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이나 디딤돌이냐...미리 대처하기 나름
[IP NEWS=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최근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애플워치 이용자를 위해 재설계된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선보인다고 한다. 애플은 재설계된 이 기능이 지난 14일부터 일부 애플워치9과 10, 애플워치 울트라2 이용자에게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왜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재설계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애플은 지난 2023년 10월 26일 의료기술 업체 마시모(Massimo)와 이 기술 관련 특허 소송에서 패한 바 있다. 애플이 마시모의 혈중산소측정 기술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이 최종 판단한 것.

▲마시모 특허 대표도면 [자료: USPTO]
마시모의 특허 10,912,502의 제22항 및 제28항과 특허 10,945,648 의 제12항, 제24항, 및 제30항을 침해했기 때문에, 해당 기술이 탑재된 애플워치의 미국 수입 금지가 결정됐다.
애플 워치는 주로 중국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판매되는 식이다. 따라서 애플워치의 수입 금지는 곧 미국내 판매 금지를 의미한다. 굳이 미국에 들여오려면, 해당 기능을 제거한 제품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애플이 패소 이후 1년 10개월 만에 회피 설계, 즉 새로운 설계를 적용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전엔 애플워치 자체에서 혈중 산소 수치를 계산해 표시했던 반면, 재설계된 기능은 애플워치에서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 페어링된 아이폰으로 전송하고 아이폰에서 수치를 계산해 ┖건강┖ 앱에 표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타인의 특허를 침해한다는 주장 또는 소송은 언제든 기업의 리스크가 된다. 만약, 애플이 마시모 특허를 침해했단 걸 먼저 알고 대처했다면 2년 가까운 시간을 절약하고 처음부터 센서 데이터를 아이폰으로 전송해 표시하도록 설계했을 것이다.
애플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최근 5년간 내내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 역시 2023년을 기점으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지난 1분기에는 16%로 애플(20%)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샤오미도 2024년 급성장해 1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워치의 전년 대비 출하량을 보면, 애플은 19% 감소한 반면, 샤오미는 135%, 화웨이는 35% 늘었다.
2023년 애플이 소송에서 패소한 후 해당 기능을 적용한 애플워치를 판매하지 못하는 사이, 화웨이와 샤오미는 각각 2020년, 2021년 출시한 산소농도 측정 기능을 갖춘 스마트워치를 공격적으로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에 영향이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산소농도 측정 기능을 가진 스마트워치를 원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애플워치를 선택할 수 없게 된 것도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스마트워치 제조사별 출하량 비교 [자료: 카운터포인트]
이처럼 특허소송이 제품과 기업의 경쟁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 많은 인력과 시간, 자금을 투자하여 혁신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고 해도 이를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 하거나, 타인의 특허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특허는 단순히 미래를 위한 보험이 아니다.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게도 하고, 비즈니스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게도 한다. 또 애플처럼 시장경쟁력 약화로 점유율 급락을 겪기도 한다.
신규 연구개발이나 신제품 출시 때는 선행특허 침해 우려는 없는지 반드시 사전 조사해,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런 절차가 귀찮고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이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글_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 (bwparki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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