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최윤정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과장] # 아침 7시, 깜깜했던 방이 환해진다. 내 생체리듬에 맞춰 스마트하우스의 인공지능이 나를 깨운다. 졸린 눈을 비비는 사이 3D 프린터에서 개인의 건강상태와 체격조건을 고려한 음식과 의상이 출력된다. 3시간 후에 런던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 준비를 마치고 문 앞에 대기 중이던 개인 맞춤형 이동수단을 타고 진공관 열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향한다.

헐리우드 영화 같은 상상이지만 2045년에는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에 따르면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2017년에 324억 달러에 달하고, 2036년에는 약 100조 개의 센서가 사물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ICT 기술의 발전은 제조, 교육, 의료, 복지, 서비스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것이다.
신규 ICT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외 주요 동향
(1) 미국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신규 ICT 기술 및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먼저 미국은 2013년부터 ‘스마트 아메리카 챌린지(Smart America Challeng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백악관의 대통령 혁신 전문가 프로그램(White House Innovation Fellow Program)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도시 일자리 확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경제 개선, 사람의 생명 구호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2015년에는 ‘국가혁신전략’ 개정안을 발표하고 스마트시티, 첨단자동차, 차세대컴퓨팅, 첨단제조 등 9개 전략분야에 대한 비전 및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
(2) 유럽연합(EU)
유럽연합(EU)은 2014년부터 지속적 경제성장 및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해 ‘Horizon 2020’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IT, 나노, 첨단소재, 생명공학 등 주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술의 탁월성 및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 4월 ‘디지털 단일화 시장전략(Digital Single Market Strategy)’에서 사물인터넷을 EU의 글로벌 핵심역량으로 채택하기도 하였으며, 올해부터는 ‘Horizon 2020’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빅데이터 혁신기술 발굴을 위한 사업을 5년간 추진할 예정이다.
(3) 일본
일본의 경우, 2009년에 ‘i-Japan 2015 전략’을 통해 미래 디지털 안전 사회 구현을 위한 기술로 사물 인터넷 분야를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일본재흥전략’, 2014년 ‘산업경쟁력 강화에 관한 실행계획’, 2015년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신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는 독일, 미국과는 달리 전 산업을 대상으로 사회 모든 부문에서 IT와 로봇을 활용하는 ‘소사이어티 5.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2016년부터 5년간 약 26조 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4) 우리나라
우리나라 역시 신산업 육성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3년 ‘제5차 국가정보화 기본계획’, 2015년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 종합실천계획’ 등을 통해 정보화 선도 사업 및 유망업종으로 사물인터넷, 지능형 로봇 등 주요 ICT 분야를 선정하고, 창조경제 대표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분야별 추진전략 및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경제여건 평가 및 정책 대응방향’을 통해 사물 인터넷, 스마트카, 바이오 등의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신산업 육성 펀드를 통한 투자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것을 밝혔다.
국내 개인정보보호 체계에 대한 평가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관련 규제 수준이 상당히 높은 나라로 꼽힌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1~2년 간격으로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졌고,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정부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규제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분야별 개인정보보호 법제가 존재하고 법령별로 소관부처가 존재한다.
신규 ICT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커질수록 높은 수준의 규제 체계에 대한 개선을 주문하는 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개인정보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이런 논란이 더욱 거센 상황이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신규 ICT 산업에서 개인정보, 위치정보는 하나의 ‘핵심자원’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 법제도 체계에서는 해당 정보들을 활용하기 전에 반드시 정보주체에게 수집 항목 및 목적 등을 고지하고, 개인정보 수집 이용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주민등록번호 등의 고유식별정보는 물론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 역시 개인정보로 정의하고 있어 개인정보의 범위 역시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여지가 많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라고 하더라도 개인을 식별하거나 개인정보와 결합될 가능성이 있다면 개인정보로 판단될 수 있는데, 웨어러블, 클라우드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IT 서비스가 확산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개인정보의 범위는 무제한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산업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패러다임의 변화 및 정책 추진방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스마트카 등 신규 ICT 기술은 산업, 기술 간의 경계를 넘어 융·복합되는 특성을 보인다. 단일 산업과 기술을 전제로 만들어진 현 체계에서 신산업의 발전과 관리를 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금년부터 신규 ICT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안전한 개인정보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주요 추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하여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의 개선을 추진 중이다. 개인정보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여 사업자·이용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법령 해석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개인정보의 비식별화 조치 근거를 신설하고, 비식별화된 정보는 일정범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다만, 비식별화된 정보의 활용은 재식별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며, 위반시 엄격한 처벌 조항을 두는 등 해당 정보가 재식별화되어 이용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의 발전이 저해되지 않도록 사전동의를 받는 것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후거부(Opt-out)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최근 주요국에서는 자국민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규제를 적극 활용 중이며, 특히 EU는 개인정보의 국외이전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EU 진출 활성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국가간 교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보호 수준에 대한 격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 인증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부처간 통일된 기조 아래 관련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현장의 혼선을 줄이고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사회적 합의’, 그리고 ‘신뢰’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규제 프리존 특별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규제’에 익숙한 정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적인 논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는 강력하지만,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부족한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함으로써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고, 이렇게 만들어진 정책을 사업자 스스로 준수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 처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함으로써 고객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이것은 해당 기업, 나아가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글_ 최윤정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과장(gracechoi@kc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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