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포비아’ 때문에 날면 안 되는 새, 보잉 737

2019-03-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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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추락하더니, 5개월 만에 에티오피아에서 추락
비상등 경고와 관련된 시스템이 기본이 아니라 추가 구매 필요한 옵션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세계의 비행기 이용객들이 보잉 737 기피증에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6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두 대나 추락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래된 비행기를 항공사가 운영비 절감을 위해 꾸역꾸역 몰아서 그랬을까?


[이미지 = dreamstime]

전혀 아니다. 737이라면 보잉이 그렇게도 자찬했던 신기종이다. 그러니 여러 항공사와 관련 단체들이 전 세계 371대 있는 737의 비행을 전부 금지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737 이전 모델인 727도 처음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 사고를 연속해서 겪었다. 사건의 추이를 아주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1960년 12월 5일
보잉은 엔진 세 개가 탑재된 보잉 727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40대가 선주문 된 상태였다. 주문자는 유나이티드 항공사(UA)와 이스턴 항공사(EA)였다. 모양이 매우 독특한 비행기로, 보잉의 초기 목표는 250대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1000대도 넘게 팔리게 된다.

1962년 11월 27일
보잉 727이 처음 완공됐다. 기체는 레몬색과 갈색을 테마로 해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이 시점까지도 주문량은 손익분기점인 200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1963년 2월 9일
보잉 727이 처음 하늘을 날았다. 이 시점까지도 주문량은 200대를 넘길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보잉은 727 한 대를 전 세계 26개국으로 투어를 보냈다. 총 7만 6천 마일을 날았다. 인기가 높아졌고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1965년 후반기 ~ 1966년 상반기(4개월)
태어난 지 불과 3년밖에 지나지 않은 보잉 727이 4개월 동안 네 대나 하늘에서 떨어졌다. 이 중 세 대는 미국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이고, 두 대는 65년 11월에 3일 간격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결론은 기체 결함이 아니라, 조종사 결함이었다. 당시로서 727이 신기술이 총합된 기계였는데, 조종사들이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파일럿 훈련에 대한 철저한 훈련이 여기서부터 강조됐다. 보잉은 위기에 처하는 듯 했으나 화살이 파일럿 훈련으로 넘어가며 살아남았다.

1984년 9월
보잉 727는 22년 동안 총 1832대 생산됐고, 이날 가장 마지막 품번이 찍힌 비행기가 생산됐다. 마지막 기종의 수주자는 페더럴 엑스프레스(Federal Express)였다. 사실상 전 지구의 하늘을 수놓은 비행기는 이렇게 생애주기를 마감했다.

2017년 5월 22일
보잉 737 맥스의 상용화된 서비스가 시작됐다. 처음 737을 운행한 곳은 말린도 항공사(Malindo Air)였다. 노르웨이 항공사(Norwegian Air) 역시 얼리어답터가 되어 곧바로 737을 구매해, 대서양을 건너는 항로에 투입시켰다. 당시 보잉은 737이 뛰어난 엔진 효율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2018년 10월 29일
상용화 되고서 1년이 조금 지난 무렵인데, 라이언 항공사(Lion Air)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737로 운행되던 JT610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을 떠난 지 13분 만에 자바해로 곧장 떨어진 것이다. 189명이 비행기 안에 타고 있었는데,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 비행기는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상’이었다.

2018년 11월 6일
라이언 항공사의 JT610의 추락 현장에서 발견한 블랙박스를 열어봤더니 당시 비행 현장에서 대기 속도(air speed)와 관련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대기 속도 계기판이 문제였다. 추락하기 전, 세 번의 비행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2018년 11월 7일
이에 보잉은 새로운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받음각 센서들이나 관련 계기판에서 오류가 발생할 때 조종사들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라이언 항공사 추락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받음각 센서인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받음각은 양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다.

2018년 11월 28일
라이언 항공사가 추락 사고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식적으로 사건을 수사하던 담당자들의 중간 결과는 “비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기계 상태(plane was not airworthy)”였다. 인도네시아의 교통항공 관리국은 사고의 결정적인 요인을 정확히 지적하지 않았지만 “라이언 항공사가 해당 비행기를 반복적으로 수리 센터로 보냈다”고 밝혔다. 대기속도 계기판에 대한 이상 현상이 전혀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19년 3월 10일
에티오피아 항공사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ET302편이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출발한 뒤 약 6분 만에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탑승하고 있던 157명 모두가 사망했다. 당시 조종사는 비행기는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비행 레이더 데이터에 따르면 비행기는 비정상적인 각도와 속도로 솟구치고 있었다.

2019년 3월 12일
세계의 관심사가 보잉 737에 쏠리기 시작했다. 중국,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이 보잉 737 맥스 기종이 날아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유럽연합도 합세했다. 이 시점까지 미국은 “비행기에는 이상이 없고, 따라서 금지시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2019년 3월 13일
결국 미국과 캐나다도 보잉 737의 비행을 금지시켰다. 한국은 아직 보잉 737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상태라 공식 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발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승객들 사이에서 보잉 737 구분법이 퍼지기 시작했다. 보잉 역시 “자사는 737 맥스 기종의 안전에 대해 자신하고 있긴 하지만, 만전을 기하기 위해 해당 기종의 비행을 금지시키는 것을 권장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시점까지 전 세계에 있던 보잉 737 맥스 기종은 총 371대였다.

현 시점
아직까지 라이언 항공사와 에티오피아 항공사의 추락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시원한 설명이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비행 데이터를 조사한 전문가들이 “두 사건 사이에 유사한 점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있다”고만 발표한 상태다.

가장 유력한 사고의 이유는 ‘받음각 지시기 계통(Angle of Attack Indicator System)’과 ‘받음각 오작동 경고등(Angle of Attack Disagree Light)’인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기능은 보잉 737의 기본 사양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항공사가 돈을 더 주고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옵션이다. 그리고 항공사가 이 두 가지 옵션을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즈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 두 가지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며, 가격이 그리 비싸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보잉 737에 대한 금지 조치가 풀리지 않은 상태다. 당연히 주문도 끊겼다. 그러더니 보잉이라는 회사 하나가 휘청거리는 것만으로 미국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등장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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