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나 망치나,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는다

2017-06-28 17:00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url
신기술, ‘짝꿍’ 찾아주는 게 중요...기업 활동의 핵심은 ‘균형’
도구를 도구로서 사용할 때 인간의 현명함 드러나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우리는 공포의 시대에 살고 있다. 크게 보자면 ISIS부터, 두 개의 이념으로 분리된 미국, 그리고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 난국까지. 하지만 공포라는 건 대부분 막연하다. ISIS는 너무나 먼 땅의 이야기 같고, 세계 정치 상황이나 경제 난국 역시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막연한 두려움만 자아낸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사건들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 가족에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묻지 않게 된다.


[이미지 = iclickart]

기술의 엄청난 발전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기술을 탑재한 로켓이 하늘이 날아가지만 그것은 ‘최고의 천재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과학’일뿐이다. 더 놀라운 기술력을 갖춘 스마트폰이란 것이 내 주머니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스마트폰에 탑재된 시리 같은 기술들을 보라. 현재 음성 인식 기반 인공지능 기술들은 각종 뉴스를 검색해주고, 날씨를 미리 알아봐주며, 운전할 때 전화도 걸어준다. 아마존도 여기에 가세해 알렉사로 구글 검색자 수를 줄이고 있을 정도다. 쇼핑 할 때 우리에게 허락된 인간적인 접촉은 택배 아저씨들을 통해서만 가능한 게 벌써 얼마나 오래된 일인가.

그러나 이런 기술 발전에는 당연히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뉴스 헤드라인에 대규모 데이터 유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또는 각종 디지털 기반 시스템에서 해킹 사고가 보도될 때마다 우리는 ‘혹시?’하는 불안감에 빠져든다. 이 디지털 문화라는 게 정말 안전한 걸까, 하는 의심도 든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 거라는 소식도 우리를 불안케 한다. 난 언젠가 실직자가 될 운명인 걸까, 하는 ‘공상과학스러운’ 생각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MIT의 연구원인 앤드류 맥아피(Andrew McAfee)와 이론가 에릭 브리뇰프슨(Erik Brynjolfsson)은 최근 이러한 현상 – 인간과 기술 발전의 기묘한 상관관계 –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얼마나 깊이가 있었는지 무려 10년이나 면밀히 관찰하고 생각하고 고민했다고 한다. 컴퓨터, 로봇, 데이터 등이 어떤 식으로 기업체를 형성하고 사업에 영향을 주는지, 사람들의 일자리 및 근무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책을 냈다. 바로 ‘기계, 플랫폼, 군중 : 디지털 미래의 고삐 풀어주기(Machine, Platform, Crowd : Harnessing Our Digital Future)’다. 앤드류 맥아피는 벌써부터 여러 강연장에서 해당 연구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따라서 스스로 책의 스포일러이자 미리보기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강연에는 구글의 알파고와 한국과 중국의 최고 바둑기사의 대전 이야기와 우버나 에어비엔비와 같은 기업들의 성공 비밀이 담겨있기도 하다. 모두 이 둘이 지난 10년 동안 집중 탐구한 주제들이다. 물론 민감한 기업 기밀은 빠져있다.

여기서 책 광고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 책의 저자들도 그렇고, 그 책을 파는 아마존도 그렇고, 한결 같이 강조하는 점은 딱 하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제 소비자나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려면 디지털 기술을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든지, 이해하든지, 누릴 줄 알든지, 아무튼 디지털을 모른 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미래가 가까워졌다.

저자들은 지금 이러한 시대를 ‘신기계시대(2nd Machine Age)의 2단계’라고 표현한다. “1단계에서 기계들이 인간들이 ‘여태껏 할 수 없는 일들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습니다. 2단계에서는 사람들이 이러한 강력한 기계들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똑똑한 기기들로 넘쳐나게 되었죠. 그 기기들은 서로에게 전부 연결되어 가고 있고요.”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그런 기계들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이건 보다 전통적인 것들이어야 한다. 신기술에 신기술을 짝 지워줄 수는 없으니까. 가장 유력한 것이 사람의 ‘생각’이다. 사람의 마음과 기계의 지능이 합쳐진다니, 얼마나 이상적인가. 게다가 이는 이미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구현되고 있다. 현재는 기계가 속도를 담당하고, 사람이 판단을 담당하는 형태다.

예전의 IT 솔루션 제품들은 플랫폼을 짝으로 삼았다. 이 플랫폼을 통해 기능을 발휘하며 사람들을 도왔다. 그러나 이제 기업들은 지적 재산, 기업만의 작업 프로세스, 노하우, 경험 등 안으로 꽁꽁 싸매두었던 핵심 가치들에 대한 짝꿍을 찾아야 하는 때가 되었다. 두 전문가는 ‘군중’이 그 짝이라고 설명한다. 기계들이 이미 충분히 크게 이루어 놓은 ‘기술적 군중’을 말한다. 우리가 여태껏 사업 활동을 하면서 지켜왔던 것들을 기계와 기술의 힘으로 세상에 풀어놓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가치들을 기계들이 발휘할 것이니, 사람은 정말 직장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두 전문가는 ‘기계가 인간의 가장 능숙한 도우미’가 될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체자로서의 기술이 아니라 조력자로서의 기술 연구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에 맞물려 있다.

브리뇰프슨과 맥아피는 “신기술이 나온다고 낡은 것을 무조건 배척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대가 발전할 때, 뒤늦게 발굴되는 옛 가치도 있고, 모든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남는 가치라는 것도 있는 법이죠. 인간이 가진 능력,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부터 느끼는 만족감, 조직으로서 발휘되는 시너지 등은 기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라지지 않을 가치이자 기업의 핵심 이슈일 겁니다. 신기술로 사업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옛것’들에 대한 검토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요는 균형이죠.”

기술은 툴일 뿐, 찬양의 대상이 아니라고 작가들은 강조한다. “인간의 현명함은 도구를 도구로 구분할 때 발휘됩니다. 망치나 인공지능이나 우리에겐 똑같은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망치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지 못해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고요.”

글 : 제임스 코놀리(James Connolly)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Copyrighted 2015. UBM-Tech. 117153:0515BC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관 뉴스

헤드라인 뉴스

TOP 뉴스

이전 스크랩하기


과월호 eBook List 정기구독 신청하기

    • 아마노코리아

    • 인콘

    • 엔텍디바이스코리아

    • 핀텔

    • KCL

    • 아이디스

    • 씨프로

    • 웹게이트

    • 씨게이트

    • 하이크비전

    • 한화비전

    • ZKTeco

    • 비엔에스테크

    • 엔토스정보통신

    • 원우이엔지

    • 지인테크

    • 홍석

    • 이화트론

    • 다누시스

    • 테크스피어

    • 경인씨엔에스

    • 슈프리마

    • 인텔리빅스

    • 시큐인포

    • 미래정보기술(주)

    • 비전정보통신

    • 지오멕스소프트

    • 트루엔

    • 인터엠

    • 세연테크

    • 성현시스템

    • 한국아이티에스

    • 케비스전자

    • 아이원코리아

    • 다후아테크놀로지코리아

    • 한결피아이에프

    • 스피어AX

    • 동양유니텍

    • 투윈스컴

    • TVT코리아

    • 프로브디지털

    • 위트콘

    • 포엠아이텍

    • 넥스트림

    • 페스카로

    • 아우토크립트

    • 신우테크
      팬틸드 / 하우징

    • 에프에스네트워크

    • 네티마시스템

    • 케이제이테크

    • 알에프코리아

    • (주)일산정밀

    • 아이엔아이

    • 미래시그널

    • 새눈

    • 창성에이스산업

    • 유투에스알

    • 제네텍

    • 이스트컨트롤

    • 현대틸스
      팬틸트 / 카메라

    • 지에스티엔지니어링
      게이트 / 스피드게이트

    • 주식회사 에스카

    • 에이앤티글로벌

    • 모스타

    • 한국씨텍

    • 넥스텝

    • 레이어스

    • 구네보코리아주식회사

    • 에이티앤넷

    • 티에스아이솔루션

    • 엘림광통신

    • 보문테크닉스

    • 포커스에이아이

    • 메트로게이트
      시큐리티 게이트

    • 휴젠

    • 신화시스템

    • 글로넥스

    • 이엘피케이뉴

    • 세환엠에스(주)

    • 유진시스템코리아

    • 카티스

    • 유니온바이오메트릭스

Copyright thebn Co., Ltd. All Rights Reserved.

MENU

회원가입

Passwordless 설정

PC버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