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불법복제인가, 기술개발의 시작인가
지난 6월 30일 중국산 위조 휴대폰을 들여와 국내거주 외국인들에게 정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파키스탄 귀화인이 검거된 사건이 있었다. 이 짝퉁 휴대폰은 유명상표와 홀로 그램까지 붙여 서울 시내에서 버젓이 판매되었다. 이 사건 으로 인해 중국 위조상품으로부터 아직은 안전하다고 믿어 왔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안심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산자이란 말을 아는가? 산자이는‘산적소굴’을 뜻하는 산채(山寨)의 중국말로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산 위조상품과 그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 다. 산자이는 중국 4대 고전의 하나로 꼽히는 <양산박>에서 산적들이 권력에 맞서 민초들의 뜻 을 대변했던 것에 비유해 주류문화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문화로 지지받고 있다. 물론 이에 반대 해 산자이가 중국 산업발전에 악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산자이 제품이 단순하게 디자인만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 성능이나 기술까지 모방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 기술발전의 한 형태로 보고, 오히려 이러한 산자이 제품이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에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 역시 한몫을 하고 있다.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까지
산자이 제품의 시작은 짝퉁 휴대폰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초기에는 중요부품은 밀수한 부품을 사용하고 케이스 등 기술력을 요하지 않는 부품만 만들어서 조립·판매하다가 점차 자체 부품을 늘려가며 기술력을 키워 왔다는 것이다. 이후 산자이 제품들은 단순히 모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능과 기술을 제품에 접목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시장에 등장한 산자이는 산업은 물론 문화현상으로 까지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휴대폰을 시작으로 노트북 등 IT 제품에서 자동차까지 그 덩치를 키워나갔고, 심지어는 세계적인 자동차 모터쇼인 상하이 모터쇼 에서 해외 유명 자동차 모델을 모방한 산자이 자동차를 선보였다. 또, 초코파이 같은 식품은 물론 심지어는 중국최대의 TV 프로그램인‘춘절만회’를 베낀‘산자이 춘완쇼’까지 등장하는 등 중국의 생활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산자이는‘값도 저렴하면서 성능도 뛰어난 국산 제품’이라는 인식을 얻으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겹치면서 산자이 제품의 매출은 계속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관세청은 수출입단계에서부터 중국의 위조상품 유입을 철저하게 막겠다고 선언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짝퉁제품 밀수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중국에서조차 찬반양론에 혼란스런 산자이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그 정당성에 대한 판단이 아닌 산자이로부터의 피해를 막는 것이다.
<글 : 원 병 철 기자>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제151호 (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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