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혹은 참 시민? 여론은 아직도 팽팽 – 관련 영화 이번 달 개봉
▲ 영화 시티즌포의 포스터
[보안뉴스 문가용] 홍콩의 난민들 가운데 전 NSA 내부고발자인 에드워드 스노우든(Edward Snowden)이 발견되었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스노우든은 2013년 5월 홍콩에서 몇몇 기자들과 접선해 미국 NSA의 대규모 감시 행적을 담은 내부 문서를 대량으로 전달한 바 있고, 이것은 정보보안 업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NSA 문건 유출 이전의 스노우든은 적어도 중상류 급의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출 이후 모든 시선이 그가 유출시킨 정보 자체에 쏠리면서 스노우든 본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크게 보도된 바가 없다. 다만 러시아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그런 그가 최근 1만 1천명에 달하는 홍콩의 망명자 및 난민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으로 망명을 온 사람들 혹은 난민들은 대부분 아시아 국가 출신으로, 어느 국가에서나 난민들이 그렇듯이 굉장히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 정보기관 출신의 유능한 청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행적을 발견한 뉴욕타임즈는 스노우든이 최소 네 난민가정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이들 네 가정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로버트 티보(Robert Tibbo)라는 변호사의 의뢰인들인 것이다. 로버트 티보는 스노우든이 종적을 감추는 데 도움을 준 바 있는 인물이다. “스노우든이 이번엔 난민 가족들 사이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홍콩 사회나 미국 정부가 스노우든을 찾아 나서려고 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날 만한 곳은 아니죠.” 티보 변호사의 설명이다.
스노우든을 얼마간 숨겨주었던 버네사 메이 본달리안 로델(Vanessa Mae Bondalian Rodel)이라는 필리핀 여성은 스노우든에 대해 “항상 무언가를 두려워했고 걱정이 많았다”고 묘사했다. 버네사 메이는 스노우든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가, 최근 방송매체를 통해 스노우든의 행적을 알고 난 뒤 매우 놀랐다고 전해진다. “세상에... 온 세계가 찾아 헤매는 사람이 우리 집에 있었다니...”
한편 스노우든은 스리랑카 출신의 한 망명자의 집에도 얼마간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 망명자는 “스노우든이라는 사람을 우리 집에 머무르게 한다고 크게 무섭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다”며 “누가 봐도 스노우든 본인만큼 무섭고 불안하지는 않았으니까”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난민 가족은 스노우든이 다른 곳으로 떠날 때 배게 밑에다 돈을 두고 갔다고도 증언한다.
스노우든의 소련 망명생활은 6월 23일에 종료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날 스노우든은 모스크바를 떠났다. 모스코바를 뜬 이후부터 미국 사법부는 스노우든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신변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스노우든의 삶을 조명하는 스릴러 영화 ‘스노우든(Snowden)’이 미국에서 9월 개봉한다. 작년에는 스노우든의 정보 공개 과정 자체를 다룬 영화 ‘시티즌포(Citizenfour)’가 상영되기도 했다.
스노우든은 국가 기밀을 누설한 간첩일까, 인권발전에 위대한 공헌을 한 참 시민일까? 이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하게 갈리고 있다. 하지만 대선 진행 중인 미국과, 미국의 대선과 관련된 여러 기관과 인물을 해킹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러시아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건 여론이 전자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자가 ‘러시아와 미국의 두 번째 냉전을 시작한 장본인’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기도 해, 양국의 관계가 발전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수자’나 ‘약자’에 매우 우호적인 성향을 띄어 가는 여론의 흐름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이번 스노우든 행적을 보도한 뉴욕타임즈는 소수자나 약자의 편에 서는 편집방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기사에서도 ‘홍콩 사회에서 최하층의 생활’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도 어느 정도 이런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5성급 호텔에서 체크아웃’ 한 그가 도망자 생활을 한다는 표현 역시 드라마틱한 개인 몰락을 강조한다.
‘시티즌포’에서 컴퓨터에 로그인할 때마다 담요를 뒤집어 쓸 정도로 NSA를 두려워하던 스노우든이다. 그의 말마따나 “모든 걸 알고 있는” NSA가 정말 스노우든의 행방을 모르는 것일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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