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위성 시스템, 비행, 선박, 군대에서 고루 사용되고 있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17년 11월 루벤 산타마르타(Ruben Santamarta)는 마드리드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노르웨이항공편이었다. 보안 전문가였던 그는 가만히 앉아 있느니 비행기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점검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랩톱을 열고 와이어샤크(Wireshark)를 시작해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했다.
[이미지 = iclickart]
산타마르타는 곧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자신에게 배당된 내부 IP 주소가, 라우팅이 가능한 공공 주소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누군가 네트워크를 스캐닝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추적을 해보니 비행기의 위성 모뎀 데이터 유닛(MDU)이 노출되어 있었고, 소드피시(Swordfish)라는 백도어가 심겨져 있었다. 가프짓(Gafgyt)이라는 IoT 봇넷이 이 백도어와 연결되어 있기까지 했다.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봇넷은 소드피시와 연결을 유지한 채 새로운 봇을 찾아 스캐닝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다른 위험한 멀웨어에 비행기 내 모뎀 장비들이 감염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행 중인 비행기 내 장비가 외부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오싹했다. “가프짓 봇넷이 봇을 늘리려는 것 말고는 별다른 공격 의도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굉장히 위험한 비행이 될 뻔 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오늘 블랙햇 강연에서 상세하게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사용처가 넓은 위성 통신 시스템에 있는 취약점들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그는 여러 항공사를 이용하며, 비행기를 탈 때마다 위성 시스템과 관련된 보안 조사를 실시했는데, “백도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 프로토콜이 불완전한 경우도 있었으며, 네트워크 설정에 오류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 노르웨이항공, 아이슬란드항공이 그가 사용한 항공사들이었다. 그 외 여러 해양 산업 기관들과 군 부대에도 이런 장비들이 있다고 그는 알렸다.
산타마르타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함께 전했다. “다행인 건 기내 와이파이를 원격의 공격자가 뚫어낸다고 하더라도 비행기의 안전 시스템에는 접근할 수 없다는 겁니다. 네트워크가 잘 분리되어 있고, 구성도 단단하게 되어 있어서 기내 와이파이를 통해서는 공략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와이파이를 통해 승객들의 개인장비를 감염시키는 건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는 연구를 지속했다고 한다. 비행기만이 아니라 위성 통신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 지상 기지들과 선박, 군 기지들도 조사했다. 취약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위성통신 자체를 마비시키거나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고, 통신 내용을 가로채거나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더군요.”
조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미라이 봇넷에 감염된 안테나 통제 유닛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 대형 선박에서였다. 그 선박은 이미 멀웨어에 감염되어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무선 주파 가열 시스템에서도 심각한 취약점을 발견했다. 이 취약점을 익스플로잇 하면 물리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군 부대의 위성 통신 장비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는 게 가능했다. 일부는 현재 국제적으로 민감한 분쟁 지역에 있기도 했다.
산타마르타의 연구 결과는 항공 산업과 위성 장비 산업, 그와 관련된 모든 조직들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항공 산업 ISAC의 책임자이자 비행기 위성 통신 전문가인 제프리 트로이(Jeffrey Troy)는 “산업 내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이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줄 요약
1. 위성 통신 시스템의 취약점, IoT 봇넷으로 실제로 공격당함.
2. 기내 와이파이를 통해서는 안전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으나, 승객 개인장비는 감염시킬 수 있음.
3. 군부대의 경우 민감한 작전 지역 노출할 수도 있고, 무선 주파 가열 시스템은 물리 피해 야기할 수 있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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