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최정식 발행인] 1934년 4월 19일, 식민지 조선의 일반인들에게 과학사상을 보급하기 위한 ‘과학데이’ 관련 행사가 서울(당시 ‘경성’), 평양, 선천 등에서 개최되었다. 서울 행사는 중앙기독교청년회관(YMCA)에서 열렸는데, ‘과학의 개념’, ‘산업과 발명’, 그리고 ‘화학공업의 현재와 장래’에 대한 강연이 있었으며, 이날 청강자는 800여 명이었다고 한다. 평양의 백선행 기념관에서 개최된 평양 행사에서는 ‘물질과학과 상식’, ‘과학의 힘으로 조선을 개척하자’라는 강연이 있었고, 기독교회가 최초로 설립된 선천에서도 ‘현대물질의 구조’, ‘유전에 관하야’라는 강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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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과학데이’를 주도한 김용관 선생은 일본 유학 중에 일본의 공업 발전과 근대화에 충격을 받았다. 이에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는 미신 타파, 문맹 퇴치와 더불어 과학지식을 전 조선인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선의 여러 지식인들을 모아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진흥단체인 ‘발명학회’를 설립하고, 우리 역사 최초의 과학종합잡지인 《과학조선》을 발행했다. 그리고 각계 인사들과 함께 1934년 4월 19일, 찰스 다윈의 사망일을 기념하며 ‘과학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과학데이’는 당시 식민지 조선의 일반인들이 아주 오랜 풍습과 미신을 타파하고 합리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회적 변화의 시작점이 되었으며,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과학기술을 대중화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역량을 키웠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이다.
첫 ‘과학데이’에는 당시 첨단기술의 집합체였던 자동차들이 1934년 4월 19일 정오를 기해 시내 중심가에서 열을 지어 행진했다. 차량들은 라디오와 축음기, 확성기를 장착하고 행진곡을 방송하면서 시내를 활보했다. 저녁에는 특별강연을 했다. 평양에서는 당시 ‘3극 진공관 출력’에 관한 논문으로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조응천 물리학 선생이 강연자로 나왔다. 조응천 선생은 라디오에 대해 설명하면서 증폭기와 통신의 원리도 곁들였다.
▲최정식 보안뉴스 발행인[사진=보안뉴스]
이렇듯 일제강점기의 첨단기술 분야는 자동차, 라디오와 통신, 그리고 유전 공학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8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이 분야가 전 세계적 관심 사항이라는 점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폰과 5G, 그리고 ‘바이오(Bio)’와 ‘의료’로 진화되었을 따름이다. 그러니 일제시대에 우리 대중의 관심이 지속되었더라면 아마도 해방 후 우리의 과학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우리를 압제하던 조선총독부도 이를 우려했는지 제5회 과학데이 행사 후, 항일운동 주도 혐의로 김용관 선생 등 관계자들을 체포함으로써 과학지식 보급을 차단했다. 이러한 역사적 단절이 너무나 안타깝다. 또한, 성과와 실적만 중시하는 요즘 세태에서 과학기술인에게만 자긍심과 애국심을 요구하는 것 역시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54회 과학의 날’을 맞이하여, 과학기술이 국가 경제를 부강하게 해줄 ‘성장 엔진’이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인들이 자긍심과 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기술전쟁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사이버보안 등 핵심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이 치열한 기술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이 열정과 도전정신을 발휘하여 그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_최정식 보안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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