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김기배 위즈코리아 대표이사] 2025년 한 해는 한국의 개인정보보호 역사에서 뼈아픈 전환점으로 기록될 듯하다. 통신, 금융, 유통, 플랫폼 등 생활 전반을 구성하는 핵심 산업에서 잇따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피해 대상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쿠팡을 비롯해 통신 3사와 카드사 등 대형 기업들의 보안이 줄줄이 무너지고 개인정보 유출을 인정하면서 2025년은 ‘개인정보 유출의 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출처: gettyimagesbank]
이러한 일련의 사고들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악성코드에 감염됐지만 탐지하지 못했고 둘째, 과거에 발견된 취약점을 방치했다가 다시 공격을 받았거나 셋째, 퇴사 직원의 무단 접근을 허용하는 등 기본적인 보안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상당히 오랫동안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알지 못했다. 특히 무려 3년간 내부 직원이 화면을 촬영하거나 수기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빼돌려 영업에 활용했음에도 공익 제보자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카드사의 사고는 사실상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더욱 충격적이다.
결국 이 모든 사고의 핵심은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기업임에도, 보안 투자를 했음에도, ISMS-P 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보지 못했다. 개인정보에 누가, 언제, 어떻게 접근했는지, 어떤 처리 활동이 이루어졌는지, 이상한 패턴은 없는지를 정확히 감시하고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불완전한 기록에 의한 감시 체계의 근본적 문제
일부 기업들이 사용하는 개인정보 접속기록 생성 방식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네트워크 패킷 미러링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 기록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트래픽이 폭주하는 상황에서는 일부 로그가 누락될 수 있고, 특정 우회 경로를 통한 접근은 제대로 기록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애플리케이션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정보 처리 활동의 맥락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후 감사의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정보 접속 및 처리 활동에 대한 기록은 사고 발생 시 원인 분석과 책임 규명의 가장 중요한 근거다. 그러나 불완전한 기록 시스템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어느 정도 기록하지만, ‘왜 일어났는가?’ 혹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맥락 정보가 부족하다. 누가 언제 어떤 테이블에 접근했다는 기록은 있지만, 그것이 업무상 필요한 정상적 접근인지, 과도한 대량 조회인지, 업무 시간 외 비정상 접근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과 분석 체계가 미흡한 것이다.
AI 기반 다차원 분석을 통한 능동적 사전 예방 필요
방대한 로그 데이터 속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루에도 수백만 건의 개인정보 접속기록이 생성되는 상황에서, 정상과 비정상 행위를 구분하고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것은 전통적인 룰 기반 분석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이 절실해진다. AI는 다차원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개별 사용자의 정상적인 행동 패턴을 학습함으로써, 이를 벗어나는 이상행위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개인정보에 접속한 시간, 경로, 조회한 정보의 유형과 양, 데이터 추출 여부 등 다양한 맥락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었다면, 특정 직원이 지속적으로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화면을 캡처하는 등의 패턴도 조기에 포착해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개인정보 유출은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다. 아무리 사과하고 보상해도 유출된 정보는 회수할 수 없으며, 피해자들은 평생 보이스피싱과 신분 도용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유출이 발생하기 전에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자율과 엄격함의 균형을 맞춘 제도 개선
현재의 개인정보보호 규제는 많은 부분 체크리스트 방식의 형식적 준수에 머물러 있다. ISMS-P 인증은 정책과 절차의 ‘존재’를 확인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ISMS-P 인증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대규모 침해사고가 발생한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제도 개선의 방향은 명확하다. 사업자가 자신의 환경과 리스크에 맞게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자율성은 강화되어야 한다. 획일적인 기준을 모든 사업자에게 강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각 조직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율성 강화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핵심적인 보호 활동에 대한 엄격한 점검이다.
첫째, 기록의 정확성과 무결성이다. 개인정보 접속 및 처리 활동에 대한 기록은 완전하고 정확하게 생성되어야 하며, 사후에 조작되거나 삭제될 수 없도록 보호되어야 한다. 정부의 점검은 단순히 기록 시스템이 ‘있는가’가 아니라, 기록이 ‘정확하게 생성되고 안전하게 보관되는가?’를 깊이 있게 진단해야 한다. 로그 무결성 검증 메커니즘, 백업 및 보관 체계 등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능동적 사전 예방 체계다. 사업자가 단순히 로그를 쌓아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분석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AI 기반의 다차원 통합 분석을 통한 이상행위 탐지 시스템의 도입 여부, 탐지된 이상 징후에 대한 대응 프로세스, 정기적인 모의 훈련 등 실질적인 예방 활동의 실효성을 평가해야 한다.

▲김기배 위즈코리아 대표이사[출처: 위즈코리아]
사고 발생시 응당한 사후 처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막대한 금액의 과징금도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를 되돌릴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의 감독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2026년은 달라져야 한다
2025년의 교훈은 명확하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아무리 많은 보안 투자를 해도,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보지 못하면’ 막을 수 없다. 형식적인 인증과 점검으로는 실제 보안을 담보할 수 없으며, 사후 대응만으로는 개인정보를 지킬 수 없다.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개인정보보호의 해’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디선가 또 유출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지 않도록, 기업들은 실질적인 보호 체계를 갖추고, 정부는 엄정하게 감독하며, 기술은 지능적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차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2025년의 뼈아픈 경험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다.
[글_ 김기배 위즈코리아 대표이사]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