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통한 ‘테러 행위’ 가능성 다분...실제 피해 사례 있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음악을 좀 열심히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본 아이템’이라고 하는 보스와 소노스 스피커가 집안이나 사무실 분위기를 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보안 업체 트렌드 마이크로(Trend Micro)가 인터넷과 연결된 스피커 제품들을 분석해 취약점을 발견한 것이다.

[이미지 = iclickart]
취약점이 발견된 모델은 소노스 플레이:1(Sonos Play:1), 소노스 원(Sonos One), 보스 사운드터치(Bose SoundTouch) 등이다. 모두 ‘사물인터넷’으로 분류되는, 비교적 신규 모델들로 제조사와 사용자 모두 ‘보안’을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격이 성립될 수 있다고 트렌드 마이크로는 설명한다.
“인터넷을 통한 원격 공격이 가능합니다. 취약한 시스템은 NMap이나 쇼단과 같은 툴을 사용한 인터넷 스캐닝을 통해 찾을 수 있고요. 취약점을 익스플로잇 하면 아무 오디오 파일이나 재생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보스와 소노스 브랜드를 가진 스피커의 극히 일부만이 피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만, 스피커를 통해 괴상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충분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트렌드 마이크로가 직접 인터넷을 스캔했을 때 약 2000~5000개의 소노스 스피커를 찾아낼 수 있었다. 보스 기기의 경우 그 수는 400~500개였다. 모두 ‘온라인’ 상태에 있던 기기들이다. 또한 공격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공포 영화에 나오는 효과음, 기분 나쁜 신음 소리, 릭 애슬리(Rick Astley)의 노래, 알렉사에게 전달하는 음성 명령을 재생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한다.
별로 선호하지 않는 가수의 음악이 자꾸만 나오는 건 그렇다 쳐도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 등에 음성 명령까지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저희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알렉사의 음성 인식 기능이 탑재된 소노스 원 모델에 명령을 주입하여 인공지능이 스스로에게 음성 명령을 전달하고 그 명령을 실행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음성 명령 기능이 다른 사물인터넷 기기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환경에서는 물리적 피해를 유발시킬 수도 있게 된다.
다행인 건 음성 명령 체계를 조작해 같은 네트워크 상에 있는 다른 사물인터넷 기기들까지 조작하는 공격은 매우 복잡해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트렌드 마이크로는 “실제 공격은 기괴한 소리나 욕설 등을 재생시키는 것 정도로 끝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이미 피해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 “이미 예상치 못한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와 놀란 피해자들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 걸까? “안타깝지만 이 스피커들을 만든 제조사는 ‘충분히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네트워크에 스피커 장비가 연결되어 사용될 것’을 전제하고 물건을 출시했습니다. ‘신뢰를 전제한다’는 것은 보안에서는 금기사항 중 하나죠. 아직 그러한 개념이 제조사들에까지 전파되지 않은 것입니다.” 트렌드 마이크로의 마크 누니코벤(Mark Nunnikhoven)은 설명한다.
신뢰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스피커와 같은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장비를 통해 API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정”해둔 것이다. API에 접근할 때 그 어떠한 인증 절차도 발동되지 않는다. 그 외에 스포티파이(Spotify)나 판도라(Pandora) 등 사물인터넷 스피커나 음악 활동과 관련 있는 앱에 등록된 사용자의 계정 정보를 훔쳐가는 것도 가능하다. 트렌드 마이크로가 실험했을 때 “소노스 소프트웨어 버전, 와이파이 네트워크 이름, IP 주소, 기기 ID 등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트렌드 마이크로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소노스와 보스 측에 알렸다. 소노스는 업데이트를 발표해 공격 가능성을 줄이려 했다. 하지만 보스는 아직 연락이 없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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