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효과도 악랄해...원 공격 표적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서비스 마비돼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드디어 사이버 범죄자들이 고효율 디도스 공격의 비밀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격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바로 TCP 증폭(TCP Amplification) 기술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힘든 기술’로서 인식되어 공격자들 사이에서도 배척받던 것이었다.

[이미지 = iclickart]
보안 업체 라드웨어(Radware)가 지난 30일 동안 조사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TCP 증폭 기술을 활용한 디도스 공격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새롭게 출현한 TCP 기반 디도스 공격은 현재까지 주로 대기업들을 겨냥해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유럽의 스포츠 관련 내기 사이트인 유로벳(Eurobet), 한국통신(kt), SK 브로드밴드, 터키의 금융 업체인 가란티(Garanti)라고 한다.
이 디도스 공격이 특히나 악질적인 건 공격의 원래 표적들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공격용 트래픽을 생성할 때 사용되는 네트워크들도 피해자가 되는 등 물결효과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 “또한 TCP 증폭 공격의 경우, 여러 가지 종류의 디도스 공격 중에서도 특히 방어가 함들다”고 라드웨어는 설명했다.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독특한 공격입니다.” 라드웨어의 다니엘 스미스(Daniel Smith)의 설명이다. “역설적이게도, 2차 피해자 혹은 간접 피해자들이 공격 트래픽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합니다.”
TCP 증폭 디도스 공격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뤄진다고 한다.
1) 공격자들이 SYN 패킷을 전송한다. 이 패킷은 궁극적인 공격 표적이 되는 조직의 네트워크 IP 주소에서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2) SYN 패킷의 도착지는 공격자들이 사전에 무작위로 골라둔 IP 주소들이다.
3) SYN 패킷을 받은 IP 주소에서 응답한다. 이 때 SYN-ACK 패킷이 생성되고, 이 패킷은 최종 공격 표적으로 전송된다.
4) 최종 공격 표적이 예상대로 응답하지 않으면 반사 IP(reflection IP)가 계속해서 SYN-ACK 패킷을 전송한다. 이유는 3방향 핸드셰이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다. 이 패킷이 많이 전송되면 될수록 디도스 공격이 파괴적으로 변한다.
물결효과
여태까지 공격자들은 TCP 반사 혹은 증폭을 통한 디도스 공격을 꺼려왔다. 리눅스 시스템의 디폴트 설정 상 반사의 횟수가 5번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트래픽을 충분히 생성하기 힘들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사랑받아왔던 UDP 증폭 디도스 공격의 강력함과는 이론상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는 이론과 달랐다. 인터넷에 연결된 많은 장비들(대부분 리눅스 기반)이 조작을 통해 5천 번 이상 패킷을 반사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스미스는 “5천 번 정도면 충분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원래의 스푸핑된 SYN 트래픽이 피해자의 IP 주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혹은 그렇게 보이도록 꾸며져 있기 때문에), 디도스에 당하고 있는 피해자가 오히려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일도 발생합니다. 유로뱃의 경우 많은 곳에서 블랙리스트 처리되는 바람에 일부 사용자의 접속이 잘 되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도 사실상 서비스 마비와 같은 효과죠.”
또한 TCP 반사를 일으키기 위해 공격 표적이 아니라 다른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서 트래픽이 집중되는 일이 발생한다.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가 TCP 증폭 트래픽 발생에 활용되고 있다는 걸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네트워크가 느려지고, 심지어 멈추기까지 하는 겁니다. 이 많은 SYN 트래픽이 어디서 왜 온 걸까, 답은 찾을 수 없고 말이죠.” 스미스의 설명이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부수 효과까지 저절로 발생하는, 여러모로 괜찮은 공격 기술입니다.”
3줄 요약
1. 최근 디도스 공격자들, TCP 증폭 기술 활용하기 시작.
2. TCP 증폭 기술, 원래는 효율 떨어진다며 기피되던 것이었음.
3. 원래 공격 표적만이 아니라 엉뚱한 조직들 역시 같이 피해를 입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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