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달아 눈길 받는 한국의 보안 업계...해결하느냐 못하느냐의 기회 혹은 위기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남한과 북한은 정말 한 민족 공동체가 맞긴 한가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에 대한 광기어린 애착이 약속이나 한 듯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은 지난 주 “한국에서의 비트코인 붐은 세계 최고”라는 우려 가득한 내용의 외신이 나올 만큼 놀라운 ‘투자력(투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북한은 세계 유수의 정보보안 전문가들로 하여금 “국제적인 경제 제재에 대한 대항마로 비트코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보고서를 밤새 작성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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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iclickart]
하지만 ‘우리는 하나’ 확인의 기쁨은 무슨, 투자하느라 돈을 붓는 자와, 텅텅 비어가는 국고를 채우기 위해 남의 판에서 돈을 빼돌리는 자가 너무 가까이 붙어있다. 아, 마침 트럼프의 깜짝 등장으로 세계적인 공공의 적이 되어가는 저쪽 편에선, 같은 말을 쓰는 부자, 그것도 돈을 허술하게 관리하는 부자가 지척에 있다는 게 기쁘게 작용할 것 같긴 하다.
왜? 그 부자가 가까이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북한은 방글라데시로까지 가서 중앙은행을 털어야 했고, 워너크라이라는 유례없는 규모의 랜섬웨어 공격을 세계 여기저기에서 감행하고(이는 보안 업계 내에선 기정사실로 알음알음 전해져오던 것인데, 오늘 아침 미국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선포됐다. 그래서 당당히 쓴다), 대만 원동국제상업은행에까지 원정을 가는 등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투자와 자산 불리기라는 측면에만 극도로 집중하는 허술한 부자가 등장하자마자 그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9개월 동안 남한의 거래소 네 곳이 북한에 당했다. 같은 해킹 사고라도 연루된 돈의 액수가 크면 클수록 관심을 받는 법인지라, 전 세계 정보보안 업계의 눈은 북한에 쏠려 있다.
덩달아 요즘처럼 한국의 보안 전문가들이 외신에 많이 인용되는 적이 없다. 심지어 “외국에서 발표할 때 ‘북한’이라는 단어만 써도 VIP 대접을 받는다”는 과장된 소문이 업계 내 돌 정도고, 누군가는 외국 기관에 귀빈으로 초빙되기도 했다. 음지에서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북한을 추적하던 이들이 드디어 대접을 받기 시작한다.
그렇게나 한국 보안 전문성의 세계 진출을 외치다가 좌절하기 일쑤였는데, 북한 덕분에 때 아닌 기회를 잡게 된 것이 남한 보안 업계의 현재 상황이라 아이러니하다. 그렇다고 마냥 북한의 나쁜 짓이 지속되기를 응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렇게 세계 보안 업계가 한반도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호기를 놓칠 수도 없으니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의사는 자신의 직업을 없애기 위해 애쓰는 유일한 부류”라는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답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나쁜 것에 대한 관심이 쏠릴 때, 사실 그 ‘관심’은 해결책에 대한 기다림을 담고 있다는 걸 기억하면 된다. 새로운 전염병이 돌아다닐 때 우린 의사들의 발표를 기다리고, 연쇄살인마가 풀려났을 때 우린 경찰들의 활동을 바라본다. 마찬가지로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속내는 ‘이걸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섞여있다는 걸 알면 된다.
그러므로 지금의 때는 기회가 맞긴 한데, 시한부 기회다. 우리 교환소가 계속 털리고, 그들이 축적한 비트코인 액수가 늘어나면, 대한민국 보안 업계와 정부의 대처 능력에 대한 실망감도 비례하여 높아질 것이다. 우리에게 진짜 실력과 나쁜 놈을 나쁜 놈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시스템이 비축되어 있었느냐,가 싫든 좋든 온 세상에 드러날 때다. 사실 ‘언어 문제’가 세계화의 제일 큰 장벽으로 꼽혔는데, 마침 그 북한도 같은 말을 쓰니 방해거리도 없다(근데 왜 쓰고 보니 기회가 아니라 위기 같을까...).
그런데 여기에는 보안 업계 외 일반 사용자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때 ‘얼리어답터’가 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보안 점검을 할 수 없다면 후기도 꼼꼼히 살피고, 거래소가 신뢰할만 한지 최대한 정보를 취해 판단해야 한다. 충동구매의 습관을 조금 버려주십사, 부탁하는 것이다. 그게 도둑들의 힘을 최대한 덜 키우는 것이고, 우리 보안 전문가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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