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죄송하지만 이걸 지금 처리해 드리기가 어렵겠습니다. 시스템 문제라서요.” 한 창고형 매장의 직원이 필자에게 한 말이었다. 난 시계를 쳐다보며 오늘의 스케줄을 하나 둘 꼽아보았다. 이것 때문에 늦어질 스케줄들을 떠올리며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다. 정말로 시스템 문제일까, 아니면 이제 막 견습 생활을 시작한 것 같아 보였던 해당 직원이 뭔가를 잘 몰랐을까?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었다. 시스템 문제이든, 훈련이나 학습의 문제이든, 어쨌든 IT 분야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미지 = utoimage]
전 CIO로서 필자는 이 짧은 상황으로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 초보 IT 근무자였을 때 필자는 “시스템은 설계된 대로 작동하고, 사용자가 이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는 법을 모른다면, 그건 사용자의 책임”이라는 것에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았었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런 저런 실수들을 저지르거나 목격하게 됐고, 그러면서 이 생각은 굳건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시스템 자체가 오류를 일으키든, 사람이 시스템을 잘 다루지 못해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든, 결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IT 문제라는 방향으로 말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급식을 떠올려보자. 누구나 좋아하는 선생님이 따로 있고, 학교 자체나 과목에 대한 호불호도 제각각이었지만 이상하게 급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스템은 바로 이 급식과 비슷하다.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뭔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다들 이 시스템이라는 것을 탓하기 시작한다. 결국은 IT 부서와 담당자들을 탓하는 것과 다름 없다. 그러므로 최종 사용자들과 IT 담당자들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좋을 수가 없다. 괜히 IT 분야에서 사용자를 탓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게 아니다.
관계 개선, 시스템 정상 작동의 지름길
사용자들과 IT 담당자들 간 벌어지는 ‘서로 탓하기’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협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협조를 하려면 소통 방법을 바꿔야 하는데, 간단히 말해 보다 직설적이면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 사업상 진행하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게 되는 건 모두의 공통된 목표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지금의 ‘서로 탓하기’가 유지되면 구성원 모두가 성공을 위해서 일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실수를 찾기 위해 업무를 하게 된다. 조직 전체에 좋을 수 없는 현상이다.
IT 시스템의 성능 향상과 최적화,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억하면 좋을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IT 부서와 최종 사용자들이 먼저는 각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각 프로세스의 최종 목표와 지향점을 꼼꼼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목표와 지향점에 꼭 들어맞는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와 개발자 간 건설적인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3) IT와 최종 사용자 모두가 ‘시스템은 항상 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배우려 하지 않는 건, 지금 주어진 시스템이 영원불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나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는 게 시스템이고, 그래야 맞다.
4) 비즈니스 프로세스 역시 필요에 따라 변하는 게 맞다. 하지만 실제 생산 및 업무 환경에 새로운 프로세스(혹은 변경된 프로세스)가 도입되기 전에 먼저 사용자 교육과 훈련부터 실시해야 한다. 능숙하지 못한 사용자가 평가를 내리기 시작하면 살아남을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없다. 그 훈련은 IT 부서가 진두지휘해야 한다.
5)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나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충분히 평가했다면 IT와 최종 사용자들이 이를 도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언제 어느 시점에 할 것인지에 대해 고루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달성해야 할 때
위 다섯 가지 사안은 IT 부서와 최종 사용자 간 관계를 개선하는 데에 있어 필수적이지만, 그 어느 것도 쉬운 게 없다.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은 거의 없다. 인간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가장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시스템이 너무 배우기가 어려워 동기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협업을 이뤄가야 할 때에는 이 모든 절차들이 버겹게 느껴진다. 기획이나 개발 단계에서 상정하지 못한 예외적인 상황들이 벌어질 때 당황하는 건 개발자나 사용자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기술적 문제를 서로에 대한 힐난, 즉 관계에 대한 문제로서 접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런 현상이 발생할 확률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도 장치가 필요한데, 예를 들면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규칙을 개발자들이 코딩 작업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에 집어 넣는 것이 있다. 고객이 한 번에 1천 달러 이상의 환불 건을 처리할 경우 고객 담당자(즉 새 시스템의 사용자)가 임의로 처리하지 않고 상급자의 승인을 득해야 한다는 식의 규정을 아예 기술적으로 도입하면 사용자가 개발자가 감정적으로 다툴 일이 줄어든다.
이러한 규칙들에 대해서는 사용자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1천 달러 상한선은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데 있어 너무 적은 숫자라거나, 1천 달러 이하 금액을 처리할 때에는 모든 것이 오류 없이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는지도 사용자가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기능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999달러를 환불 받고 싶어 하는데, 시스템을 다루지 못해 ‘시스템 오류’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면 그 누구도 ‘그 회사 IT 부서가 이상한가 보네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가 엉망이라거나 눈 앞에서 시스템 탓을 하는 담당자가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현장에 새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시범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개발자나 사용자나 이제 막 따끈따끈하게 완성된 시스템을 보고 모든 변수와 사고를 예상할 수 없다. 그러니 실제 환경과 거의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고 직접 대입함으로써 사건들을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IT 인력은 실제 현장의 느낌을 보다 생생히 알게 되고, 최종 사용자는 시스템 사용에 능숙해진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 같아 보이지만 필자는 IT 근무자로 수십 년 동안 근무해 오면서 이를 실제로 실행하는 곳을 거의 보지 못했다.
지속적인 개량과 향상이 핵심
시스템을 늘 개량하는 것은 ‘서로를 탓하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사용자들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불편과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어야 불평 대신 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개량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IT 담당자들은 사용자들로부터 오는 제안을 불평이나 불만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좋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경험을 양쪽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CIO 등 IT 분야의 리더들 차원에서 이런 IT-사용자 간 협력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담당자들이 알아서 하리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CIO가 지위에서 오는 권위를 어느 정도는 발휘해야 처음 시작이 가능해진다. 그 다음부터는 현장 담당자들이 알아서 바퀴를 굴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글 : 메리 섀클릿(Mary E. Shacklett), 회장, Transworld Data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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