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테크 분야의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IT 전문가들의 미래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분명히 고용 시장 전체를 보면 전망이 나쁘지 않은 게 맞아 보이지만, 빠르게 등장하는 신기술 때문에 ‘IT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는 공석이 기업들에 너무나 많다’는 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적잖은 IT 전문가들이 잠깐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신의 현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경력과 실력을 재조정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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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의 CIO인 오론 길 하우스(Oron Gill Haus)는 “현재 테크 분야의 기술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상태’에 도달했다”며 “이 때문에 IT 분야에 있는 그 누구도 가만히 서 있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말한다. “자바를 잘 다루는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최근 떠오르고 있는 코틀린(Kotlin)을 배우는 게 필수입니다. 메인프레임 엔지니어라면 클라우드 컴퓨팅을 익혀야 하고요. 배우고, 익히고, 협업하는 게 지금 IT 전문가들에게 요구되는 필수 항목입니다.”
페퍼다인대학의 정보 시스템 과학 교수인 찰라 그리피브라운(Charla Griffy-Brown)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표면의 문제일 뿐, IT 전문가들의 진짜 고민은 그들이 몸 담아 왔던 ‘전문 분야’가 너무나 빨리 바뀌기 때문에 조금만 안일해져도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다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런 상황에서 IT 기술은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죠. 전문가로서 활동을 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렇게 걱정하는 동안 더 뛰어난 사람들이 필요한 자리를 다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는 중입니다.”
IT 전문가로서 재출발하기
IT 분야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불안감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현재까지 쌓아 왔던 경력을 되돌아보고 재출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조직 내에서 모든 기술을 전반적으로 아우르고 관리해 왔던 IT 총괄 책임자라면, 사이버 보안이나 리스크 관리, 규정 준수 전문가로의 전환을 꾀하기도 합니다. 이 세 가지의 중요성이 요 몇 년 사이 크게 부각되고 있거든요. 사람이 모자라기도 하고요.” 구인 구직 플랫폼인 아트리움(Atrium)의 CTO인 다이앤 래퍼티(Diane Rafferty)의 설명이다. “전환을 꾀한다는 건 수업을 듣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취득하는 걸 말합니다. 그 과정에서 현업 수행에 필요한 실력과 지식이 쌓이는 것이고요.”
하우스의 경우 최근 떠오르는 분야로의 움직임만큼 신기술과 관련된 분야로의 대규모 이동도 눈에 띄고 있다고 말한다. “머신러닝, 데이터 엔지니어링,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대표적이죠. 신기술을 살짝이라도 접해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흥미를 느껴 아예 전향하는 경우도 많지만, 다른 분야에서부터 새롭게 진출하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배우려는 의욕이 있으며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그런 길을 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피브라운은 “주요 IT 영역은 당분간 멈추지 않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조직은 지구상에 어디에도 없으며, 따라서 정보 보안과 관련된 분야는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 분야로 진출한 전문가들 역시 한동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몇 년동안 인공지능 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의욕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리쿠르트 전문 업체 다이시스시그니처컨설턴츠(DISYS/Signature Consultants)의 부회장 팻 콰그렐로(Pat Quagrello)는 “어느 분야로 경력을 재조정하든 결국 현재 기술을 향상시키고 새 기술을 익히는 것 두 가지가 개인 단위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테크를 익히는 것이 ‘현재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같은 조직 내에서든 다른 조직 내에서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테크를 학습하는 것이 ‘새 기술을 익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래퍼티는 “절실함과 의욕에 의해 재출발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그럴 때 그러한 감정보다 계획성을 앞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부터 5년 후에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 보세요. 언젠가는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싶다가 아니고, 바로 5년 후를 말하는 겁니다. 이런 방향 설정을 하지 않는다면, 5년 후 그저 이런 기술 저런 기술이 신기해서 찍어 맛보기만 하는, 그래서 사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내가 앞으로 공부할 기술과 지식이, 5년 후에 누군가에게 돈을 받을 만한 가치를 지닐 정도가 될 정도로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재출발의 기본
그리피브라운은 “새로운 분야에서 출발을 다시 하려면 먼저 어마어마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분야를 검토해서 한두 가지로 범위를 좁히고, 현장의 상황이 어떤지 조사하고, 스스로가 어떤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알아봐야 합니다. 하나하나가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죠. 무엇보다 수명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기술들을 잘 솎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 전망이 좋아 보이더라도 의외로 얼마 가지 않을 기술들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지금 당장은 전망이 별로이지만 장차 좋아질 것들이 있고요.”
콰그렐로는 “애자일이라는 방법론이 많은 IT 조직들의 내부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 심지어 문화까지 소리소문 없이 바꾸고 있다”며 “애자일과 관련된 기술들 중 잘 맞는 것을 찾아내 학습하는 것도 훗날 유용할 수 있다”고 짚는다. “특히 스크럼 마스터(scrum master)라고 불리는 직군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높아지는 중입니다. 개발 쪽을 계속해서 파고들고 싶다면 파이선, 자바, 리액트, 앵귤러, 세일즈포스와 관련된 경험을 쌓는 게 좋아 보입니다. SQL과 엑셀 쪽 실력이 뛰어난 데이터 분석가들 역시 전망이 좋아 보입니다.”
래퍼티는 “재출발이라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테크 분야의 변화에 상관없이 삶의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감행하는 것”이라며 “언제라도 재출발이라는 것이 내 삶에 있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게 삶의 굴곡을 만날 때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상황에 끌려 재출발을 강제로 해야 하는 상황보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재출발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IT 전문가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미리 준비한다면 절대 손해를 보지 않을 겁니다.”
글 :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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