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1] 막히는 귀향길, 보안에 활용하기

2017-01-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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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는 고속도로 위 차에서 할 일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보안 점검
연휴 때 아니더라도 평소 길 막히는 시내 지나갈 때 사용해도 무방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설 연휴다. 주말이 이틀이라 4일 연휴라고 하기엔 찜찜한 감이 있지만 아무튼 연휴는 연휴다. 물론 누군가는 주말 근무를 해야 할 수도 있고, 휴일이 더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모처럼 고향에 내려가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다. 목요일 밤부터는 귀향길에 오른 사람들이 고속도로를 꽉꽉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차나 기차 안에서 잠깐 짬을 내 해볼 수 있는 보안 점검 사항들을 준비했다.



1. 출발 전에 라우터 끄셨나요?
라우터는 사물인터넷 기기 중 가장 자주 공격을 당하는 핵심 요소다. 며칠 집을 비울 거라면 라우터 꺼놓고 가는 게 안전하다. 게다가 적긴 하지만 전기료도 아낄 수 있고, 합선으로 인한 화재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스 밸브도 잠그고, 보일러도 끄고, 에어컨도 끈 김에 라우터 코드도 뽑고 나올 것. 혹시 이미 고속도로에 진입한 상태에서 라우터 안 끈 생각이 났다면, 별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친한 이웃에게 전화해 대문 비밀번호 알려주면서 라우터 꺼달라고 부탁할 것까진 없다.

2. 보안담당자답게 SNS 사용하기
운전을 하면서 핸드폰 조작을 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차가 막히기 시작하고 속도 계기판이 10에서 왔다 갔다 하기 시작하면 차가 앞뒤로 빼곡하게 늘어선 광경과 자신의 우울한 얼굴을 찍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어진다. 이 때 얼굴 표정이나 한 프레임 안에 담긴 자동차 대수를 중점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당신은 일반 사용자나 다름없다. 우리 집이 빈 상태라는 걸 꽤나 분명히 암시해주는 자료를 굳이 SNS에 노출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가족들도 다 출연시킨다면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이직을 생각해봄이 어떨지.

그래도 난 내 페친들과 소통해야 한다면 ‘추상적’이거나 ‘3인칭 작가시점’을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 보안담당자들 중 이과 출신이 많아서 이런 게 잘 안 되는 분들이 제법 있다. 몇 가지 쉬운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집 창문 바깥인지 고속도로인지 알 수 없도록 하늘만 나오게 찍기, 주차장에 있는지 고속도로에 갇혀있는지 구분 못하게 속도 계기판이 0인 순간에 클로즈업해서 찍기, 최대한 위에서 포착한 각도로 차들만 나오게 찍은 후 ‘지금 상황이 이렇다네’라며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듯 업로드하기, 손바닥으로 렌즈를 가린 후 찍어서 검게 나온 화면에 ‘지금 내 마음’이라고 멘트 달기 등등.

3. 추억은 한통 한통 – 이메일 지우기
차 속도가 정말 거의 나지 않을 때나 운전을 하지 않을 때라면 개인 이메일함을 정리할 때다. 고향집에 어린 조카나 손주들이 올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이메일함 정리가 필수다. 호기심 왕성한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핸드폰 조작을 해보고 싶어 하고 그 와중에 이메일을 잘못 건드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스팸메일함은 반드시 비워서 0으로 만들어 놓고, 받은 메일함에 모아둔 메일들 중 미래 업무에 꼭 필요한 것들만 놔두고 다 지운다. 솔직히 과거 이메일 다시 들어가서 추억에 잠기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은가?

또,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유튜브의 검색 및 시청 히스토리도 삭제하고, 브라우저 쿠키도 삭제하는 것이 좋다. 뒤에 모바일 기기 암호 설정에 대해 다시 말하겠지만, 화근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아예 삭제하는 게 개운하다. 인터넷 임시 파일 폴더도 깨끗하게 비워두도록 하자. 여건이 된다면 공장초기화를 한 번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뭔가 평소 핸드폰 사용에 있어 공개하기 싫은 게 있다면 귀향길에, 가족들 중 누군가 내 핸드폰을 나보다 더 열렬히 환영할 거 같다면 귀경길에 더 잘 어울린다.

4. 밀린 업데이트 하기
자동 업데이트에 대한 의견이 보안 업계에선 분분하다. 사용자가 수동으로 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 자동 옵션을 켜두고 업데이트가 늦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고, 업데이트가 시스템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악성 파일이 업데이트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으니 확인해보고 수동으로 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 중 후자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업데이트 몇 개쯤 밀린 것이 있을 것이다.

밀리는 차 안에서 들으려고 준비해온 음악도 지겨워지고, 핸드폰 화면 보는 것도 멀미가 난다면, 그리고 무한 요금제와 비슷한 걸 사용하고 있다면, 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업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뭔가 주말 미션을 자처해 업무용 에그를 가져오게 되었다면, 게임처럼 용량이 큰 애플리케이션들도 업데이트하기에 좋은 기회다. 이때 화요일에 복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5. 그러고 보니 여긴 밀실이야!
정보보안에 관해 잘 모르거나 어렴풋이만 아는 동승자가 있을 경우, 탈출도 못하는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십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바로 보안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 때 접근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동승자를 교육의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고 평소 정보보안에 대해 알려주고 싶던 것을 쏟아낸다. 2) 회사 내 일반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싶었던 보안교육 커리큘럼을 동승자를 대상으로 시연해본다.

밀실인 관계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계속 해도 상관이 없지만, 이왕이면 재미있게 교육하는 것이 여러 모로 낫다. 해커가 등장하는 영화 및 드라마 얘기를 먼저 꺼내거나, 정보보안 담당자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주는 걸 추천한다. 본지에 정보보안과 관련된 영화, 미드 등을 설 특집으로 기사화할 예정이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6. 고지가 눈앞일 때
오랜 시간 달려온 탓에 엉덩이에 각이 잡혔을 무렵, 슬슬 눈에 익은 지형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수고하셨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 먼저는 자동 와이파이 접속 설정을 비활성화 시키는 걸 추천한다. 통신사의 LTE 망이라고 완벽히 안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동으로 접속되는 공공 와이파이보단 낫다. 솔직히 통신사 데이터마저 꺼놓으면 혹시 카톡을 타고 날아올지도 모르는 업무 지시도 막을 수 있어 1석 2조다.

전화 잠금 해제 패턴이 단순하거나 설정해놓지 않았다면 이를 단 4일 만이라도 어렵게 설정해놓는 게 좋다. 특히, 어린 연령의 조카나 손주들이 많은 집에서는 이게 대단히 중요하다. 기상천외한 아이들의 접근법이 모바일 기기의 어떤 부분을 건들일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아이들이 일찍부터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놀아버릇 하는 것도 교육상 그리 좋지 않다. 아이들도 보호하고 내 소중한 모바일 프라이버시도 보호하기 위해 철저히 잠그자. 급한 일이 없다면 아예 꺼놓고 짐가방 속에 보관해두는 것도 좋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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