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도시락] 예고편: 쉬운 세계 보안이야기 꾹꾹 담아

2015-01-3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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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에서의 보안 고민 시작

[보안뉴스 문가용] 난 도시락 세대다. 그러나 먹어본 경험만 잔뜩이지 싸본 기억은 희박하다. 어쩌면 ‘도시락 세대’라고 자기 자신을 묘사할 자격이 있는 건 매일 아침 일어나 집안 형편이 허락하는 내에 다양한 버전의 도시락 싸기를 매일 구사해야 했던 우리 어머님들일지도 모르겠다. 12시 땡 치면 편하게 도시락 뚜껑 열고 입 놀리기 바빴던 자식들이 무슨 도시락 세대. 아, 또 김치야, 라고 배부른 소리하지나 않았으면 다행이지.
 


어느 사무실이나 직원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도시락을 싸오는 자와 나가서 사먹는 자다. 사무실 안 파티션을 초월하는 이 거대한 정오의 카테고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견고한 벽이 존재한다. 보통은 나가서 사먹는 부류에 속한 내가 그 두터운 벽을 넘어 도시락 싸오는 무리에 섞여든 적이 몇 번 있다. 지금 생각해도 실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과 같은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밥을 먹는 내내 난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그건 며칠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 정말이다 - 난 그 거대한 벽을 넘을 수 없어서 도시락 싸기를 그만두고 다시 식당가로 복귀했다.

분명히 나랑 같이 일하고 같이 사업을 도모하는 사람들인데 왜 이토록 점심시간엔 다른 것일까. 그 며칠 간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먼저 이 도시락파들은 굉장히 수다스러웠다. 밥을 먹는 건지 말을 먹는 건지, 아니면 어디 일반인들이 모르는 섭취 기관이 따로 있는 건지 신입직원을 빼놓고는 전부 ‘밥 한 톨에 음절 하나’의 규칙을 가진 것처럼 시끌시끌했다. 사먹는 이들이 가끔 배달 음식을 시켜서 같은 공간에서 똑같이 취식행위를 해도 이런 분위기는 좀처럼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대부분이 음식, 더 정확히 말하면, 요리에 관한 것이었다. 학창시절 다 지났는데도 여전히 어머니가 싸신 도시락을 가져온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스스로 싼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음식에 대해 할 말들이 많았다. 주말에 집에서 치즈를 만들고, 새로운 샌드위치 속을 개발하고, 심지어 과일을 말리고... 이렇게 처리하면 저런 영양이 살고, 저렇게 처리하면 요런 맛을 내고... 누구는 셰프처럼 이야기하고, 누구는 거의 받아쓰기 시험 보는 표정으로 경청하고...

생각해보면 요리라는 주제는 나가서 사먹는 부류들 사이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느 집이 맛집이다, 따위의 얘기가 가장 근접할 뿐. 결국 100%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음식을 넘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도시락을 싸올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적어도 조리 과정을 보다 상세히 목격하거나 깊숙이 참여한 사람들은, 그 음식을 눈앞에 놓고서는 그 이야기를 재생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관심이 경험이 되고, 경험만한 이야깃거리가 없다.

보안, 더 넓게 나아가 안전 문제 역시 이게 적용된다. 사람들이 보안과 안전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사고가 터졌을 때라는 걸 생각해보라. 지금 왜 세계가 안전과 안티테러로 들썩이는가. 파리와 리비아의 테러 사건 때문이다. 사고가 터지는 건 좋은 경험이 아닌데 보안의 이야깃거리 역시 이런 나쁜 경험일 때가 대부분이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뺨을 맞고 나가동그라지자 어린이집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오갔다. 정말 그래야 할까. 늘 안전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위여야 할까. 화제성이란 파괴력은 보안에게는 태생부터 주어지지 않은 것일까.

그렇다고 도시락이 잠꼬대 외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득음시켜주는 파괴력이 있는 매개체는 아니다. 하필 기자가 경험한 그 사무실 그 도시락파 사람들이 굉장히 옹알이를 일찍 뗀 사람들일 가능성도 높다. 아니면 하필 그 기간에 요리라는 게 화젯거리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도시락 한 칸 한 칸에 묻어있는 작은 경험들이 맛과 영양이라는 인간의 본능과 같은 관심사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요즘 요리 관련 버라이어티 쇼가 얼마나 많은지, 또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걸 보면 먹을거리는 질리지 않는 소재임이 분명하다.

보안의 본질인 안전은 어떨까. 필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사람의 관심을 끄는 요소이기도 할까? 사고가 터지지 않는 때면 이야깃거리 자체가 증발해버리는 분야인 걸까. 도시락이 요리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통로 중 하나가 되듯, 보안도 세상을 보는 하나의 렌즈가 될 수는 없을까. 누군가는 집밥이 더 건강하다고 해도 도시락 대신 아래층 부대찌개를 택하겠지만 그렇다고 도시락의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듯,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지 못하더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 하나 더 생긴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보안이라는 우산 아래 수다를 떨 수는 없을까.

그 고민을 보안뉴스에서 매주 해보고자 한다. 중국이 기어이 해외기업들에게 ‘소스 코드까지 내놔’라고 하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쌓였는지, 승급 안 시켜줬으니 너네를 망가트릴 거라고 한 前 백악관 공보관은 도대체 어떤 힘을 미국 사회에서 실제로 가지고 있는 건지, 보안을 가지고도 할 이야기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보안이 도대체 뭐야, 라고 묻는 보안 종사자들의 가족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 하나쯤 해줄 수 있는 도시락을 싸보려 한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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