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성기노 객원기자] 출입국 관리는 한 국가의 ‘문’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그 중요성과 상징성이 남다르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2016년도 출입국기관장 및 해외주재관 회의’를 열고 공항만 출입국 심사 및 보안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법무부는 현 시국을 악용한 국제테러분자 등의 입국 가능성에 대비하고, 외국인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는 등 국민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이어지면서 국가 안보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나온 법무부의 엄정한 공항만 출입국 심사 강화 조치 발표였다.
하지만 법무부의 엄정 관리가 발표된 이후,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뒤늦게야 불거진 것이다. 실종 신고된 한 지적장애인 여성이 남친 여권을 들고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출국심사대를 유유히 통과해 오사카까지 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법무부는 허술한 출입국관리 체계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일본까지 이 여성은 일본 입국심사대에서 발견돼 한국으로 송치되는 해프닝을 빚었다.
법무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월 13일 오후 2시쯤 지적장애인 A모(25.여) 씨가 남자친구 B모(35) 씨의 여권과 탑승권을 들고 일본 오사카행 선박에 탑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출국 심사과정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심사대를 통과한 뒤 배를 타고 일본 오사카항에 도착, 입국심사 중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A씨는 경찰에 실종 신고된 상태였지만, 출국심사 요원들은 이를 가려내지 못했다. 남자 여자도 구분하지 못하고, 더구나 실종신고까지 된 사람을 버젓이 일본으로 출국시킨 것이다. 실로 눈뜬 장님 같은 공무원의 어이없는 실수다.
더욱이 지난해 9월 발생한 사건이 최근에야 밝혀져 은폐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국가의 관문인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 정도로 근무기강이 해이해졌는데, 다른 국가중요시설은 어떨지 뻔하다는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A씨의 행적은 도일 중 선박 내에서 자신의 촬영 사진을 가족에게 보내면서 추적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해명도 가관이다. 당시 크루즈 선박이 들어와 혼잡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출입국 절차가 대부분 승객이 몰려드는 것에 대비해 인력배치를 하는 등 준비를 하는데, ‘혼잡한 상태’에서 실수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성적표 조작 들통을 우려한 한 중학생이 부산항 내를 4시간 동안 휘젓고 다니다 일본행 여객선 탑승 직전 붙잡히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또 1년 뒤인 2016년 7월에는 부산 거주 중국인 유학생이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채 출입국 심사를 통과해 물의를 일으켰었다.
당시 경찰은 관련 기관에 보안대책 강화를 촉구했었으나 법무부의 안일한 항만 입출국 관리는 계속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20명 규모의 보안관리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전 세계적으로 테러의 위험이 급증하고 있지만 밀입국 사례나 테러분자들의 국내 잠입 등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인력을 증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력을 1000명을 투입해도 한명 한명의 보안의식이 해이해져 있으면 1명의 밀입국자도 막을 수 없다. 보안은 숫자나 규모가 아니라 인적자원의 끊임없는 경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성기노 객원기자(kin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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