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추진단 만들고 전국 담당 공무원의 교육 실시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5월 19일)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통과한 후 신속한 조치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 추진단’ TF(이하 추진단)를 결성하고, 지난 10~11월 17개 시·도, 226개 시·군·구와 3,496개 읍·면·동의 주민등록 담당 공무원 약 4,000명이 참여한 담당자 교육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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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 추진단. 좌측부터 김철하 팀장, 하민상 부단장, 단장을 맡고 있는 채홍호 자치제도정책관, 김영석 사무관
실제로 국민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아직 약 7개월(2017년 5월 30일) 남았지만, 신청한다고 다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궁금해 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 현재 추진단이 결성되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실제 변경 심사를 하고 기준을 만드는 것은 ‘변경위원회’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일정한 요건을 구비한 경우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기관의 심사를 거쳐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2015. 12. 23) 취지를 고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의가 가능하도록 변경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했으며, 위원장과 위원의 2분의 1 이상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했다. 다만 아직 변경위원회가 구성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심사 규정이나 기준이 완성되지 않았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위한 4가지 단계
추진단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크게 4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주민등록 변경 요건 충족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해 생명·신체·재산·성폭력 등의 피해 또는 피해 우려자가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은 확실하지만, 피해 우려자의 경우 요건을 충족했는지가 불분명하다.
추진단은 정확한 요건은 변경위원회에서 정할 것이라면서도, 실제로 피해를 입을 뻔 했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와 개인정보로 인해 보이스피싱 공격을 받을 경우,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등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피해 우려의 경우에도 한 두건이 아닌 그 이상이 되어야 입증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바로 신청 방법이다. 주민등록법상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은 시장과 군수, 구청장 등에게 할 수 있지만, 조례에서 이러한 업무를 읍면동에 위임을 한 상태다. 즉, 민원인은 주소지의 읍면동 주민 센터에 가면 신청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행자부는 지난 10~11월 전국 4,000여명의 공무원들을 모두 모아 교육을 실시했다.
민원인이 변경 신청을 하면 해당 공무원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에 변경결정 청구를 하는 데 이게 바로 세 번째 단계다. 변경위원회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심사를 하게 되고, 그 결과를 6개월 안에 해당 공무원에게 통보하면, 다시 민원인에게 통보된다. 심사결과는 총 3가지인데, 각하와 기각, 인용이다. 쉽게 설명하면 각하와 기각은 변경 불가, 인용은 변경 가능이다. 인용판결을 받으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7개 중 성별을 뜻하는 맨 앞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6자리를 바꿀 수 있다.
마지막 4번째 단계는 심사결과에 불복한 민원인이 30일 이내에 다시 재심사를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변경신청 자체가 횟수나 기간제한이 없기 때문에 민원인은 신청요건을 충족하면 언제든지 심사를 다시 청구할 수 있다.
바뀐 주민등록번호, 공공기관은 자동으로 변경
그렇다면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후 사용은 어떻게 하게 될까? 우선 정부기관끼리는 해당 정보를 공유해 자동으로 변경하게 된다. 특히, 정부기관은 세금이나 국방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보공유가 시급하다. 때문에 정부는 이미 연동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정부기관을 제외한 공공기관 등도 연동에 대해서 논의 중이다.
다만 금융권을 포함한 민간부분은 아직 계획에 없다. 즉, 민원인이 직접 다 바꿔야 한다는 소리다. 언뜻 매우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어서 바꿔준 주민등록번호를 다시 민간 기업에 노출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개인정보가 유출된 대부분의 사건이 민간 기업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간다. 또한, 민원인 입장에서도 반드시 자동적으로 바꾸는 것을 반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민원인이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추진단의 김철하 팀장은 “주민등록번호를 1968년에 도입한 후 처음 변경제도를 시행하는 것인 만큼 조건이 까다로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많은 사례들이 쌓이면 결국 국민들이 쉽고 편하게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지금의 개명제도처럼 말이다. 다만 김 팀장은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을 특정하는 개인정보 중 가장 중요한 정보이니만큼 신분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추진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하민상 서기관은 “법령정비와 변경위원회 구성, 사무국 구성까지가 추진단의 업무이고, 이후 사무국이 완성되면 추진단 업무가 사무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면서 “내년 3월에 발족되는 변경위원회가 빨리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추진단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는 아직 준비 중이다. 다만 이미 TF 형태로 추진단을 만들어 다방면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민원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는 민간인 출신의 위원들을 위촉하는 등 내년 5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철저하게 준비 중인 만큼 큰 혼란 없이 빠르게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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