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디지털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라면, 사랑 아닌 스토킹”
[보안뉴스 조재호 기자] 과거 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은 “비번 공유는 사랑”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발적 행동이 사랑이지, 강요된 공유는 ‘침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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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번 공유가 꼭 사랑이 아닐 수 있다. 카스퍼스키에 따르면 그렇다. [자료: 보안뉴스]
14일 카스퍼스키(지사장 이효은)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배려와 통제 구별법’ 보고서를 내놨다. 최근 디지털 프라이버시 침해를 걱정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연인의 디지털 프라이버시 침해를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는 최근 만났던 사람에게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경고 신호를 인식하고 건강한 온라인 경계를 정해 진정한 디지털 자유에 기반한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단 얘기다.
보안 장려 vs. 보안 악용
연인의 디지털 보안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행동, 비밀번호 업데이트나 이중 인증 활성화, 암호화된 메시징 사용 권장 등은 상대방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반대로 악용 행위로는 비밀번호 추측을 시작으로 계정 해킹, 스토커웨어 설치 등이 있다. 응답자의 12%는 연인의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거나 조작한 경험이 있었고, 10%는 모니터링 앱 설치를 강요받았다고 응답했다. 비상 상황을 가정한 계정 공유나 위치 추적 앱 설치를 권하는 것은 상대를 보호하기보다 추적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했다.
비밀번호 공유 vs. 요구
비밀번호 공유는 자발적이어야 한다. 커플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나 일정 공유, 비상 연락처 등을 공유한다. 이에 대해 의무적이거나 마음을 시험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응답자 51%는 연인에게 휴대폰 접근 권한을 줄 수 있을 만큼 신뢰하지만, 18%는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 접근 권한을 강요하거나 허락 없이 계정에 접속하기도 하는데, 다만, 진정한 배려는 디지털 경계를 존중하는 것이지 침범하지 않는다.
위치 공유 vs. 비밀 추적
위치 정보 공유도 편의나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 상호 동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결정은 매번 동의를 받아야 하고 선택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무나 집착,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은 스토킹이다. 상대의 위치를 집요하게 묻거나 집착 또는 의심하는 것은 경고 신호다.
응답자 10%는 자신의 동의 없이 위치가 추적된 적이 있고, 7%는 스토커웨어(Stalkerware)가 설치된 경험이 있었다. 이는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한다.
지원 vs. 디지털 가스라이팅
상대와 신뢰를 쌓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연결과 지원을 촉진한다. 하지만 가스라이팅은 심리 조작이다. 현실을 왜곡하며 상대방의 경험과 인식에 혼란을 준다.
응답자의 39%가 연인에게 디지털 수단을 포함한 폭력이나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상대가 “그런 적 없어”나 “채팅 확인해 봐” 혹은 “잘못 생각한 거야” 등 혼란을 조장할 수 있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의 기억과 판단에 대한 확신을 잃게 만든다.
안나 라키나 카스퍼스키 프라이버시 전문가는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연인들이 건강한 디지털 경계를 설정하고, 기술이 관계를 도울 수 있길 바란다”며 “연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보안을 장려하되 통제하지 않는 것, 만약 사랑이 디지털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라면 사랑이 아니라 스토킹이다”라고 말했다.
카스퍼스키는 디지털 폭력과 기술을 악용한 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지난 2019년 안드로이드 앱에 스파이웨어 보호 기능을 도입하고 2024년엔 심리학자와 스토킹 피해자가 참여한 ‘스토킹 방지 인식 가이드’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결혼 서약에서 영감을 받아 디지털 공간에서 사랑과 신뢰,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디지털 서약서’를 만들었다.
[조재호 기자(sw@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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