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12월 4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Civil Life’ 즉 일반 시민들의 삶이다. 큰 사건들이 굵직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현장의 시민들의 삶은 갈수록 험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갱단들이 물건을 훔치고, 지역 전체가 기아에 빠져들고 있으며, 선거의 후폭풍으로 내전에 근접해지는 곳들이 있는데, 제 1선에서의 피해는 어김없이 일반 주민들이 보고 있다.
1. 가자지구의 갱단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전쟁의 무대인 가자지구 내 일반 시민들의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서 일반인을 방패로 삼는 하마스 무장대원들과, 그런 걸 알고도 일반인 밀집 지역을 공격하는 이스라엘 군도 문제지만 최근에는 가자지구에서 자생하기 시작한 갱단들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각종 지원 물품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약탈해가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제 사회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꾸준히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주민들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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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의 극성이 어느 정도였냐면 하루는 스무 대 이상의 트럭이 보급을 위해 출발했는데 단 한 대만 무사히 원래 가야만 했던 장소에 도착한 적도 있었다. 나머지는 전부 길에서 갱단을 만났고, 갱단들은 물건은 물론 트럭까지 빼앗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UN은 보급 자체를 임시로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보급 물품이 없으면 며칠 버티기도 힘든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내 기아 현상이 가속화 됐다고 여러 인권단체들이 반복해 경종을 울렸다.
이에 미국과 UN은 이스라엘과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스라엘 군은 “갱단을 물리치는 데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단한 한 걸음이었다고 국제 사회는 평했다.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활상의 어려움과 곤란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UN 보급품이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이 아니라 하마스 세력들에게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주장해 오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보급품을 여러 번 통제하려 시도한 적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갱단들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UN과 미국은 이스라엘 군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로지 자기들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주민들을 위해 갱단들을 적발해 뿌리 뽑는 일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여기에 반박하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보급 물자들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사실 애초에 이스라엘이 어느 정도로 애쓰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는지가 정확히 공개된 적이 없어 UN과 미국의 비판도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이지만, 주민들의 삶은 세 방향에서 큰 압박을 받고 있다.
2. 수단인들도 기아에 빠져
기아의 위기에 빠진 건 수단인들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2021년 쿠데타 이후 1년 넘게 내전이 진행되는 중이다. 기존 정권을 군과 반군 세력이 연합하여 전복한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권력의 빈 자리를 누가 차지하냐를 두고 군과 반군 세력 간에 의견 불일치가 일어났다. 그러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동맹이었던 양 세력은 곧바로 철천지 원수가 됐고, 수도를 중심으로 주요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공방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대피조차 힘든 삶을 20개월째 어렵게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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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러 구호 단체들의 주장을 종합하자면, 수단 인구의 절반 정도가 기아의 위기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숫자로 치면 2400만 명이 넘는다. 두 세력 사이의 다툼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이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UN은 수단 사태가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중재를 위한 시도가 여러 번 이어졌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서로가 원하는 바가 뚜렷하고,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심지어 얼마 전 수단 군 측은 UN의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ntegrated Food Phase Classification, IPC)와의 협업 체제를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UN IPC는 기아 현황을 최대한 정확히 분석하고 탐지해 정부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는 UN 기구로, 정부가 현재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해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수단이 기아 상태에 빠져있다는 경고도 이들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수단 군은 그런 보고가 내심 불편했는지, 이런 IPC와 더 이상 손을 잡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 이유는 “IPC가 신뢰할 수 없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가의 위엄과 주권을 훼손했기 때문”이었다.
기아는 단순히 음식이 모자라는 게 아니다. 근본적인 의료와 건강 체계와 생계 수단,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여러 사회 기반 시설들이 붕괴됐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IPC는 강조한다. 기아 판정을 받으려면 정말 많은 것들이 무너져야 한다는 소리고, 그만큼 복구에도 많은 노력이 할애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단순히 식량 공급량을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으로, 이는 내전이 어떻게 해서든 중단되어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
3. 모잠비크에도 폭력 사태가
아프리카의 모잠비크도 거대한 폭력 사태에 휘말렸으며, 이것이 내전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많은 이들이 소망하며 지켜보고 있다. 이 위기 상황이 촉발된 건 지난 10월 9일에 있었던 선거 때문이다. 다니엘 차포(Daniel Chapo)라는 여권 주자가 대선에서 승리했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국민들 사이에서 만연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 선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따라서 차포가 적법한 대통령임을 선포했다. 이것이 직접적인 기폭제가 됐고 정권 교체를 희망했던 젊은이들이 대거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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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청년으로 구성된 거리의 시위대들은 10월 선거에서 2위로 패배한 유력한 야권 주자 베난시오 몬들라네(Venancio Mondlane)의 지지자들이라고 한다. 당시 선거에서 차포는 65%로 압도적 1위가 됐고, 몬들라네는 24%의 득표수로 2위를 기록했었다. 몬들라네의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그냥 시위만 하는 게 아니라 방화와 상점 약탈까지 하면서 경찰의 제재를 받게 됐고, 그러면서 격렬한 충돌이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위로 인해 21명이 사망했다고 하면 매우 큰 숫자로 보이지만, 10월 9일 선거 즈음을 생각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다. 10월 9일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는 각 지지자들과 경찰 간 큰 충돌이 발생하여 150명 이상이 사망했었다. 경찰은 총까지 동원하여 시위대를 막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태가 생각보다 얌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면서 감옥에 있던 수많은 죄수들이 탈옥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1500명 이상이 탈출에 성공해 모잠비크 곳곳으로 흩어져 가고 있다고 하며, 경찰은 시위를 막느라 이들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시민들 속으로 스며들어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4. 시리아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위가
막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희망이 샘솟고 있는 시리아에서 벌써부터 충돌과 시위가 발생했다. 수백명이 거리로 나왔는데, 크리스마스 트리에 누군가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남성이 기독교인들이 주류인 시리아 마을의 중앙 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불태우는 장면을 녹화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는 기독교에 대한 박해의 일종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시위대는 주장했다. 새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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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권의 출발과 함께 시리아에서는 종교 분쟁이 예견되기도 했었다. 왜냐하면 반군의 주축이 된 세력들이 대부분 무슬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리아 내 무슬림들이 큰 힘을 받았고, 그러면서 소수 종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아사드는 독재자이긴 했지만 특정 종교를 박해하거나 선호하지는 않았었다. 독재가 사라진 자리에 무슬림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을 비롯해 여러 종교인들이 앞으로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바라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반군의 핵심 세력인 HTS는 사건을 접수하고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안사르 알토히드(Ansar al-Tawhid)라는 해외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에 소속된 자들이 저지른 짓”이라고 빠르게 결론을 내려 발표했다. 그러면서 불에 탄 크리스마스 트리를 즉각 재건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재 방화범들은 구류되어 있으며,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새 시리아 정권과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도 발표한 상황이다. 단 시리아의 새 정부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들과 다른 궤를 밟아야 한다는 조건 하에서다. 이에 시리아의 새 정권은 “우리는 극단주의자들이 아니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크리스마스 트리 사건을 보다 엄중히 다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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