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월 15일 한국인 선원 8명 등 총 21명을 태운 삼호해운 소속의 삼호주얼리호가 아랍에미리트에서 스리랑카로 이동하던 중 인도양 북부의 아라비아해 입구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이에 정부는 청해부대의 주력함인 최영함을 파견했고, 해적과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 아래 선원구조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그 이후, 한 차례의 구조 실패 끝에 1월 21일 아덴만 여명작전을 감행해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함으로써 구출작전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석해균 선장이 총상 등으로 생명이 위독했다가 현재 회복단계에 있지만, 다른 선원들은 무사히 구출돼 우리 국민들이 모처럼 만에 환호했던 사건이다. 더욱이 오랫동안 피랍돼 있던 금미호 선원들이 아덴만 여명작전 이후 아무 조건 없이 석방되면서 구출작전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기 전후의 회사 측 대응조치와 정부의 작전 홍보과정에서의 기밀유출 논란, 그리고 풀려났던 금미호 기관장의 갑작스런 추락사 등 보안·안전 관점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삼호주얼리호를 보유하고 있는 삼호해운 측이 선박납치 및 해상테러 가능성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대응을 해왔느냐는 부분이다. 선박이 납치됐을 때 이를 해결할 1차적 책임은 분명 선박이 소속된 해운사에 있다. 소말리아 해적이 빈번히 출몰하고 있고 이미 금미호가 피랍돼 있는 상황에서, 회사 측에서는 위험구역을 항해할 때에 대비한 사전예방체계 및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했었는지, 그리고 대비훈련을 철저히 시행했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오랜 억류생활 끝에 풀려나 심신이 극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던 금미호 선원들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기관장이 갑작스럽게 추락사하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의 삼호주얼리호 사건에서 보듯 글로벌 시대에는 다양한 보안영역 가운데서도 기업의 해외출장자 및 주재원들의 보안·안전 문제가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수많은 우리 기업이 전 세계를 상대로 일하게 되면서 해외로 출장 또는 여행 중이거나 거주중인 우리 국민들이 테러, 납치, 재난재해 등의 여러 위험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은 기업 임직원 보호와 기업영속성 확보 차원에서, 그리고 국가는 국민안전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근원적이고, 체계적인 해외출장자 및 거주자 안전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글 : 권 준 취재팀장(joon@infothe.com)>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제170호(sw@infoth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