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네트워크 카메라에 밀려 CCTV 이슈에서 멀어지고 있는 아날로그 CCTV 카메라. 연일 방송에서는 아날로그 카메라의 저화질 때문에 범인을 찍고도 신원확인을 할 수 없다며 지탄을 하고 있고, 휴대폰 카메라에도 1,000만 화소가 적용됐는데 아직 41만 화소가 말이 되냐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체 CCTV 카메라 시장의 과반수를 훨씬 넘게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날로그 CCTV 카메라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아날로그 CCTV 카메라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모습을 둘러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날로그 CCTV 카메라 기술의 현주소
얼마 전 저녁 뉴스시간에 아날로그 CCTV 카메라의 저화질을 문제 삼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사건의 범인을 아날로그 CCTV 카메라가 촬영하기는 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았고, 주변에 설치된 HD급 네트워크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증거로 범인을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최근 네트워크 카메라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영상보안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분명 아날로그 CCTV 카메라와 관련 기기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아날로그 CCTV 카메라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처럼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걸까?
우리가 흔히들 아날로그 CCTV 카메라(이하 CCTV 카메라)와 네트워크 카메라 혹은 IP 카메라로 구분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 CCTV 카메라는 100% 아날로그 방식이 아니다. 아날로그 CCTV라 불렀던 초기, VCR과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한 녹화방식에서 이제는 디지털 컨버터를 거쳐 촬영된 영상을 DVR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최근의 CCTV 카메라와 네트워크 카메라의 차이는 촬영된 영상을 어떻게 압축하는가, 혹은 영상전송 방식이 동축케이블인지 아니면 IP 방식인지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CCTV 시장에서 CCTV 카메라와 네트워크 카메라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에 대해 알아보자. 2010년 12월에 발표된 본지 국내보안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체 CCTV 시장에서 CCTV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20.2%인 1,890억 원 규모이며, 네트워크 카메라는 11.2%인 1,053억 원의 규모이다. 단순히 CCTV 카메라 규모만 놓고 봤을 때 CCTV 카메라가 전체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30년 인프라로 흔들리지 않는 철옹성 세워
네트워크 카메라가 시장에 등장한 이후 업계에서는 이 네트워크 카메라가 빠른 속도로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CCTV 시장은 CCTV 카메라가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CCTV 시스템 인프라를 꼽았다. 기존 CCTV 시스템의 인프라가 아직까지 CCTV 카메라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쉽게 네트워크 카메라로 전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로 인해 기존 CCTV 시스템에서 장비를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 하는 경우, 주변장비와의 호환문제 때문에 다시금 CCTV 카메라를 구입·설치한다는 것이다. 설령 고화질의 영상을 위해 네트워크 카메라를 구입하려고 해도 전송장비와 서버, 저장장치 등 주변장비 일체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이내 마음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다만 CCTV 시스템을 처음부터 새로 구축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네트워크 카메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가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카메라 수요가 있는 곳은 대부분 새롭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곳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편의성이다. 흔히들 CCTV 관제실을 생각하면 첨단 통합관제센터나 최신의 장비를 갖춘 장소를 떠올리겠지만, 브라운관 모니터에 4~8채널의 소규모 시스템을 갖춘 곳도 많다.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네트워크 카메라는 설명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복잡한 시스템이 된다. 사용자의 편의성과 성능 강화를 위해 만든 기능들이 오히려 편의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치 IT 기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스마트폰보다 일반 피처폰이 더 편한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가격대비 성능비를 따지면 CCTV 카메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저화소보다는 고화소가, 유선보다는 무선이 더 편리하고 좋다는 것은 다 알지만 그만큼의 성능차를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을 더 지불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이 두배 이상 차이가 나는 제품이 있다고 해서 그 성능도 두배 이상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즉, 네트워크 카메라의 성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CCTV 카메라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CCTV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격’적인 측면을 본다면 CCTV 카메라가 더 유리하다는 것이 설득력을 갖는다.
노이즈에 강한 실시간 전송 카메라
그렇다면 이제 CCTV 카메라의 성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선 CCTV 카메라는 빛을 받아 영상을 만드는 광학센서를 사용하는 데, 예전 필름 카메라의 필름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이 광학센서는 CCD(Charge Coupled Device)와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의 두 종류가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중 CCTV 카메라가 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CCD인데, 이 CCD는 CMOS에 비해 노이즈가 적지만 대신 가격이 비싸며 소비전력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CMOS는 이와 반대로 노이즈가 좀 있지만 소비전력이 낮아 최근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CMOS는 네트워크 카메라에 많이 쓰이므로 두 광학센서간의 차이가 곧 카메라의 차이가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CCTV 카메라는 네트워크 카메라보다 노이즈에서 자유롭다. 센서간의 차이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대부분 30~41만 화소인 CCTV와 달리 HD급, 풀HD급인 네트워크 카메라는 화소가 큰 만큼 노이즈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그림자 부분이나 야간 등 어두운 곳에서의 화면 식별이 중요한 만큼 이 노이즈 문제는 CCTV 카메라를 선택할 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때문에 CCTV 카메라나 네트워크 카메라 제조업체들은 저마다의 기술력을 앞세워 노이즈를 잡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이야기 할 CCTV 카메라의 장점은 바로 실시간성이다. 촬영된 영상을 한번 압축하고 전송한 후 다시 압축을 풀고 모니터에 전송하는 네트워크 카메라의 경우 1초 내외의 딜레이(Delay)가 발생하는 반면 영상을 압축하지 않고 동축케이블을 통해 바로 DVR로 전송하는 CCTV 카메라의 경우 오차가 거의 없는 실시간 영상을 보여준다. 게다가 HD급 이상의 고용량 네트워크 카메라에 비해 30~40만대 화소의 CCTV 카메라의 경우 전송할 영상의 용량이 크지 않은 것도 빠른 전송에 한몫을 한다.
세 번째는 주변기기와의 호환성과 풍성함을 들 수 있다.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아직까지 대부분의 CCTV 시스템은 아날로그 CCTV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현재 시스템에 CCTV 카메라를 추가해야 할 때, CCTV 카메라는 단순히 카메라만 구입해도 바로 시스템에 적용시킬 수 있다. 그것은 비단 시스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들 역시 CCTV 카메라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카메라를 증설해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빛이 없는 야간에도 좋은 품질을 얻기 위한 보조 장치인 IR 투광기만 해도 대부분 41만 화소에 맞게 나오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아이러니하게도 CCTV 카메라의 적은 화소수를 들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CCTV 카메라가 41만 화소를 사용하고 있는데, 촬영된 영상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DVR의 프로세스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저장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아 시스템 구축시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최근 지능형 기능이 카메라 단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 지능형 기능을 구현하려면 시스템의 퍼포먼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은 화소의 CCTV 카메라가 더 원활하게 구현할 수 있다.
낮은 화질, 다양한 프로세싱 기술로 커버
지금까지 CCTV 카메라의 장점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CCTV 카메라의 단점은 없을까? 맨 처음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분명 CCTV 카메라는 네트워크 카메라에 비해 부족한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CCTV 카메라를 찾는 이유는 자체의 성능은 물론 가격대비 성능과 주변기기와의 호환성 등 장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CCTV 제조사들은 단점을 커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선 네트워크 카메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인 고화질의 경우 다양한 프로세싱과 하드웨어를 적용, 조금이나마 영상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Part 2에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겠지만 광량이 부족한 곳에서의 노이즈를 줄이기 위한 ‘고감도 저노이즈 기술(DNR)’이나 현격한 광량의 차이를 극복해 원활한 영상을 얻기 위한 ‘다이내믹 레인지 기술(WDR)’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쯤 되면 CCTV 카메라는 어째서 HD급으로 화소를 높이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자 또한 취재를 했던 관계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들 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HD CCTV 카메라 개발에 부정적인 한 업계 관계자는 “고화소로 올라갈 경우 압축을 해서 전송하는 네트워크 방식이 압축 없이 동축케이블로 전송하는 방식보다 더 낫기 때문에 CCTV 카메라의 화소를 높이기보다는 네트워크 카메라를 사용하는 게 더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HD-SDI 방식의 등장으로 HD CCTV 카메라 개발도 붐을 이루고 있고, 기존 동축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 더 크다”고 밝혔다.
또한, CCTV 시스템의 핫이슈중 하나인 지능형 기능을 카메라단에 적용해 트래킹 기능이나 피플 카운팅 등을 구현함으로써 저화질의 단점을 상쇄하고 있다. 특히, 저화소인 만큼 연구개발이 더 원활하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게 CCTV 카메라라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네트워크 카메라와 공존의 길 모색
취재를 위해 만났던 업계 관계자들에게 처음 CCTV 카메라에 대한 특집기사를 준비 중에 있다고 말하자 처음에는 대부분 네트워크 카메라도 아닌 CCTV 카메라 이야기를 할 게 있느냐고 반문했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날 때쯤에는 한결같이 한동안은 CCTV 카메라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비록 네트워크 카메라가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CCTV 카메라 시장을 잠식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CCTV 카메라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며, 한동안 서로 공존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DVR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은 아날로그 CCTV가 바로 사라질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네트워크 카메라가 나온 지금까지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그리 쉽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카메라가 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사실이며, 특히 방범용 카메라는 정확한 식별을 위해 고화소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방범 분야에서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 경쟁을 하듯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있는데, 실제로 취재를 해본 결과 네트워크 카메라를 구축한 곳이 많았다. 여기에 신도시나 u-City 등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대부분의 장소에서도 네트워크 카메라를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CCTV 카메라의 특징과 장단점,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봤다. 취재를 위해 많은 CCTV 카메라 제조사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그래도 아직까지는 CCTV 카메라’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화소는 낮을지언정 완벽한 호환성과 다양한 기능으로 영상감시 시장을 주도해나갈 CCTV 카메라를 조금 더 지켜볼 때인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HD CCTV 카메라 등 고화질 CCTV 카메라도 등장한 만큼 CCTV 카메라의 전성기는 당분간 지속되리라 본다.
<글 : 권 준, 원 병 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