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금융기관은 신용·계좌 정보 요구 하지 않아...‘돈’ 요구 즉시 의심·신고해야
보이스피싱 신고절차 및 피해구제 대폭 간소화...112번으로 ‘원스톱’ 처리
[보안뉴스 이소미 기자] 지난 1월 개봉해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시민덕희’는 평범한 주부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총책을 검거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보이스피싱은 심각한 민생침해 범죄로, 정부도 ‘범정부 TF’ 구성 및 ‘전자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 출범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다. 특히 설 명절을 맞이해 보이스피싱으로 이어지는 신종 피싱·스미싱도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보안뉴스>는 영화 ‘시민덕희’의 배경이 된 실제 사례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과 예방대책을 소개한다.
▲영화 ‘시민덕희’ 메인 포스터[이미지=쇼박스]
‘시민덕희’ 속 주인공 ‘덕희’(라미란 분)는 자신이 운영하던 세탁소에 화재가 발생해 오갈 곳이 없게 되자 급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해결하려 했지만, 번번이 거절되는 탓에 낙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걸려온 전화 한 통. 자신을 은행원 ‘손 대리’로 소개하며 사원증까지 공유해 덕희를 안심시키고 은행에서는 불가능하다던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인다. 마침 돈이 급했던 덕희는 더 큰 금액을 대출받기 위해 손 대리의 요구대로 3,200만원을 ‘선입금’ 한다. 손 대리는 그 이후 덕희와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이에 덕희는 은행을 직접 방문한 후에야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다. 신고를 위해 바로 경찰서로 달려가 보지만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 주소를 알지 못하면 사실상 검거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렇게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손 대리’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덕희에게 자신이 범죄조직에 감금·협박 당해 신변이 위험하다며 구해달라는 SOS를 보낸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실체와 관련 자료를 덕희에게 낱낱이 전달해 결국 조직의 우두머리 ‘총책’을 검거하게 되는 게 영화의 스토리다.
이 영화는 2016년 보이스피싱 총책 ‘최씨(52, 인천 부평)’ 검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평범한 주부 김성자씨(50)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 속 실제 주인공인 김씨는 당시 평범하게 세탁소를 운영하며 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사고로 인해 장기간 법정 공방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사법기관을 사칭하며 걸려온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압류비용’ 명목으로 요구하는 돈을 두 차례에 걸쳐 이체하고 추가 대출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입금한다. 마침 김씨가 소송 중이었던 데다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던 터라 이러한 보이스피싱범의 시나리오에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피해 신고에도 비협조적이었던 경찰의 태도에 김씨는 직접 보이스피싱범을 잡고자 마음먹게 된다. 그러던 찰나 영화처럼 ‘재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보이스피싱 중간책 손 대리가 ‘자신을 살려달라’며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당시 중국에 거주하고 있던 총책 ‘최씨’의 본명·나이·사진 등의 인적사항과 은신처 주소, 조직의 사무실이었던 산둥성 정보뿐만 아니라 귀국 날짜·시간, 800여명의 피해자 명부(정보·계좌) 등 상당히 구체적인 자료들을 김씨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화성동부경찰서(현 오산경찰서)는 닷새 만에 총책 최씨를 검거했으며 이후 최씨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총책 검거의 일등공신이었던 김씨는 공로·보상금 등의 포상은 커녕 검거 소식조차 전달받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김씨가 당했던 ‘기관사칭형’, ‘대출사기형’은 보이스피싱의 대표적인 수법이다. ‘기관사칭형’은 경찰·검찰·금융감독원 등 사법·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금전을 탈취하는 수법이다. ‘대출사기형’은 은행 같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환대출’, ‘서민형 금융상품’ 등을 빌미로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명목 등으로 금전을 탈취하는 수법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2016년도에 유형별 보이스피싱 발생건수는 기관사칭형 3,384건, 대출사기형 13,656건이었다. 지난해에는 기관사칭형 8,930건, 대출사기형 12,902건으로 기관사칭형 피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관사칭형 피해자 70%가 20대 이하의 사회초년생·취업준비생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은 디지털 신기술 적용으로 더욱 고도화돼 문자·이메일 스미싱 등의 악성앱 설치 및 해킹을 통해 각종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개인의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구성한다. 따라서 피해자는 자신의 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범의 말을 신뢰하게 된다. 이들은 가짜 신분증·사원증을 위조해 은행직원, 판·검사 등을 사칭하며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것은 물론 검사실 세트장까지 마련해 의사·교수들도 당할 정도로 치밀해졌다.
실제로 보이스피싱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총책’을 중심으로 전달책·환전책 등 중간 하부조직원들을 통해 운영되며 콜센터 위치가 드러나지 않도록 해외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 ‘시민덕희’의 주인공이자 보이스피싱 피해자이기도 한 김성자씨는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동네에서 보이스피싱 당했다 하면 그때마다 대처법을 알려주긴 하지만 돈을 되찾긴 쉽지 않다”면서, “조급하면 당하기 때문에 안 당하려면 돈을 안 보내는 게 최선이며 돈 보내라는 전화는 그냥 끊으면 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수사·금융기관 등은 어떤 경우에도 신용정보나 계좌정보를 묻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현금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따라서 출처 불분명한 문자 메시지나 URL·전화번호 등을 클릭하지 말고 통신 3사 서비스 및 ‘시티즌 코난’ 등의 앱을 설치해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담당 기관·부서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정부는 보이스피싱 신고와 관련한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국번없이 112번, 인터넷은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로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보이스피싱 신고절차 및 피해구제가 대폭 간소화돼 한 번의 신고로 사건처리부터 피해구제까지 ‘원스톱’으로 처리될 수 있다.
[이소미 기자(boan4@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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