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안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깊이 연관되어 있는 영화 5선
[보안뉴스 국제부] 설 연휴를 이용해 못 만난 가족들을 만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동안 미뤄뒀던 문화생활을 만끽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인들의 대표 문화생활이라면 영화가 있다. 하지만 4일이라는 시간이 갑작스럽게 주어질 때, 의외로 영화 선택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평소 로그 데이터만 보고, 보안 소식만 접하던 우리 보안 전문가들, 혹시 무슨 영화를 봐야할지 모르겠다면 다음 25개 영화는 어떨까?
1. 해커가 등장하거나 해킹 행위와 관련된 영화 20
영화는 아무래도 오락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보보안에는 오락요소가 매우 희박하다. 반면 해커는 일반인들에게 있어 귀가 솔깃하게 하는 단어 중 하나다. 영화 제작자들로서는 당연히 보안담당자보다는 해커를 등장시키는 게 더 나은 선택지다. 그러나 좋게 생각하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는가. 해커가 등장하는 영화를 통해 적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알아볼 수 있다면, 아래 영화가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2. 정보보안과 상관없어 보이는 추천 영화 5
위 영화들에 더해 정보보안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정보보안 담당자들을 위한 메시지나 장면들을 담뿍 담고 있는 영화들도 추천한다. 국제부에서 직접 관람을 마친 작품들 중에서만 엄선한 것이니 올 설이 아니더라도 꼽아뒀다가 생각날 때 한 편씩 관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1. 스시 장인 : 지로의 꿈
얼마 전 한국에서 미슐랭 가이드 별점을 받은 음식점들이 공개되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오노 지로도 일찍부터 미슐랭 가이드 별 3개를 받은 초밥 장인이다. <지로의 꿈>은 사실 영화라기보다 이 장인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지로 및 그 아들을 통해 드러나는 성공 비결 때문이다. “저희 요리에는 특별한 비기랄 것이 없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뿐이죠. 하루도 빠짐없이, 흐트러짐 없이 말이죠.”
도심 지하에 조그맣게 마련된 지로의 식당 주방장들은 매일 하던 일을 똑같이 한다. 철마다 다루는 생선이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어도 같은 장소에서 김을 굽고, 같은 식기를 같은 방법으로 닦고, 같은 과정으로 재료를 처리하고, 같은 요리를 가지고 미각을 단련시킨다. 초밥 메뉴가 화려하거나 독특하다기보다,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깊음이 있다고 한다. 매일 똑같은 상대에게 똑같은 주장을 하거나 똑같은 교육을 하고, 똑같은 조직의 똑같은 네트워크를 똑같이 살피는 자신의 일상이 지겹다고 느껴지는 보안담당자들에게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2. 선생님의 일기
한국에서는 흔치 않게 개봉되는 태국 영화로, 오지의 수상학교로 시차를 두고 파견된 두 선생님이 일기장을 통해 서로를 알고 이해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조하게 보자면,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는 교육계 전임자와 후임자의 이야기인데, 오지에서 동료 한 명 없이 다섯 명의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들만의 독특한 어려움과 외로움이 둘을 묶어준다. 주위사람들 아무도 이 둘의 처지를 이해해주지 못하는데, 서로의 일기장만이 이들을 보듬어준다. 둘에게 이 일기장은 보물처럼 되고, 마침내는 서로 만나는 날을 꿈꾸게 된다.
낡은 일기장을 탐독해가며 거기서 난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두 주인공을 볼 때, 보안 담당자들과 로그의 관계를 떠올렸다. 로그가 보안 담당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영화에서 별 거 아닌 일기장에 두 주인공이 빠져들기 시작한 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거나 자기 방법이 틀리지 않았음을 발견한 다음부터다. 로그가 나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 측면을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3. 세계일주 vs. 인터스텔라
세계일주는 한국 저예산 영화로 생각보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반면 인터스텔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다. 예술로서 두 영화를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보안의 관점에서 보면 세계일주가 인터스텔라에게 한 방 먹이는 듯한 느낌이다. 인터스텔라는 SF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사실은 부녀관계를 그린 가족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가 시작되는 건 아빠가 딸을 구한답시고 인류 구조 프로젝트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딸이 평생 고아로 살게 하는 것뿐이다.
세계일주에서도 아빠는 아내를 죽인 뺑소니범을 잡겠다고 하루 종일 사고 현장에 앉아있다. 그런 아빠를 ‘걸어서’ 찾아가는 아이들의 여정을 흥미진진하고 무겁지 않게 그려낸 게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영화 마무리 시점에서 아빠에게 가하는 한 경찰관의 대사 한 마디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아빠, 쿠퍼에게 향하는 듯도 하다. “아동 방조죄가 (영업 방해보다) 더 큰 죄입니다.”
가끔 전문가 칼럼을 읽다보면 “정보보안은 인터넷 전체, 프라이버시라는 개념 자체, 자유라는 시대 이념을 보호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는 식으로 굉장히 큰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있다. 여기에 동의하긴 하지만, 가끔 큰 그림을 그리다 작은 그림을 놓치는 경우가 있을까봐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 두 영화를 보며, 진짜로 내가 보호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은 재충전 방식이 될 것이다.
4. 붉은 거북
프랑스와 지브리 스튜디오가 합작한, 매우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대사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외딴 섬에 떨어진 주인공이 구조를 요청하러 지르는 소리가 다일 뿐이다. 그렇게 이 작품은 한 사람을 섬에 가두고 사람의 일생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사람을 점처럼 작게 그려, 섬과 망망대해는 상대적으로 아득할 정도로 크게 표현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각종 첩보와 경보 등 분석할 데이터에 갇혀 있는 보안담당자들을 보는 듯 했다.
조난에 대한 영화는 기존에도 많았다. 대부분 ‘구조’나 ‘죽음’으로 조난을 해결하는데, 이 작품은 ‘그 자리에서 새로 시작되는 삶’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보안 담당자들을 구조하려 머신 러닝이나 자동화 솔루션 등이 개발되고 있다. 데이터의 망망대해에 갇힌 보안담당자들에게 있어 이런 신기술은 나의 외딴 섬을 찾아온 대형 크루즈일 수도 있고 비행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술들에 어떤 결함이나 부작용이 있을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지금의 삶에서 어쩌면 우린 ‘해결책’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에 만족하지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그 어떤 신기술도 새로운 불평거리 제조기로 전락할 뿐이다.
5. 제리 맥과이어
Show me the money라든가 help me help you와 같은 명대사를 낳은 영화로, 톰 크루즈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영화가 생각난 건 다른 걸 다 떠나 다음 장면 때문이다.
보안 교육, 아무리 해도 우이독경에 마이동풍일 뿐인가? 사실 모든 교육이 다 그렇다. 설득이란 게 원래 그렇다. 톰 크루즈도 이렇게 절실하다. 아무리 말 해도 듣지 않는 일반 직원들에게 그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이 클립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지 싶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국제부 홍나경 기자(hnk726@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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