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길 역시 무시할 수 없어...사람과 기계의 조화 고심해야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인공지능은 대중문화 속에서 아직은 악당일 때가 많다.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얼마나 잔인무도한가. 그러나 현존하는 인공지능들을 이런 드라마틱한 모습과 상당히 다른, 꽤나 지루한 기계 본연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요즘 핸드폰들에 달려 있는 음성 인식 인공지능을 떠올려보라. 이들과 진심으로 재미있게 대화를 주고받아본 경험이 얼마나 되는가 말이다. 인공지능이 상용화 되면 될수록 인식이 변하긴 하겠지만 아직까지 인공지능은 ‘극악무도’라기보다 ‘충성스러움’에 가깝다.

[이미지 = iclickart]
이런 인공지능은 은행 및 금융 산업에서 커다란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예견된다. 글로벌 컨설틴 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가 600명의 은행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9%가 AI의 금융가 혁신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고객과 은행 간 소통 및 거래 방식에서 큰 차이가 생길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76%는 3년 안에 고객과 은행 사이에 인공지능이 반드시 개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71%는 브랜드 가치가 인공지능에 달려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도 했다.
인공지능은 크게 세 가지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언어 처리 기술, 컴퓨터가 새로운 정보와 기존 정보를 비교해가며 ‘패턴’을 찾게 해주는 머신 러닝 기술, 개인화된 조언을 제공해주는 전문가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개를 합치면 가장 이상적인 인공지능 활용 시나리오가 나온다. 기계가 학습을 통해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처리해 최적의 결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를 금융 업계로 가져가보자. (이미 많은 은행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은행은 보통 각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는 ‘지점’들과 뒷단의 일들을 처리하는 ‘본사’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 두 요소 모두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도 첸나이에 지점을 두고 있는 시티유니온뱅크(City Union Bank)를 한 번 보도록 하자. 여기에는 락시미(Lakshmi)라는 로봇이 설치되어 있다. 이 로봇은 고객들에게 현재 잔고 상태와 대출 이자율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도쿄의 미쓰비시 UFJ에는 나오(Nao)라는 로봇이 고객들의 표정과 행동을 분석하며,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소통을 시작한다. 인공지능의 가장 ‘가시적인’ 활용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은행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캐피탈원(Capital One)은 아마존의 알렉사(Alexa) 인공지능을 통해 고객들이 계좌를 확인하고 신용카드를 통해 쓴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국의 HSBC 역시 ‘가상의 온라인 보조자’인 올리비아(Olivia)를 만들어 고객들이 편하게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 역시 뉘앙스(Nuance)사가 개발한 가상 조수인 니나(Nina)를 도입해 고객들이 이체 및 송금을 음성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국영은행인 RBS 역시 고객 서비스 전용 팝업 윈도우인 루보(Luvo)를 개발해 간단한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최신식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제 시작일뿐’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금융업계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건 방금 열거된 서비스 이상의 것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은행들은 조만간 대출 업무도 인공지능으로 활용할 것이며, 고객들의 ATM 기기 활용도를 조사해 더 빠르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즉, 인공지능과 결합했을 때 은행의 금융 서비스는 궁극의 개인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계좌 입출금 상황을 조사해 월급이 올랐음을 자동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예산 계획을 세워줄 수도 있고, 노후를 위한 최적의 대비책을 마련해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기저귀를 처음 구매한 걸 알아차린 인공지능이 학비 마련을 위한 저축 계획을 세워줄 수도 있다.
이렇게 여태까지는 은행에서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았던 정보들까지 다량으로 처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은행은 고객 자신이 필요하다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금융 산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액센츄어의 조사에서 67%가 “고객들의 필요를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잘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기능 위주’의 변화에서 ‘인간적인 어루만짐’을 놓치지 않는 것도 은행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다. 인공지능이 담당할 수 있는 건 고객들의 거래 및 상담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지, 심리적인 만족감이나 안정감 충족은 사람 대 사람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자금 운용 계획을 곧이곧대로 실천하는 고객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와는 별개로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모든 ‘서비스업’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
그러므로 금융 산업의 기업들이나 은행들은 다음 세 가지를 따라 인공지능을 도입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1) 고객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활용토록 하는 데에 있어 명확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해당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방침이 만들어져야 한다. 2) 이런 작업을 실행하려면 전문 팀이 구성되어야 한다. 남는 시간에 설렁설렁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인공지능 활용 기획팀을 만들라. 3)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기기들의 인지 프로세스를 탐험하기 위해서 ‘실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 환경 안에서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업무를 익힐 수 있게 하라.
글 : 알란 맥킨타이어(Alan McIntyre)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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