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연구개발보안운영팀 박 기 호 팀장 |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자동차산업을 좌지우지하던 빅3의 몰락을 촉발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자동차산업이 경기침체로 인한 직격탄을 가장 심하게 맞은 산업 분야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는 여타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으로 신차를 출시하고, 이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수출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점차 강화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남양연구소를 찾은 날에도 위장막이 씌워진 수많은 신차들이 대중에게 선보여질 날을 기다리며, 각종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WBC 야구, 영화 괴물, 그리고 보안
어리숙한(?) 네비게이션으로 남양연구소를 찾는데 단단히 고생을 한데다가 까다로운 출입절차까지 거쳐야 했던 취재진의 마음을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환한 미소로 훈훈하게 녹여준 연구개발보안운영팀의 박기호 팀장. 그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회사 홍보 동영상과 연구소 견학 기회를 통해 연구개발총괄본부가 자리 잡고 있는 남양연구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3월 온 국민을 흥분시켰던 WBC 야구대회 이야기로 인터뷰 서두를 꺼냈다. “WBC 결승전 때 임창용 선수가 일본의 이치로 선수를 볼넷으로 거르지 않고, 정면승부를 택한 것을 두고 작전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참 중요한 거죠. 감독의 작전이 선수들에게 잘 이해되고, 실행될 수 있어야 야구에서 승리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기업보안도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감독 즉, 경영진의 의지와 관심이 일단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보안의지가 직원들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코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보안부서인 거죠.” 이렇듯 박기호 팀장은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킬 때나 강연을 할 때 야구나 영화 등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와 보안을 접목시켜 쉽게 설명함으로써 직원들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영화 ‘괴물’을 보안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교육 자료를 만들어 직원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 좋은 예다.
현대·기아차의 심장부를 지키는 이들
현재 박기호 팀장이 이끌고 있는 연구개발보안운영팀은 남양연구소의 보안을 총괄하고 있다. 계열사 보안을 맡고 있는 정보보안기획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보안을 각각 담당하고 있는 보안관리팀과 기아총무팀, 그리고 울산공장의 울산보안운영팀과 함께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보안조직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남양연구소는 연구기획에서부터 디자인, R&D, 각종 테스트까지 차량의 양산단계 전까지를 모두 총괄하는 곳이기에 보안의 중요성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1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105만평에 100여개 건물에 들어서 있는 방대한 남양연구소의 보안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연구개발보안운영팀은 박 팀장을 비롯한 여러 명의 직원이 관리적 보안, 물리적 보안, 기술적 보안, 그리고 예방적 보안으로 영역을 구분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박기호 팀장은 보안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예방적 보안업무를 중심으로 관리적·물리적·기술적 보안의 상호보완적 대응체계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보안은 회사 업종과 특성에 따라 업무범위와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그는 “자동차 업계의 경우 특정부품의 설계도보다 신차 디자인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더욱 치명적이므로 신차에 덮어씌우는 위장막에도 자물쇠를 채워놓는 등 신차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구개발보안운영팀이 발족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보안체계를 강화하기 시작해 이제는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등 보안에 있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하는 박 팀장은 그 공을 팀원들에게 돌린다. 관리적·물리적·기술적 보안 각 워킹그룹별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해왔기에 지금의 보안체계가 완성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팀 내에서 관리적·물리적 보안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광희 차장은 “현재 협력사의 보안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안인증제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현재 41개 협력사가 인증을 획득하는 등 보안강화 노력이 전 협력사로 퍼져나가고 있어 상당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술적 보안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상준 차장은 “DRM 등 IT 보안 솔루션 구축은 대부분 완료한 상황이고, 최근에는 유비쿼터스 환경에 대비한 보안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처음엔 직원들의 반발도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직원들의 보안의식이 많이 향상됐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보안담당자들이여! 주도적 일하고, 스스로 신바람을 내라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연구개발 보안운영팀 박 기 호 팀장과 팀원들 |
1988년 입사해 의장설계 업무를 담당하다 감사부서를 거쳐 연구소의 보안업무를 총괄하는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른 박기호 팀장. 그는 최근에는 경기도 산업보안협의회 자문위원과 지식경제부 국가핵심기술 자동차분과 전문위원, 산업기술보호협회 강사 등의 직함을 갖고,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뿐만 아니라 자동차업계의 전반적인 보안수준 향상을 위해 활동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보안업무는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아래 적기에 보안투자가 이루어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고, 핵심기술을 개발한 연구 인력들에게는 충분한 인센티브가 지원되어야 한다”는 그는 “보안담당자의 경우 투철한 사명감과 함께 해박한 전문지식,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사고력이 겸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안담당자는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일하고 스스로 신바람을 내야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 지식경제부 등의 정부부처와 산업기술보호협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는 국가 차원의 큰 틀에서 보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중소기업의 보안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중소협력업체의 보안체계 구축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팀 내에서 예방적 보안업무를 담당하는 신욱기 과장 역시 “국가기관이나 대기업에서 보안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지원을 통해 중소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보안업무를 담당하면서 쌓았던 지식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책을 집필 중이라는 박기호 팀장. 그에게서 이젠 국민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소의 보안책임자로써의 책임감과 자부심, 그리고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렇듯 박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 그리고 연구소 직원들 개개인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기에 현대·기아자동차가 위기 속에서도 더욱 빛을 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