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팀스테이지(Teamstage)는 2023년 기업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70%가 실패로 끝난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기술이 오류를 일으켰다거나, 담당자 중 누군가 실수를 했다거나, 기획부터 틀어져 있었는데 아무도 몰랐다거나, 실행하는 게 불가능했다거나, 사용자들이 새로운 것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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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년 전 프로젝트 관리자인 조안 로브마이어(Joan Laubmeier)는 사용자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다. “프로젝트 관리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결국 사용자들이다. 우리끼리 모이면 ‘모든 프로젝트는 사용자만 사라지면 완벽해질 것이다’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사용자들 없이는 프로젝트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결국 우리는 사용자가 있어도 안 되고 없어도 안 되는 사람들인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말이다.
모든 IT 기술과 서비스들은 사용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사용자가 없는데 PC가 등장하고 각종 OS가 만들어지고 인터넷이 발명되었을 리 없다. 하지만 사용자들만큼 각종 기술들을(그러므로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까다롭게 심판하는 사람들도 없다. 그들의 까다로운 심판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금전적, 심리적 타격을 입어가며 자신들의 업무를 수행한다. 게다가 그 ‘까다로움’이라는 것도 일관적이거나 과학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한 번은 사용자 한 명이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이번에 새로워진 시스템을 가지고 작업하는 이 어색함을 미리 좀 알았더라면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해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 ‘어색함’이라는 개별적 느낌을 어떻게 미리 짚어줄 수 있었을까, 라는 불만 섞인 의문이 불쑥 들었지만 좀 더 생각해 보니 꽤나 중요한 지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사용자들에게 미리 알려줄 수 있다면 신기술에 대한 그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개념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요즘 말하는 ‘슈퍼유저(super user)’ 전략이다.
슈퍼 유저
캠브리지 영어 사전에 의하면 슈퍼유저란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고, 다른 사람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기업들마다 슈퍼유저들이 존재하고, CIO들은 대부분 자사의 슈퍼유저들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있다. 이들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로 슈퍼유저 전략이다.
슈퍼유저는 IT 기술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며,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장비나 기술이 등장하면 배우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학습 능력이 발휘된다. 그러면서도 사용자 편에서 새로운 기술을 바라본다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뭔가가 시장에 나오면 사용자들이 대부분 이 슈퍼유저들에게 질문을 한다. ‘이거 지금 사도 되나요? 추천하시나요? 이런 오류가 생기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새로운 서비스 전략
여러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구축될 사물인터넷 장비들은 290억 개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원격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근무자들의 집이나 근무 환경에 이러한 장비들이 적잖이 구축되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공장이나 발전소와 같은 각종 산업 현장에는 이미 사물인터넷 장비가 숨가쁜 속도로 들어서는 중이다. 건물 안에도, 거리에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게 사물인터넷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물리적인 접근이 어려운 곳에 설치된 장비 하나가 수많은 노동력을 대신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왜? 사람의 손이 잘 닿지 않는 머나먼 곳에 마련된 장비나 기술들이 오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고장이 난다는 것인데, 이를 원격에서 소프트웨어 관리 및 수정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람이 직접 가서 손봐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슈퍼유저들이 빛을 발한다. IT 팀들이 문제가 생긴 장비나 서비스의 물리적 위치 근처에 거주하는 슈퍼유저들을 찾아 대신 해결하도록 의뢰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유저 선에서 해결이 힘든 문제라면 IT 담당자들이 직접 나서야 하겠지만, 지금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중 상당수가 기초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이 전략은 유효하다.
또한 슈퍼유저들이 항상 회사 밖에만 있는 건 아니다. 각 부서 내에서 IT 기술에 유독 해박한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들 역시 슈퍼유저로 분류가 가능하다. 이미 이들은 현장에서 다른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어려움’을 적극 해결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성과가 좋은 직원들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러한 공헌이 좀처럼 보이지 않을 뿐이다. 기업들로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찾아 드러내고, 그러한 숨은 공로에 대한 감사를 기업 차원에서 표현하는 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하나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시민 개발자’라고 이름이 붙은 부류들이다. 최근 개발을 돕는 기술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프로그래밍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개발 작업을 누구나 할 수 있게 해 주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이런 ‘시민 개발자’ 역시 슈퍼유저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가트너는 2023년 말까지 새롭게 시장에 진출할 시민 개발자 대 일반 개발자의 비율이 4:1이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IT 부서 업무의 일부를 각 부서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흐름이 생겨날 거라는 뜻이 된다. 물론 이렇게 했을 때 문제가 생기면 IT 담당자들이 해결사로서 불려가겠지만 말이다. 이런 현상도 ‘슈퍼유저’ 전략으로부터 나타나는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슈퍼유저를 활성화시키는 전략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일이다. IT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동시에 존재 목적인 사용자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혁신적인 일이기도 하다. 슈퍼유저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도 있고, 문제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세대의 IT 서비스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IT 개발과 혁신, 문제 해결에 있어 기존의 방식(즉, IT 전문가들만이 매번 나서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조금씩 내려놓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걸 받아들이라는 게 아니다. 충분히 검증해 보는 게 맞고, 필자도 그것을 권한다. 다만 그 검증 과정이 있으려면 실험 과정도 있어야 하니 적어도 그것까지는 ‘열린 마음’으로 해보라는 것이다. 한 가지 틀에 갇히면 실험조차 어려워지는 게 우리다. 사용자에 대한 틀을 벗어 던질 때다.
글 : 메리 셰클릿(Mary E. Shacklett), 회장, Transworld Data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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