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네이트 넬슨 IT 칼럼니스트] 메타가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안경의 초기 버전을 내놓기 시작했다. 아직 정식 출시 버전은 아니고 일부 사용자들에게 국한된 ‘얼리 액세스(early access)’ 버전이다. 다양한 기능들과 신기술로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각종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 제품의 이름은 메타레이밴(Meta Ray-Ban)으로, 기존 스마트안경 기술에 메타인공지능(Meta AI)을 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헤이 메타(Hey Meta)’라는 문장을 말하면 인공지능이 발동되며, 여기서부터 사용자는 각종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실시간 자동 번역 및 통역, 의복 추천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이 공짜로 발휘되는 건 아니다. 이 스마트안경과 인공지능이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자로부터 수집해야만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수년 간의 경험으로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놀랄 만한 기능이 수행되려면 모두가 경악할 만한 양의 데이터 수집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 메타 스마트안경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그래서 이번 스마트안경의 기능들이 공개될 때마다 신기하기보다 걱정부터 되는 겁니다.” 랭기지I/O(Language I/O)의 창립자 헤더 슈메이커(Heather Shoemaker)의 설명이다.
메타의 스마트안경
메타가 초창기 레이밴을 시장에 선보인 것은 2021년의 일이다. 299달러짜리 물건이었고, 사용자는 메타 레이밴(Ray-Ban Stories)을 사용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이미 개발자들은 여러 기능들을 탑재시켰는데, 데이터 공유, 자동 플래시, 카메라 온오프 등 프라이버시에 대한 염려를 적잖이 자아내는 것들이었다.
제품의 판매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이 1세대 메타 레이밴 제품은 판매 목표치의 20%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구매한 사람들이 이 안경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례는 더 드물었다. 대부분 1세대 스마트안경을 샀다는 것 자체에만 만족했고, 이 안경은 주로 장식품으로 활용됐다. 현재 이 물건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 사용자는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2세대 제품이 나온 건데, 이번에는 인공지능을 셀링포인트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이 셀링포인트이건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의 인공지능은 정말로 뇌처럼 작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하면 학습할수록 성능이 좋아지죠. 그렇다는 건 대단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소비하고 처리한다는 뜻입니다. 예외인 인공지능은 하나도 없습니다.”
메타의 스마트안경, 프라이버시를 얼마나 침해할까?
사용자가 메타 레이밴을 쓴 상태에서 인공지능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러면 안경의 카메라가 사진을 찍어 메타의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해 이미지를 처리한다. 그런 후 답을 제공하게 되는데, 이미 여기서부터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 게다가 메타는 “인공지능이 처리한 모든 사진들은 메타 제품의 성능 향상을 위해 모두 저장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안경을 통해 찍힌 사진이 훈련용 데이터로 소비될 거라는 뜻이다. 사용자가 프라이버시 침해가 전혀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완벽한 프레임을 잡고 인공지능에 질문을 해야만 안전할 수 있다.
물론 메타라는 회사는 프라이버시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만들어 지키고 있다. 그래서 메타 플랫폼이나 장비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의 경우, 사용자가 옵션 해지를 통해 저장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지정할 수 있다. 위치 정보든 서비스 사용 이력이든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메타의 서버로 전송될 일이 없다. 하지만 그럴 경우 여러 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메타 플랫폼의 기능을 한껏 이용하려면 프라이버시 정보를 회사에 제공해야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용자가 ‘수집하시 마시오’라고 지정할 수 없는 데이터들도 존재한다. 각종 메타데이터와 서드파티 앱을 통해 메타와 공유되는 데이터들이 여기에 속한다. 장비 고장 로그, 배터리 상태, 와이파이 상태 등 하나하나가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데이터들 역시 잘못 이용되거나 처리되면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슈메이커는 경고한다.
“가장 미심쩍은 것 중 하나는 메타의 프라이버시 규정에 나오는 이런 문구입니다. ‘잠재적 남용이나 정책 위반이 의심되는 경우 능동적으로 혹은 후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이죠. 남용이나 위반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건데, 그렇게 하기 위해 무슨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걸까요? 잠재적 남용이나 정책 위반은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걸까요? 이 규정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너무 모호해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실제 발생했을 경우 메타가 쉽게 책임을 사용자에게 돌릴 수 있게 되는 게 문제입니다.”
슈메이커는 메타가 프라이버시와 사용자 데이터를 다루고 처리하는 데 있어 이러한 모호한 구석을 조금이라고 가지고 있는 이상 스마트안경이라는 제품 역시 염려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메타를 무조건 의심한다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명확한 언어를 사용해달라는 것이죠.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건 그런 투명하고 신뢰 가는 소통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글 : 네이트 넬슨(Nate Nelson),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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