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국회 문턱 못 넘은 민간조사업법, 이젠 해법을 찾아야 할 때 [인터뷰] 법무법인 한결 박상융 변호사
[보안뉴스 원병철] 여름휴가하면 생각하는 것이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공포영화, 그리고 탐정소설이다. 특히, 탐정은 소설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탐정은 대부분 해외에 국한돼 있으며,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가 법적으로 탐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조사업(탐정)에 대한 법안은 지난 10년간 꾸준하게 국회에 상정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해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탐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법무법인 한결의 박상융 변호사를 만나 현 상황을 집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법무법인 한결 박상융 변호사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변호사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 19기로 수료한 후, 군검찰관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던 중 1993년 10월 특채로 경찰에 투신, 2002년 총경을 거쳐 2013년 6월 평택서장으로 정년퇴임한 후, 현재 법무법인 한결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Q. 얼마 전 윤재옥 의원의 민간조사업 도입관련 학술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피력하셨는데요.
현재 민간조사업은 관리·감독기관을 경찰청에 두자는 안과 법무부에 두자는 안이 대립되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측 주장은 민간조사업 업무가 경찰유관 업무가 많아 경찰청이 관리감독을 해야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법무부 측 주장은 관리감독을 경찰청에 둘 경우, 경찰과의 유착비리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은 법무부는 검찰업무가 주이므로 경찰수사와 관련된 업무가 많은 민간조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경찰과의 유착비리는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경찰이나 법무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오히려 유착이 생기지 못하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Q. 그렇다면 변호사님께서 보시기에 법안이 통과되려면 어떤 것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우선 설립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조사관 자격과 자본금 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둘째는 문제가 되고 있는 관리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정해져야 합니다.
단순히 감독기관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경찰청에서는 어느 기능에서 관리감독을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관리감독을 할 것인가를 정하고, 법무부 역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해 서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민간조사원이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처벌규정으로 허가정지, 취소로 할 것인지 혹은 면허정지, 취소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아울러 손해발생의 경우 고객 피해배상을 위한 공제조합도 추진되어야 합니다.
Q. 민간조사업과 관련해 법조계와 경찰에서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변호사협회에서 반대했습니다. 민간조사업이 자칫 심부름센터, 해결사 등으로 전락되어 불법 양성화 될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반대로 경찰은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경찰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민간과의 협력치안의 필요성이 절실한 입장에서 도입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다행이 지금은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찰관의 퇴직 후 복지후생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검찰과 법원직원은 퇴직 후 법무사를 할 수 있지만, 퇴직 경찰관은 별도의 자격증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동안 쌓아온 경찰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취업보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민간조사업이 성행하고 있고,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없다는 점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해외에서는 민간조사업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는 지역경찰에서 면허를 부여해 사립탐정 사무실이 운영됩니다. 유관업무 종사 경험만 있으면 자유롭게 사무실을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법으로 운영하는 경우에는 경찰에서 면허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민간조사업법과 관련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한정된 경찰력만으로는 치안 확립이 어렵습니다. 실종자 찾기, 수배자 검거, 범법자 적발, 수사단서 확보와 아울러 민간 기업에서도 내부비리 적발조사와 관련한 증거수집 등에 있어서 민간조사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경찰청에서도 적극적으로 공청회와 직원 워크숍 등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경찰과 민간조사협회, 실종자 가족협회 등과의 민·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합니다.
최근 범죄는 국제화되고 조직화되고 기동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부족한 경찰력으로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해외와 연관된 범죄, 예를 들면 피싱 등의 사건에서는 민간조사원의 힘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지금도 민간조사가 필요한 시민들, 미아·실종가족을 찾는 분들이나 공소시효가 임박해 별도의 수사력이 시급한 사람들, 혹은 보험사기 피의자 등은 애타게 민간조사업법이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찰과 법무부 역시 민간조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만큼 보다 법안이 통과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원병철 기자(sw@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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