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쥬 사이버드팡스라는 보안 사업 새로 시작...여러 시장에 진출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지난 주 프랑스의 대형 통신사인 오랑쥬(Orange)가 2015년 340만 유로에 스페인의 무선 통신사인 자즈텔(Jazztel)을 매입한 이래로 가장 큰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번에는 통신사가 아니라 네덜란드의 보안 전문 업체인 시큐어링크(SecureLink)다. 물론 오랑쥬가 보안 업체를 사들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영국의 보안 회사 시큐어데이터(SecureData)를 인수했었다. 이 두 보안 회사는 앞으로 오랑쥬 사이버드팡스(Orange Cyberdefense)라는 이름 아래 활동할 예정이다.

[이미지 = iclickart]
오랑쥬가 사이버 보안에 갑자기 돈을 쏟아 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프랑스의 모바일 통신 시장은 붉어질 대로 붉어진 레드오션이다. 그래서 통신사들끼리 가격 전쟁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을 꾀하려면 사업의 다각화가 필수다. 실제로 오랑쥬는 2017년 말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오랑쥬 방크(Orange Bank)를, 얼마 전에는 보안 서비스인 오랑쥬 사이버드팡스를 시작했다. 현재 오랑쥬 사이버드팡스는 프랑스 보안 시장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통신사들은 자기 나라만이 아니라 유럽 내 타 국가에서도 경쟁을 벌인다. 그래서 더 치열하다. 오랑쥬가 시큐어데이터와 시큐어링크를 연달아 인수하면서 프랑스 내 보안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굳힌 것만큼 중요한 건, 이 거래를 통해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인 영국과 독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장성 측면에서 조금 덜 중요할 수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국가들인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에도 발을 걸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건 오랑쥬의 보안 사업인 오랑쥬 사이버드팡스가 오랑쥬의 전문 사업 유닛인 오랑쥬 비즈네스 세르비스(Orange Business Services)와 엮이지 않은, 별개의 조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진출하기에 보다 자유롭다. 오랑쥬가 ‘보안’을 키워드로 삼아 시장을 넓혀가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오랑쥬 사이버드팡스는 현재 CAC 40(프랑스 증권 거래소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40개 우량 종목) 대상 업체와 거대 그룹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견 기업들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이들의 지금 목표는 “보안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 및 여러 기업들과의 관계를 쌓는 것”이라고 사이버드팡스의 책임자인 위그 풀롱(Hugues Foulon)은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2018년 한 해와 2019년 1사분기 동안 각각 12%와 30%의 성장세를 보였다”고 한다. “당분간 보안과 관련된 M&A를 더 진행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오랑쥬가 보안이라는 아이템에 성장의 사활을 건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풀롱은 설명한다. “일단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이제 거의 모든 생산 행위와 일상 생활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고 있죠. 아니, 그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없었던 위협들이 여러 가지 형태와 모양으로 모든 생산 행위와 일상 생활에 나타난다는 겁니다. 심지어 국가 정부 기관들이 자진해서 해커가 되고 있지요.”
마지막 이유는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강력한 규정과 표준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기 있기 때문”이라고 풀롱은 설명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거나, 기반 시설과 관련된 조직들은 더 강력한 규정에 구속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오랑쥬와 같은 통신사들도 마찬가지고, 각종 금융 기관과 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랑쥬 사이버드팡스가 대기업들이나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풀롱은 통신 사업자들이 보안 쪽으로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혹은 언젠가 모든 통신사가 그렇게 될 것인지 아직 정확히 말하기 힘들다고 한다. “오랑쥬 측도 성장에 대한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이 ‘보안’이었습니다. 통신사라면 당연히 보안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다른 통신사들도 같은 전략을 내세우기 시작할 것이라든가, 통신사들의 미래를 오랑쥬가 선도한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이 지나가야 통신사와 보안의 보편적인 관계가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3줄 요약
1. 프랑스의 대형 통신사 오랑쥬, 최근 보안 업체 두 곳 큰 돈 주고 인수함.
2. 다른 나라의 통신사와도 경쟁이 치열한 유럽의 통신사들, 시장은 이미 포화돼 지금은 가격 전쟁만 벌이고 있음.
3. 오랑쥬라는 굵직한 통신사가 찾은 돌파구는 ‘보안.’ 성공 여부는 2020년 후에 판단해야 할 듯.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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