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A2025 참가등록자 상위 10개국 [자료: INTA]
올해 행사는 무려 147회째로 역대 최다인 1만명 이상의 전 세계 지식재산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참가신청을 하지 않고 주변 행사에 참가하거나 별도의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포함하면 최소 2만명 이상이라고 추측된다.
행사에 참석하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행사가 정말 글로벌하다는 것이었다. 지식재산 관련 행사로는 최대의 행사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 무려 139개국에서 참석을 했다고 한다. 주최측이라 볼 수 있는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및 오세아니아 등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샌디에이고로 모였다.
두번째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축제 같은 행사와 만남을 하고 있었으며, 쉴틈없이 부지런히 미팅을 하고, 끊임없이 미팅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식재산 업계의 역동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스럼없이 인사하며 자신을 소개하고, 같은 업계라는 이유로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은 부러운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지식재산 국제행사는 그 숫자와 규모도 작지만, 행사 자체도 얼마나 경직되었는지 새삼 느꼈고, 글로벌 수준에 맞는 방식으로 많은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세번째로는, 글로벌 행사에 걸맞는 주최측의 행사준비 모습이 인상 깊었다. 메인 행사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하게 지역별 만남의 자리를 마련한다든지, 첫 참가자를 위한 리셉션을 마련하기도 하고, 마지막 날에는 거리를 통제하고 주변 식당들과 협력하여 거리축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인상깊었다. 우리 나라의 국제행사도 조금씩 변화하여 다양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행사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네번째로 느낀 것은, 지식재산에 대한 서비스 업체들의 솔루션이나 툴이 이제는 역시 AI를 활용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적용하지 않은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 지식재산 서비스 업체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우리 나라의 특허법인과 로펌, 지식재산 서비스업체, 기업 등의 참석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참석자 수에 있어서 미국(3,146명)이나 유럽(2,543명), 중국(586명)이 많았던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지식재산의 수준이 높지 않은 인도(348명), 멕시코(244명), 브라질(220명) 등의 참가자수가 우리 나라(125명)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부스의 전시자로서 참가한 업체의 숫자를 보아도, 미국이 50여 개, 유럽이 43개, 중국이 39개로 많은 부스를 운영했음은 짐작할만 하다. 그런데 인도가 7개, 베트남이 4개, UAE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도 8개의 부스를 운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우리나라는 특허청과 특허정보원이 운영한 부스를 제외하고 민간 기업이나 로펌 등이 운영한 부스는 글로벌 상표조사 서비스를 하는 아이피윈이 유일했다. 소위 IP5의 구성원으로 세계 전체 출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으로 보나, 지식재산권의 출원 건수를 보나, 지식재산 산업의 규모를 보나 우리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나라들에 비해 초라한 참석 규모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우리 나라 특허법인이나 서비스 업체들의 경우 글로벌 진출의 필요성이 적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이나 인도, 멕시코나 브라질 같은 나라는 물론, 아프리카나 중동의 국가들도 우리보다 적극적인 것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필자가 느끼기에는, 한국의 특허법인은 외국의 로펌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외국 고객의 출원을 비롯한 사건을 유치하는 등의 글로벌 사업에 소극적이고, 지식재산 서비스 업체들은 자신의 타겟을 국내 시장 위주로 하고 있어서 외국의 기업이나 로펌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 소극적인 것은 아닐까 한다. INTA 행사의 부스에서 만난 영국의 한 서비스 업체는 설립한지 1년이 채 안 된 기업이었지만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어서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 서비스 기업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미국, 유럽, 중국, 일본과 함께 IP5 국가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우리 서비스 기업과 특허법인들이 글로벌한 행사에서 큰 활약을 하는 미래를 꿈꿔 본다. 이러한 미래를 위해 사업의 주체인 특허법인 및 지식재산서비스 기업들이 좁은 국내시장에서만 아웅다웅하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도전에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특허법인과 서비스 사업자에게 지원과 투자를 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 6개월간의 혼란과 분열의 시간을 딛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독려하듯이, 이제는 정부와 특허청이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과 특허법인들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글_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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