 게 크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용의자를 식별하고 찾아내며 심지어 감시하는 것까지 가능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발견해 저장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는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 고객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실제로 보호하는 바람에 이득을 보는 고객은 테러리스트와 사이버 범죄자인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지탄을 받아야 했다.
이 딜레마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건 FBI와 애플 사이에 벌어졌던 법적 공방이다. 14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테러리스트의 아이폰을 열어달라는 FBI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그럴 수 없다는 애플이 부딪힌 사건으로, FBI는 다른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폰 해킹에 성공한 뒤 고소를 취하했다.
프랑스 군은 2013년 말리 일부를 차지한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했다. 제일 먼저는 공중 폭격을 가했는데, 표적은 전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테러리스트들로 의심되는 자들의 스마트폰을 추적함으로써 꽤나 정확하게 폭격 지점을 찾아낼 수 있는 게 오늘 날 대테러 전문반의 능력이다. 위의 전문가는 “테러리스트가 심카드를 자주 바꿔도 한 번 찾아낸 폰은 계속해서 추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경찰들도 스마트폰을 수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범인들을 취조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스마트폰에서 나올 때도 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연루된 공범들까지 잡아내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 누구든 쉽게 표적이 될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당신이 누구든 말이죠.” 한 전문가의 말이다. “그래서 한 동안 스마트폰을 활발히 사용하던 테러리스트 지도자들이 다시 ‘인력’으로 회귀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한다. “테러리스트들의 해킹 공격이 최근 뜸해진 게 사실이죠. 한 동안 사이버 테러전 양상이 한창 유행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요즘은 잠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줄 요약
1. 스마트폰,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날의 검.
2. 강점 : 강력한 통신 도구이므로 선전물 제작과 배포가 용이. 원격 작전 수행 가능 등.
3. 단점 : 스마트폰에 대한 추적 기능 강화되면서 수사 기관의 추작이 용이해짐.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