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정보시대의 범죄, 국가안보를 위협한다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범죄’의 개념이 더 이상 물리적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경과 시간을 뛰어넘는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범죄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국 리즈대학교 법과대학 데이비드 월 교수는 국제적 사이버 범죄 전문가로서, 사이버 범죄가 국가별·국제적 형사 및 민사 사법 절차에 던지는 규제적 과제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신간 ‘사이버 범죄’[자료: 진영사]
‘사이버 범죄’는 디지털 사회의 권력, 신뢰, 통제, 윤리와 책임의 문제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이 책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행위와 정의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복잡한 현실을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월 교수는 “사이버 범죄는 개별 해커나 범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신뢰의 해체 등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며, 해킹, 피싱, 신원 도용, 사이버 스토킹, 온라인 사기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사회적·윤리적 쟁점을 짚는다.

특히 월 교수는 사이버 범죄를 △컴퓨터를 대상으로 한 범죄 △컴퓨터를 도구로 한 범죄 △컴퓨터가 환경이 되는 범죄로 삼분해 분류한다. 이는 사이버 범죄의 복합성과 기술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이 책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보이지 않는 범죄’가 현실 세계의 감시와 통제, 그리고 사회적 불안을 어떻게 증폭시키는지 조명한다. 월 교수는 대중과 언론이 사이버 범죄에 반응하는 방식, 그리고 기술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새로운 감시 체계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번 개정판은 평택대학교 국가안보대학원 교수이자 한국사이버범죄학회장인 정태진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정태진 교수는 국가사이버안보에 위협을 주는 국가나 국제테러조직이 배후에 있는 사이버범죄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로, 미국과 영국에서의 석·박사 과정을 통해 국제범죄와 사이버범죄 및 사이버안보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았으며 국가정보원, 국군사이버작전사, 경찰청 안보국 등에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8년 UN안전보장이사회 대테러국 ICT 악용방지회의 한국대표단으로 참가했고 2022년 한미사이버안보 강화방안 마련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정 교수는 “사이버 범죄는 범죄학을 넘어 기술철학, 사회학, 법철학적 논의를 아우르는 책”이라며, “우리가 점점 더 연결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만큼, 기술을 통해 구축되는 권력 구조가 인간의 자유와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숙고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발생하는 사이버안보 위협은 가상화폐 탈취나 랜섬웨어, 그리고 가짜뉴스 유포 등인데 이는 큰 틀에서 보면 사이버범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판은 디지털 사회의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 사회의 정의와 윤리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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