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핀테크 시장, 안전과 편리성 쫓는 바이오인증과 핀테크의 결합
[보안뉴스 문가용] 손가락 지그시 눌러 구매를 완료하고, 셀카를 찍고 전송해 결제를 마무리 한다는 미래 청사진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 새로운 시장과 경제 성장 동력으로서 바이오인증과 핀테크가 갑자기 주목 받고 있는데 실제 생활을 둘러보면 아직도 먼 이야기 같다. 현재 해외 시장에서는 바이오인증과 핀테크의 결합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된 것일까?
핀테크와 바이오인증의 결합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컨퍼런스가 열린다, 박람회가 열린다, 어디 은행에선 이미 암호체계가 바뀌었더라, 어떤 사람은 심지어 몸에 칩을 박았다더라, 소식의 조각들은 황사처럼 날아와 귓가에서 윙윙대는데, 우리는 아직도 은행에 가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인증서 암호를 수차례 입력해야 슬픈 잔고를 확인하고 가슴 저린 송금을 마친다.
아직 한국이라서 그런 걸까? 해외에선 누구나 암호 입력 없이, 사기 위험 없이 하하호호 행복하게 셀카를 찍으며, 손가락을 살포시 전화기 화면에 대면서, 혹은 가끔 망막 스캔을 받으며 금융 거래를 할까? 6월 말부터 해외 시장에서 있었던 바이오인증 기술과 핀테크의 만남 소식을 날짜순으로 모아보았다.
6월 29일 : 웰즈파고은행
미국의 민간 상업 은행으로 1852년에 창립되었으며 특히 소매 금융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웰즈파고은행(Wells Fargo)이 음성 및 얼굴인식 인증 기술과 모바일 금융거래 기능을 실험적으로 합쳤다. 단, 웰즈파고은행과 모바일로 거래를 하는 것은 아이폰에서만 가능하다. 이번에 실험하는 인증 시스템은 사용자의 목소리와 얼굴, 기기 등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인증하며, 2016년까지 모든 모바일 거래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6월 29일 : 센테니얼
2003년부터 클라우드 기반 지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센테니얼(Sentenial)은 우리나라에서는 좀 희귀한 SaaS 방식의 지불 솔루션 제공 회사다. 많은 은행 및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들의 모바일 금융 활동을 돕는다. 이 회사에서 누아페이(Nuapay)라는 지불 솔루션을 새롭게 런칭하면서 내추럴 시큐리티 얼라이언스(Natural Security Alliance)의 강력한 바이오인증 표준을 적용했다. 내추럴 시큐리티 얼라이언스는 2008년에 은행들과 상가들, 생산자들이 모여서 출범시킨 유럽의 협회로 거래 시 인증문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은행들과 기업들이 여기서 만든 표준을 따르고 있다.
6월 29일 : 아이덱스
노르웨이에서 1996년에 창립된 바이오인증 전문 기업인 아이덱스(IDEX)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지불 솔루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파트너십 체결의 주요 목적은 세계 전체에서 통용이 가능한 바이오인증 지불카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아이덱스는 지문 인식에 특화되어 있으며 현재 자신들의 특기를 모바일 기술과 접목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업이 어디일까 궁금하다. 세계적인 지불 솔루션 제공업체라고 하니 혹시 페이팔?
6월 30일 : BBVA
다국적 은행인 BBVA의 볼리비아 지부가 페이스파이(Facephi)라는 스페인 얼굴인식 기술 연구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얼굴인식 인증 기술을 모바일 사용 고객들에게 도입하기 위함인데, 처음에는 연금 수급자들에게만 이를 적용하고 점차 일반 사용자들도 포함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페이스파이의 성장 전략에 있어서도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고 한다.
7월 1일 : 마스터카드
마스터카드 역시 얼굴인식 인증 기술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마스터카드를 이용해 온라인 구매를 할 경우 지문인식과 함께 사용자를 인증한다. 현재 500명의 대단히 적은 규모의 사용자들에게만 이 정책을 적용하고 있으며 아직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어떤 시점에 가서는 이를 전면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마스터카드라는 이름의 무게감 때문인지 일반 시사매체에서도 크게 다뤘다. 이를 위해 마스터카드는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 블랙베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7월 2일 : 디지털 인사이트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뱅킹 솔루션 제공업체가 있다. 많은 은행과 금융기관에서 디지털 인사이트의 솔루션을 사용하는데, 아이베리파이(EyeVerify)라는 바이오인증 기술개발 업체에서 디지털 인사이트 솔루션을 사용하는 모든 인행 및 금융기관에 바이오인증 기술을 제공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모두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다. 회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베리파이의 솔루션은 안구/망막을 사용해 사용자 인증을 진행한다. 하지만 당장은 이 기술을 각 금융기관의 시스템 및 환경에 맞게 설정해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되지는 않고 있다.
7월 9일 : MACU
마운틴 아메리카 크레딧 유니온(Mountain America Credit Union, MACU)은 미국의 신용협동조합으로 다단계 바이오인증 기능을 도입했다. 안구/망막 인증이나 지문 인증 혹은 둘 다 사용해 고객이 MACU의 모바일 앱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기술을 제공한 건 액세스 소프텍(Access Softek)이라는 모바일 뱅킹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와 위에 언급된 아이베리파이라는 바이오인증 업체다. 현재 MACU에서는 실험단계에서 이 앱을 사용해볼 사용자들을 모집 중에 있다.
7월 12일 : 나이지리아중앙은행
나이지리아중앙은행에서도 은행인증번호 등록 기간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오인증에 참여하고 싶은 은행 고객들을 모은 건데, 원래 마감이 6월 30일이었지만 신청자가 부족했는지 이를 10월 31일로 연장했다. 나이지리아중앙은행은 사용자 인증에 얼굴인식 기술, 양 엄지손가락 및 둘째손가락 지문과 그밖에 다른 신체적 특이사항에 관한 정보를 사용한다고 한다.
7월 13일 : 페이오닉스
호주의 지불 관련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개발업체인 페이오닉스(PayOnyx)와 지능감시, 이미지 분석, 컴퓨터 비전 기술 개발업체인 이마구스(Imagus)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파트너십에서 집중하고 싶어 하는 건 셀카를 찍어서 얼굴을 인증하는 기술로 마스터카드가 현재 5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전자상거래, 모바일상거래, POS, ATM 거래 등 전방위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7월 13일 : 마스터카드
마스터카드는 여러 각도에서 바이오인증을 결합해보고 있다. 브라운리서치(Braun Research)라는 회사와 손을 잡고 ‘안전과 보안에 관한 정서 조사’라는 걸 진행했는데, 설문에 응답한 미국인 중 67%가 바이오인증이 뭔지 알고 있으며 82%는 비접속 방식 결제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중요한 건 83%의 응답자가 새로운 보안 기술, 즉 바이오인증과 결합한 핀테크의 도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건데, 소비자의 정서를 직접 찌르고 들어간 이 설문 결과는 앞으로 바이오인증 및 핀테크 쪽으로 출발하려는 많은 개발자들과 기업인들의 희망이 될 듯 하다.
7월 14일 :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의 은행인 메이뱅크(Maybank)는 퀵 터치(Quick Touch)라는 서비스를 통해 바이오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고객들이 지문을 가지고 인증절차를 통과한 후 잔액을 확인할 수 있게 한 것. 메이뱅크의 경우가 특이한 건 바이오인증 방식을 특정 샘플 고객들에게만 적용하는 대신 복잡한 거래를 못하게 막아놨다는 점으로, 인증 자체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빨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다만 애플사의 기기들에서만 적용이 되는 점이 한계점이긴 하다. 물론 이 또한 앞으로 보강 예정이다.
7월 14일 : NXD-ID
넥스트아이디라는 곳에서 행동인증에 기반한 지불 시스템을 개발해서 특허를 냈다. 사용자가 취하는 행동, 말하는 소리, 그밖에 특이한 행동 패턴을 센서로 인식한 데이터에다가 신체적 특징을 결합해(바이오인증) 사용자를 인증하는 방식이다. 넥스트아이디 측은 이것이야말로 보안과 편리를 다 잡는 방식이라며 홍보를 하고 있지만 아직 금융기관과 손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좀 더 안정성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7월 15일 : 호주 국세청
호주 국세청도 바이오인증을 도입했다. 주인공은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Nuance Communications)의 음성인식 기술. 전화 안내 서비스를 주로 하는 호주 국세청의 업무 환경 상 이는 적절한 선택이라는 평이다. 실제로 콜센터에 이 기술을 배치해 운영하려는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음성인식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마련을 목적으로 일반 대중들의 목소리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미 76만명이 가입한 상태다.
Summary
현재 금융기관의 고객들 사이에서 상용화된 바이오인증 기반 핀테크 기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해외의 금융기관들은 바이오인증 기술 개발업체 등과 활발한 파트너십을 맺는 중이다. 즉, 지금은 실험 단계라는 것. 특이한 건 파트너십은 많은데 M&A는 없다는 것으로 금융 산업은 M&A가 활발한 IT 산업처럼 보안 기술을 자기 안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듯하다. 또한 바이오인증 기술 중에서도 보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러 모로 ‘과도기’라는 말이 적합하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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