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만 성과 거둬...수출국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준비만이 해답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2018년 한 해도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정보보호 기업들의 해외수출 현황은 어떨까? 우선 과기정통부(e-나라지표)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SW) 수출액은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다. 2013년 68.9억 달러에서 2014년 85억 달러, 2015년 92.7억 달러, 2016년 103.2억 달러 등 매년 10% 내외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iclickart]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발표한 ‘2017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정보보안 제품 수출은 889억 7,800만원이며, 2017년에는 9.9% 성장한 974억 3,400만원을 달성했다. 최근(29일) 환율(1,142원, 2016년 7811만 9,400달러)로 계산해 봐도 소프트웨어 수출액(2016년 103억 달러)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보호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여러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 보안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다만 1개 기업의 힘으로 어려우면 파트너십을 통해 함께 진출하거나 M&A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 해외시장을 두드려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해외수출 성과 대부분이 일본...아시아 등 다른 지역 공략 시급
그렇다면 올해 한국 정보보호 업체들의 해외진출 성적은 어떨까? 최근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펜타시큐리티시스템(대표 이석우)이다.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은 최근 우크라이나 ‘MUK Group’과의 공급 계약 체결을 통해 중앙아시아 CIS 지역 보안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7월, 대만 보안솔루션업체 HEM Infosec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대만 보안시장에 진출함과 동시에 글로벌 사업망을 확장했던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은 이번 공급 계약을 통해 CIS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파이오링크(대표 조영철)는 ‘클라우드 보안스위치’ 사업 활성화로 일본 수출이 전년대비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클라우드 보안스위치는 일본 시장에서만 147% 성장했는데, 이는 올림픽 준비로 강화된 보안정책과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관리 효율성에 대한 일본 고객들의 관심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하우리(대표 김희천)도 일본에서 높은 실적을 올렸다. 2017년 400만 달러 수출 실적을 거둔 것. 하우리는 주력 제품인 ‘레드아울(서버보안)’ 외 ‘모바일 보안제품과 산업기기 보안제품’으로 판매제품을 다각화하고, 일본 업계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여 현지화 맞춤 전략으로 제품을 개발한 결과다.
제품 수출이 아닌 기술제휴도 있었다. 핀테크 보안 인증기술 스타트업 센스톤(유창훈, 이준호 공동대표)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카드 제조사인 Giesecke&Devrient(이하 G+D)와 VOTC 기술 협력을 위한 ND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G+D는 전 세계 32개국에 72개 자회사와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해 스마트카드, 화폐 제조, 모바일 보안 등의 사업을 주도하며 작년 매출 약 2.7조 원을 달성한 글로벌 업체다.
이와 관련해 센스톤 관계자는 “G+D는 NDA 체결 후에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싱가포르 아시아 본부에서 유럽으로 담당 부서를 옮기는 등 본사 차원에서 기술 검토를 진행하며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맞춤형 전략을 해외 수출국가에 적용하는 공략법 필요해
하지만 정보보호 기업들의 해외진출 성과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이는 해외진출 소식에서 정확한 ‘수출액’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독 정보보호 분야에서만 수출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문제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기술력 부족’과 ‘해외시장의 비활성화’, 그리고 ‘현지 서비스’를 꼽았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보안제품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글로벌 보안 기업에 비해 기술력이 조금 뒤처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정보보안이 활성화된 미국이나 이스라엘, 유럽 등에서 성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시아 등 제3세계에서는 아직 보안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등에서는 기술적 우위보다는 가격경쟁이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아 시장 자체가 많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아시아로 게임을 수출하는 한 게임사 CISO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국가에서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아서 보안규정이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수출기업들이 모두 겪는 현지 서비스의 부족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현지에서의 요구사항을 100% 다 만족시킬 수 없다는 문제는 어느 기업에게나 적용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을 소홀한 기업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 특성상 애초에 해외진출을 위한 팀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별 특성을 분석하고,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는 한편, 후속 서비스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갖춰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하는 보안기업이 사실 많지는 않죠.”
다행히 우리나라가 좋은 성과를 거두는 나라도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정보보호산업은 자체적으로 보안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좋은 제품을 들여와 보급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보안기업들에게 시장이 열려 있는 편이다. 게다가 보안에 대한 인식도 높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보안을 강화하려는 니즈도 크기 때문에 기회의 땅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했던 우리 기업들의 성과가 대부분 일본에서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태를 비롯한 굵직한 사건들로 인해 아시아 국가에서도 보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에 수출을 하려는 국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나라에 맞는 서비스를 정비한 후 제대로 공략에 나선다면 충분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