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관통하는 보안 소식] 2024년 7월 2주차, ‘Build up’

2024-07-1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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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유럽과 이란의 선거 결과는 가히 충격적...여기에 더해 아프리카의 민족주의까지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7월 2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Build up’이다. 지난 수많은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것이 이번 주 충격을 안기며 폭발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인류가 역사 속에 쌓아놓은 도화선은 많이 남아있어 언제 뭐가 어떤 식으로 터질지 모른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번 주의 충격은 단지 미리보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1. 프랑스 선거의 반전
이번 주말 진행된 프랑스 선거의 결과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시대에 따라 정당들이 이기고 지고 하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닌데, 이번에는 빌드업이 특별했기 때문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작은 마크롱 대통령부터다. 2017년 불과 39세의 나이로 G7의 일원이자 유럽연합 내 영향력 2위 국가의 대통령이 된 그의 시작은 화려했다. 좌와 우로 극심히 갈린 프랑스 사회를 봉합할 중도의 인물이 드디어 탄생한 것이라고 모두가 여겼다.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는 재선에도 성공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하지만 그의 성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가 임기 기간 할 일들을 여기서 일일이 적을 수는 없지만 한 마디로 ‘어중간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인들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인 이민자와 난민 정책도,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관련 정책도, 프랑스 기업들의 글로벌화 전략도 하나 같이 ‘그저 그랬다.’ 중도를 지키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고, 그러는 사이에 여론은 양쪽으로 나뉘었다. 분열된 프랑스 사회를 이어붙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 프랑스는 유럽이 대부분 그렇듯 좌로 치우친 사회다. 나치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크롱이 중앙에서 버티고 있는 가운데 사회가 양극으로 갈라진다고 했을 때 눈에 띄게 힘이 세지는 건 극우 쪽이다. 좌쪽에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많이 있어 세력이 불든 줄든 크게 눈에 띄지 않는데(그리고 화제가 되지도 않는다), 오른쪽이라면 워낙 세력이 드물었기 때문에 조금만 불어나도 금방 눈에 띈다. 그래서 마크롱이 프랑스 사회를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건 극우의 세력을 키웠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여러 매체에서 마크롱이 남긴 유산은 “극우 세력에게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유럽연합 선거가 있었고 프랑스에서는(그리고 많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에서도) 극우가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선거에서 극우가 이기는 날이 오다니, 많은 사람들이 믿기 힘들어했다. 마크롱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지지율이 점점 빠지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극우가 이길 줄은 몰랐다. 그래서 화들짝 놀라 긴급 총선을 제안했다. 유럽연합 선거 결과가 정말 프랑스 국민의 선택인지 확인하고자 했던 것으로,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 그 총선의 1차 선거가 진행됐고, 아니나 다를까, 극우가 다시 한 번 1위에 올랐다. 이대로만 가면 현대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프랑스를 다스리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주 2차 선거가 시작됐다. 100이면 100, 극우의 우세를 점쳤다. 그런데 놀랍게도 극좌가 이겼다. 1차 선거에서 극우가 우세를 점하자 중도와 좌측 정당들에서 후보를 빼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즉 경쟁자를 스스로 줄여 표를 집중시키도록 한 것이다. 설마설마 했던 국민들도 중도와 좌파 쪽에 표를 많이 던져준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마크롱이 실망스러워도 극우 정부를 가질 수는 없다는 게 국민들의 뜻이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마크롱의 도박수와 같았던 총선 결과 프랑스의 차기 정부는 극좌, 중도, 극우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의원을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마지막 순간의 선거 전략과 국민들의 힘으로 마크롱은 극우를 불러들인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게 됐지만, 대신 프랑스 차기 정부를 혼돈에 빠트리게 됐다. 절대 다수 정당이 하나 나왔으면 없었을 혼란이다. 극심히 갈린 세 세력이 쉽게 의견 일치를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차기 프랑스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저 먼 2차대전 때부터의 빌드업으로 인해 여러 번 세상을 놀라게 한 프랑스다.

2. 영국 노동당, 이렇게까지 승리할 줄은
반대로 영국에서는 중도좌파가 큰 승리를 가져갔다. 모든 매체들이 압도적인 격차의 승리를 보도할 때 사용하는 표현인 landslide를 동원했다. 이 큰 승리 역시 최소 14년의 빌드업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한다. 보수당이 14년 동안 영국 정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국민들은 온갖 스캔들과 무능력으로 지난 14년을 채운 보수당을(이것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영국 여론의 상황에 대한 표현이다) 투표로 심판했으며,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Tony Blair) 총리 시절 이후 첫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무려 19년만의 승리이며, 보수당으로서는 190년 역사 속 최악의 패배였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번 선거로써 14년 동안 영국을 통치해 왔던 보수당(토리)은 650석 중 겨우 121석만 차지하게 됐다. 노동당은 170석 이상을 가져갔다. 차기 총리는 노동당의 지도자인 키어 스타머(Keir Starmer)로 확정됐으며, 이미 여러 장관들을 임명해 정부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새 외무부 장관의 행보가 남다르게 빠르다. 이미 유럽은 순방하며 지도자들을 만나는 중이다.

보수당 최악의 패배, 노동당의 큰 승리, 외무부 장관의 행보를 하나로 엮는 키워드는 바로 ‘브렉시트’다. 보수당이 14년 동안 나라를 통치하며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유럽연합으로부터의 탈퇴인데, 물론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 것이긴 했지만 당시 정권도 적잖은 지분을 차지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의 경제가 서서히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코로나라는 직격탄을 맞아 영국 시민들은 살인적인 물가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그러면서 분노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보수당 지도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만들기 위해 이 대륙 저 대륙 다 찔러보았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유럽연합이라는 거대 시장을 대체할 만한 나라나 지역을 찾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게다가 중국이라는 큰 시장은 미국과의 신경전 때문에 사실상 차단된 선택지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어느 총리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결실을 거둘 수가 없었다. 분노가 빌드업되는 걸 막을 수가 없었고, 결국 이번 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당은 유럽연합과의 관계 회복을 선언하면서 선거 캠페인을 펼쳤었다. 브렉시트 때문에 보수당을 원망하고 있던 국민들의 귀가 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고, 그래서 새 정부는 부랴부랴 외무부 장관부터 선임해 해외 순방을 보낸 것이다. 브렉시트 자체를 되돌릴 가능성은 낮겠지만 적어도 그 때 그 시절로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게 노동당 정부의 현 과업이자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3. 단 하나의 개혁파가 승리한 이란 대선
이란의 대선도 놀라웠다. 희박한 확률을 뚫고 개혁파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이라는 인물인데, 이번 선거에서 후보 자격이 허락된 6명의 인물 중 단 하나의 중도파이자 개혁파다. 나머지는 전부 강경파 혹은 극보수주의자들이다. 후보를 이렇게 선정한 건 이란의 수호자위원회라는 조직이다. 이란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으로, 대선에 나오고자 등록한 사람들을 이 위원회에서 먼저 쭉 검사하여 추려낸다. 수호자위원회는 강경파이자 극보수주의다. 그렇기에 후보들 중 대다수가 강경파였던 것이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한 명의 중도 개혁주의자가 후보로 나올 수 있었던 건 구색 맞추기의 일환이었다. 이란의 대통령은 가뜩이나 ‘종이 호랑이’ 혹은 ‘바지 사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나라의 통치는 하메네이라는 최고 통치자가 맡고 있고, 대통령은 그의 지시를 따라 나라 살림을 꾸려갈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독재 국가나 다름이 없는 건데, 그런 가운데 오로지 강경파들로만 구성된 후보들이 경합을 벌인다? 이란의 이미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 몇 년 전까지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맛본 경험이 있기에 이렇게라도 눈치를 보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구색 맞추기용 후보가 모든 후보들을 누르고 승리했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였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국민들이 하메네이 일당들의 정치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히잡 시위의 기억이 국민들 사이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에 전국적으로 격렬하게 진행된 이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정부의 강력한 탄압과 연이은 사형 집행으로 사그라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자유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을 세계가 엿볼 수 있게 했고, 이란 정부 역시 국민들을 다스리는 데 있어서 조금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히잡 시위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한 젊은 여성을 경찰이 연행해 갔는데, 그 여성이 사망하면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다.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주를 이뤘고, 여기에 동조하는 남성들과 청년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과 영향력 높은 사람들이 실종되고 공개 처형 당하면서 지금은 시위가 일단락 됐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현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과 증오를 품게 됐다. 게다가 핵 무기 개발을 고수하면서 국제 제재를 받아 경제마저 파탄을 냈으니, 정치계에 대한 국민들의 미움은 뿌리가 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는 금물이다. 중도파, 개혁파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긴 하지만 페제시키안 혼자 뭘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위에도 말했듯 이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메네이가 하는 일에 따르는 것 뿐이다. 구조 자체가 대통령의 힘을 상당히 줄여두고 있기 때문에 페제시키안이 어떤 열망을 품고 있든 그 가슴 속에서 사그라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그 자신의 열망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개혁을 꿈꾸지만 민주주의를 이란에 도입하고자 하는 게 페제시키안의 의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현 국민들의 어려운 생활이 잘못된 국제 관계에서부터 온다고 보고 있고, 그래서 지금보다 덜 강경한 입장에서 국제 관계를 이끌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게 이슬람 최고 종교 지도자들의 삶은 더 쉽게 만들어줄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실제로 그는 대선 캠페인을 통해 ‘자유’를 강조하거나 약속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4. 사헬 아프리카, 서방으로부터 멀어지다
사헬 지역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건, 쿠데타가 연이어 성공하고 있으며, 군부가 상당히 자리를 잘 잡고 있다는 것이다. 차드,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 사헬 지역의 중추에 있는 세 나라가 그 주인공이다. 정권을 잡은 군부가 제일 먼저 한 건 서양 국가들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이 지역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서식하는 곳이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이 군대를 파견해 이곳 정부군과 연합하여 대 테러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었고, 새 정부는 이 파트너십을 단번에 파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군도, 미군도 기지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군 부대의 거처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니제르의 경우 프랑스 국영 기업의 광물 채취 라이선스를 취소시키기도 했다. 참고로 니제르는 유럽에서 소비되는 우라늄의 1/4을 공급하는 중요 국가다. 그런데 그 나라에서 갑자기 광업을 금지시킨 것이다. 니제르는 최근 서방 국가들을 몰아내고 러시아 군과 손을 잡아 대 테러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프랑스가 뺏긴 라이선스는 러시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경제적으로도 이 사헬 지역 국가들은 서방 국가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들 역시 꽤나 긴 빌드업 기간을 가지고 나타나는 것이다. 사헬 국가들은 대다수가 불어를 공용어로 삼고 있다. 즉 프랑스의 식민지였다는 뜻이다. 프랑스가 군을 주둔시켜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려 하는 건 과거 그러한 과오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이들을 식민지 삼은 적 없지만, 그럼에도 서방 국가로 분류되는 통에 덩달아 적대시 되고 있다.

최근 이들 지역에서는 젊은 ‘민족주의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주 독립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프랑스나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독립을 이뤄낸 국가이기에 독립의 요구를 그 누구도 들어줄 수 없었다. 독립을 했으니 더 독립할 게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민족주의자들이 노리기 시작한 게 서방의 잔재들이었다. 아직 자신들의 고향에 주둔하고 있는 서양의 군인들과, 서양의 기업들이었다. 그리고 그 서양을 등에 업은 채 나라를 다스리고 있는 자신들의 정부였다. 그래서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빼앗고 서양 국가들의 흔적을 지워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에 있어 매우 기쁜 소식이다. 아프리카는 가장 젊은이가 많은 대륙으로, 미래 시장 확보라는 측면에 있어 아프리카를 장악하는 게 러시아와 중국,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차기 과제였다. 그래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사려고 중국은 돈을 풀고, 러시아는 용병을 풀고, 서방은 민주주의를 풀었다. 처음에는 민주주의가 잘 팔리나 싶었는데, 민족주의자들이 나타나면서 중국의 돈과 러시아의 용병이 더 매력적인 상품이 됐다. 이 두 나라가 아프리카 시장을 장악하는 데 몇 걸음 앞서가게 됐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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