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닮지 않은 로봇의 외관은 기계 설계의 최첨단
C, 파이선, 자바...로봇공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은 정말로 인간들을 직업전선에서 몰아낼까? 아니면 우리를 아예 노예처럼 부리게 될까? 직장을 잃은 인간은, 해방되는 것일까 설 자리를 잃는 것일까? 노예가 된다면 봉급은 줄까? 인공지능이나 로봇이라는 단어 앞에 우리가 떠올리는 건 공상과학 영화 아니면 이러한 질문들이다.
우리가 로봇공학이나 인공지능에 무지하기 때문일까? 천재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 심지어 차세대 발명가인 엘론 머스크까지 전부 인공지능 개발을 늦춰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계가 학습을 할 줄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 대신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 기술적 제어장치를 먼저 마련해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뭔가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닐까.
그렇지만 중국 둥관에 있는 창잉 정밀기술(Changying Precision Technology)의 한 공장은 600명의 노동자들 중 90%를 로봇으로 대체했는데, 생산량이 250%나 상승했다. 동시에 결함률은 20%나 낮췄다. 그뿐인가. 폭스콘(Foxconn)은 작년 아이폰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 6만여 명을 로봇으로 대체했는데, 성과가 좋아서(자세히는 밝혀지지 않았다) 2020년까지 자동화를 계속해서 증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의 한 보험회사도 억단위의 인공지능 솔루션을 들여 고액 연봉자 수백 명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스티븐, 게이츠, 머스크가 와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 이미 시작된 걸까.
지금 로봇들은 어디에 있을까?
몇 날카로운 독자분들은 눈치 챘겠지만, 위 예시는 생산공장이라는 독특한 환경에 국한된 얘기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로봇이나 자동화 기술이 공장에서만 각광받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멋진 외관이 아니어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우리 주위엔 로봇이 생각보다 많다. 최근 개발되고 이미 현장에서 사용되는 로봇들 몇 개를 둘러보자.
먼저 펫치로봇(Fetch Robot)이란 것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펫치로보틱스(Fetch Robotics)라는 업체가 생산한 것인데, 이름 그대로 뭔가를 가져다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각종 생산 재료 처리에서부터 데이터 수집까지 다양한 업무를 완수한다. 일정 무게 내에선 지게차의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역시 캘리포니아에 있는 블루리버테크놀로지(Blue River Technology)는 농장에서 활용되는 로봇을 만든다. 농부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잡초 처리에 특화되어 있는 로봇들인데, 이 로봇을 활용할 경우 농약을 사용하거나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 농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뛰어난 영상처리 기술이 있어서 제작이 가능한 제품이다. 이 로봇은 트랙터 뒤를 졸졸 쫓아오며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농장을 둘러보는데, 이때 수천 분의 1초 단위로 수집된 영상들을 처리함으로써 영상 내 작물이 잡초인지 아닌지 판별이 가능하다. 인류가 로봇 아래 굴복하더라도 환경은 초록색으로 가꿀 것 같은 로봇이다.
난 지게차 면허증도 없고, 농사지을 마음도 없으니 괜찮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면, 바리스타 로봇은 어떤가? 많은 카페 창업 꿈나무들의 경쟁자로서 자리 잡을 이 고풍스러운 기능의 로봇은 식품 업체인 브리고(Briggo)에서 개발했다. 맛있는 커피를 안정적으로, 그리고 자동으로 내리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이미 시중에 널리다시피 한 커피 기기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패트릭 피어스(Patrick Pierce)라는 인간 바리스타를 모델링했다.
그래서 인간처럼 주문을 받고, 그에 맞게 커피 원두를 갈고, 샷을 뽑아내고 항상 똑같은 온도의 물을 첨가한다. 스팀밸브도 피어스가 애용하는 각도로 맞춰져 있다고 한다. 손님이 많을 경우 이 로봇이 만들어내는 커피가 피어스 씨가 뽑아낸 것보다 더 안정감 있는 맛을 냈다고도 한다. 물론 맛이야 취향 따라 다르니 정량화된 평가 결과가 되진 않겠지만.
이미 우리 인간이 잘 하고 있다고 여기는 분야를 향한 로봇의 침략이 경계가 된다면, 우리가 오랫동안 못해왔던 분야로의 진출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로 바다 이야기다. 인간은 바다보다 오히려 우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결국 그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바다에 대해서 우린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뜻이다. 어쩌면 각종 해양 로봇들이 이 미지 혹은 무지의 세계를 환히 밝혀줄지도 모른다.
故 조오련 선수가 대한해협을 건넜다면, 웨이브글라이더(Wave Glider)라는 이름의 해양 로봇은 캘리포니아에서부터 호주까지, 태평양을 횡단한 세계 기록 보유기다. ‘스마트폰으로 가득 채워진, 물에 뜨는 서버’라고도 불리는 웨이브글라이더는, 그냥 건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는 지진 연구, 기후 변화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지만, 수중전쟁 시나리오 시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똑같은 데이터를 로봇 없이도 수집할 수 있지만, 이때 투입되는 장비와 연구진들의 비용은 천문학적이며, 인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인간이 극복하지 못한 건 바다의 수심만이 아니다. 여러 장애들도 아직 우린 정복하지 못하고 있다. 로봇공학이 여기에까지 이르렀다. 예를 들어 엑소바이오닉스(Ekso Bionics)라는 업체에서 만드는 ‘바이오닉 슈트(bionic suit)’는 그 동안 군용으로 등장했던 여러 장비에 비해 전력 소모가 극히 적고, 각종 소프트웨어와 센서가 다양한 환경 변수와 착용자의 체중 등을 고려해 한 걸음 한 걸음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한다. 게다가 5분만 조작하면 다양한 신체 조건에도 맞출 수 있다. 한 가지 흠이라면 가격이 좀 많이 비싸다는 것.
그 밖에 안전요원을 대신해 순찰하고 위협 요소에 대응하는 로봇도 있다. 2007년 창립된 로봇엑스(RoboteX)라는 업체가 2009년부터 시장에 선보인 ‘로보캅’들이 경찰, 소방서 등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실제 현장에 이미 많이 배치되어 있으며, 감시 작업이나 인질 구출 작전 등에 전략적으로 동원된다. 현재 미국 내 모든 SWAT 팀의 1/5가 보안 로봇을 최대 1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영화 로보캅의 주인공과는 상당히 다른 외관이다.
깊은 이해를 위한 필수 코스, 로봇의 해부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하시고 고풍스러우시면서 용맹하기까지 한 로봇님들은 현재 어떤 것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상사가 될지도 모르고, 우리의 미래 결정권자가 될지도 모르는 존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는 건 아니고 인간의 몸에 대한 연구로부터 의학, 인류학, 세포 생물학 등의 다양한 분야가 꽃 피듯, 로봇의 구성품들은 이미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내고 있으니 그걸 조금 맛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꾸는 꿈속에서 로봇들은 사람처럼 생겼다. 그런데 그런 로봇들은 최첨단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고난이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 얼마나 고난이도인지 솔직히 아직까지 제대로 움직이는 인간형 로봇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신 여러 개의 팔이나, 특정 부위, 관절 등이 우루루 모여 있는 따분한 모양의 로봇들은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외관은 아니지만, 놀랍게도 로봇의 이러한 모양새는 기계 설계라는 특수 분야의 극대화가 이뤄낸 모습들이다.
로봇이 주어진 임무를 할 수 있도록 설계자들은 필요한 움직임의 범위와 속도를 설정한 후, 그 안에서 가장 가벼우면서 공간을 덜 차지하는 구성에, 가격마저 괜찮은 재료들을 조합해내는 것이다. 인간의 형태를 했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로봇의 임무가 생겨나지 않는다면, 이런 효율성 추구의 디자인 원리 하에서 인간형 로봇이 주류가 되는 일은 꽤나 먼 훗날의 일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임무에 따라 로봇의 생김새가 천차만별로 나뉘지만, 보통 카메라를 사람을 향해 든다든지 자동차를 운전한다든지 생산 라인에서 부품을 정해진 위치에 놓는 임무를 하는 가장 최종의 ‘팔’ 부분을 액추에이터(actuator)라고 부른다. 로봇의 움직임이나 운동 자체는 액추에이션(actuation)이라고 한다. 그 팔의 뿌리 부분, 그러니까, 고정되어 있는 몸통과 비슷한 부분을 그라운드(ground)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둘을 연결부분을 통해 명령이 전달되고, 액추에이터는 접히거나, 회전하거나, 실린더 운동을 하거나, 나선으로 회전한다.
액추에이션의 핵심은, 마치 우리 움직임의 원천이 심장인 것처럼, 모터다.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터의 활용이 가진 신비함에 곧잘 매료된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알고보면 로봇의 그 수많은 움직임을 유발하는 모터는 사실 회전운동만 할 줄 아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마치 심장이 그저 펌핑만 하지만 우리는 트리플 악셀도 하고 비보잉을 하고 서커스를 하는 것과 같다. 이 모터를 조금 발전시킨 것이 서보모터(servomotor)와 스테퍼모터(stepper motor)다. 쉽게 말해 일반 모터보다 사용자가 제어할 여지가 조금 더 가미된 형태의 모터라고 보면 된다. 그밖에 액추에이션 연구는 유압과 공압 기술의 발전까지도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까지는 ‘기계적인’ 임무를 반복적으로 빠르게 수행할 때에 필요한 기계들의 모습들이다. 그게 전부라면 로봇이 인간을 노예화하는 미래에 대해 아무도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로봇들은 정보를 직접 입력받아 처리하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세상으로부터 로봇이 정보를 습득할 때 동원되는 건 센서들이다. 자율운행과 인공지능이 아직 완전하지 않아, 현재까지 로봇들은 ‘필요한’ 센서들만 ‘임무에 따라’ 갖추고 있다. 거리를 재는 센서, 위치와 오리엔테이션을 파악하는 센서, 전기적 특성을 측정하는 센서, 흔들림이나 화학적 구성물 및 습도 등을 기록하는 센서, 고장 여부와 정도를 파악하는 센서 등이 최근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런 최첨단 센서가 자율적인 기능 수행 능력을 가진 프로세서와 만난 것이 바로 우주 탐사 로봇 같은 것들이다.
센서의 발전, 그로 인해 생성되기 시작한 다량의 데이터, 이 둘이 결합해 부흥하기 시작한 것이 데이터 과학(data science)이라는 분야다. 조각조각 난, 그래서 따로 놓고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산더미 같은 정보 속에서 의미와 맥락을 찾아내는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 과학의 성과 중 일부가 머신 러닝이라는 요즘 최고 잘 나가는 분야다. 알고보면 지난 세기부터 많은 작가들을 두렵게 만들었던 ‘인공지능’의 하위 분야지만 말이다. 팔과 몸통으로 일을 하던 로봇이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해야 해 감각기관들을 갖추고 나니, 자연스럽게 뇌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뇌, 따라하려니 골치가 아픈
본격적으로 뇌를 따라해보려니 문제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일단 뇌에 대한 인간의 이해도가 현저히 결핍하다. 알지도 못하는 걸 따라해야 한다는데, 이게 말이 되나. 굳이 따라해야 하는가, 라고 물을 수 있는데, 인간의 뇌처럼 정보 처리 능력이 빠르고 효율적이면서 열역학적으로도 완벽한 예가 없다. 생각만으로 머리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주기적으로 먼지를 빼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윈도우처럼, 사용 시간이 누적되면 느려져서 이따금씩 포맷을 해야 하는가? 뇌는 너무나 완벽해 따라하고 싶은 프로세서다.
그런데 인간의 뇌와 로봇의 뇌(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뇌는 아날로그 방식인데 로봇은 디지털 방식이다. 뇌는 ‘내용 주소화 기억장치(content-addressable memory)’를 사용하지만 로봇은 ‘위치 주소화 기억장치(location-addressable memory)’를 사용한다. 뭔가를 찾을 때 머리는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로봇은 저장 위치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뇌는 거대한 병렬 프로세서이지만 로봇은 직렬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생물학적인 신경망과 시냅스는 논리 게이트보다 수배는 더 복잡하다.
또, 여기까지 와보니 ‘인공지능’이라는 말에서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새롭게 자각되었다.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l)이라는 학자는 “지능에 대한 좀 더 공식화된 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 정의는 여러 하위 기능들을 수행하는 집합체적인 성격을 가질 게 아니라, 보다 포괄적이고 일반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말이 좀 어려울 수 있는데, 결국 ‘수학 잘 하는 기능 + 국어 잘 하는 기능 + 게임 잘 하는 기능 + 기획 잘 하는 기능 + .... = 지능’이라는 식으로 지능을 나눠서 생각하지 말자는 거다.
여기에 각종 윤리적 문제도 끼어든다. ‘기술의 철학’이라든가, ‘과학 윤리’, ‘로봇의 영혼 문제’, ‘알고리즘의 윤리학’과 같은 말들이 생겨나고 논란이 여기저기서 발발하기 시작했다. 돌잡이 때 스패너를 집어들었을 정도로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하고 공학적 접근에 가슴 떨려 하던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학자들은 이런 ‘윤리’나 ‘철학’ 논의에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치를 떨거나 하품을 하거나.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논의야 말로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는 혹시나 모를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예방책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윤리란, 그것 하나만으로도 주말판을 일년 내내 기획해도 모자라지 않는 주제이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현재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에 있어서 세 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미국의 SF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42년에 발표한 단편 런어라운드(Runaround)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1)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하거나 다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2) 로봇은 합법적인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3) 로봇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아시모프라는 작가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역사에서 수차례 언급되는 인물인데, 다름아닌 이 세 가지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원칙일 뿐, 세세한 규칙의 수준에까지 이르진 못하고 있다.
그러한 ‘문과 논쟁’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동안, ‘이과생’들은 계속해서 자신이 할 바를 해나가고 있다. 로봇공학에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C인데, 이는 C언어가 하드웨어 제어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파이선과 자바로 보통 꼽힌다. 파이선은 사용이 비교적 쉽고, 라이브러리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라즈베리파이와의 높은 호환성 때문에 최근 들어 로봇공학 내에서 사용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다 최근에는 매트랩(MATLAB)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뜨기 시작했다. 매트랩 하나만으로 만들어진 로봇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다.
자동화 혹은 자율화, 어디까지 왔나
기계가 스스로 학습해서 결정을 내리게 해주는 ‘머신 러닝’이라는 건 결국 방대한 소스코드다. 이 소스코드는 작성하는 사람마다 다른 기술을 접목하기 때문에 ‘머신 러닝 코드란 이것이다’, 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로봇에게 학습을 시키는 방법론 자체는 현재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모터 배블, 모방, 지식 습득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모터 배블(Motor Babble)은 짧은 시간 내에 무작위 모터 명령을 실행하는 것이다. 인간 영유아들이 자신들의 신체를 통제할 수 있기 전, 손발 등의 신체 부위를 불규칙적으로 움직여가며 손이 어디 있고, 어떤 근육을 써야 어느 정도 움직이고 회전하는지 익혀가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라고 한다. 이 영상을 보면 이해가 좀 더 쉬울 수도 있다. 배블이라는 말 자체가 옹알이라는 뜻이다.
모방은 로봇이 자기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설정해 준 후, 여러 가지 동작들을 따라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의 동작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기능을 실행해야 하는 다른 로봇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한다. 역시 사람의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학습 패턴을 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식 습득은 가장 복잡한 결정 방식이다. 로봇이 직접 환경을 탐색하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정보를 스스로 수집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환경 탐색 전략을 수정할뿐만 아니라 수집해야 하는 정보의 유형이나 원천 또한 전략에 따라 바꾸면서 로봇은 그때 그때 필요한 결정들을 자율적으로 내리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학습하는 ‘인간형’ 로봇들이 벌써 존재한다. 2000년에 등장한 아시모(ASIMO)는 TV에도 여러 차례 출연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기능성은 매우 부실했다.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할 정도. 펫맨(PETMAN)이라는 로봇의 경우 아시모의 걷기 문제를 가뿐히 해결한다. 다양한 지형 위에서 걷는 데에 성공했으며, 균형 감각도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그것이 거의 다였다. 인간의 걷는 모습을 흉내낸 것 이상으로는 발전하지 못했다.
이 펫맨이 업그레이드 돼서 나온 것이 아틀라스(ATLAS)다. 인간의 움직임을 보다 더 정확하게 흉내낼 수 있게 되었고, 손까지 달려서 나왔다. 다양한 센서들까지도 부착되어 균형감도 더 좋아졌다. 하지만 펫맨이 그랬듯 아틀라스 역시 거기에서 그쳤다. 또, NASA가 개발한 로보노트(Robonaut)들도 있다. 먼 별나라에 사람을 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므로 사람처럼 생긴 로봇을 보내는 게 안성맞춤인데, 그래서 NASA가 은근 인간형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E)와 함께 개발 중인 로보노트2(Robonaut2)는 우주정거장에 도착하는 최초의 인간형 로봇이 될 전망이다. 현재는 그러한 환경에서 잘 작동할 수 있는지 실험 중에 있다고 한다.
내 직업은 무사할까?
이러한 로봇들의 실존이 말해주는 건 무엇일까? 로봇이 사람 위에서 군림하는 현상은 아주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일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공상과학을 통해 어떤 상상력을 키우든, 결국 현실은 그의 발끝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확히 몇 년 동안 안전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없지만, 그게 한 자리일 것 같지는 않다. 아직 로봇들은 잘 걷지도 못한다!
그래도 일단 목숨은 붙어 있을 수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다시 이 기사 제일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우리 직업은 어떨까?’를 물어보자. 답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연구 조사 결과를 같이 보길 원한다. 하나는 시카고 국제 시장 계획(Chicago Initiative on Global Markets)에서 경제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응답자의 43%가 “국가 생산량은 올라가는데 미국인 급여의 중앙값이 10년째 유지되고 있는 것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라는 데에 동의했다. 이에 반대한 응답자는 28% 뿐이었다.
IMF 또한 이러한 주제에 대해 2015년에 설문과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IMF는 “기술적인 발전이 지난 수십년 동안 만연해왔던 불평등의 핵심 요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카고의 연구 결과와 IMF의 연구 결과가 가리키는 미래는 인간의 직업생활이라는 면에서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도입될 세련된 자동화 기술은 ‘분명히’ 일부 직장인들의 사회생활 기회를 앗아갈 것이다. 신기술이 도입되면 새로운 직업군이 생긴다고들 하는데, 아직 신기술로 인해 없어지는 직업군보다 새로 생긴 직업군이 더 많다거나 비슷하다는 공식 수치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근거가 없는, 그래서 무책임한 희망이라는 것이다.
아직 전망이긴 하지만 로봇은 1) 보안, 2) DIY 산업, 3) 의료건강 등에서 제일 먼저 인력들을 대체해나갈 것처럼 보인다(순서는 무작위). 여기서 말하는 보안은 물리보안 요원들이긴 하지만, 사이버 보안이라고 마냥 무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킹 사고에 대해서 2년 전만해도 ‘사전 예방이 사후 조치보다 낫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하지만 예방할 수가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부터 보안 업계는 ‘빠른 탐지’와 ‘빠른 대응’을 통한 ‘충격 완화’ 작전을 구사해오고 있다. ‘해킹당하는 건 불가항력적이며 시간 문제’라는 걸 인정하니, 다른 방향에서 문제에 접근해갈 수 있었다. 이제 다음의 것을 인정할 차례다. “우린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지점을 통과할 때, 우리는 미래에 대한 어떤 접근법을 구사할 수 있을까가 기대된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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