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사이버보안, 30년 후에 되돌아보면?
[보안뉴스 문가용] 올림픽대로를 무단 횡단해본 적 있는가? 강변북로는?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강남대로나 마포대교는? 새천년 직전부터 적지 않게 이곳저곳 운전하고 돌아다녀본 기자의 기억에 크다 싶은 도로를 신호등이나 건널목의 지원 없이 가로지르는 사람은 한두 명에 그친다. 그것도 술에 취하신 듯 갈지자로 걸으며 허공에 대고 뭉툭한 삿대질을 하시던 분들이었던 듯하다.
자동차의 위험성이 지겹도록 널리 알려져 있으며, 심심찮게 사고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요즘 걸어서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같은 곳을 가로지르려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가장 최근 접한 사례라고는 아마 어느 개그맨이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했던 ‘자유로 귀신’ 정도일 것이다. ‘올림픽대로는 무단 횡단하지 않는다’는 게 지금은 너무 당연해서 상상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전의식 수준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오래된 뉴스 영상을 보면 입에서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 출처 - 유튜브(Youtube)
해당 영상의 유튜브 페이지에 달린 과격한 댓글들처럼 ‘미개’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교통사고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이 지금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40년 즈음 ‘2010년대의 사이버보안 의식 수준’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만들면 어떤 댓글들이 달릴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대충 다음과 같지 않을까 한다.
* 이메일 출처도 확인 안 하고 그냥 막 연다고?
* 암호를 하나만 써? 그것도 123456, 1q2w3e로?
- 윗분 뭘 모르시네. 그 당시 가장 인기 많은 암호가 password였는데...
- 그거 우리 아빠 옛날 군부대서 모든 병사가 쓰던 거라고 함.
* 와이파이 암호 없이 공공장소에서 막 쓰는 거 보소. 해킹해달라고 부탁하는 수준인데...
* 로그인이 뭐 저렇게 쉬워... 없는 거나 다름없는 수준.
* 우리 엄마 아빠 저때 내 사진 막 올렸는데...
- 우리 엄마도...
- 이거리얼
- 내 사진은 이상한 영상에 합성돼서 돌아다니더라...
* 저런 어설픈 초기 기술로 결제하는데 겁도 없네. 대다나다.
* 여기 댓글 다는 건 꼬마들뿐인가. 원래 다 저러고 살았는데...
- 아재요 몇 살?
- 여기 추억에 잠겨 있는 1인. 근데 지금 보니까 참 위험하게 살았던 듯.
그렇다면 어떻게 우린 30년 만에 올림픽대로를 맨 걸음으로 건너지 않게 되었을까? 먼저 생각나는 건 1) 자동차의 양 자체가 많아졌다는 것과 2) 안전교육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것, 그리고 3) 사고사례가 계속해서 쌓여왔다는 것이다.
이중 2)번과 3)번에 해당하는 사이버보안 교육과 사건사례는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물론 본지를 포함해서 ‘사용자들이 도대체 바뀌지 않는다’는 식의 통계자료나 설문조사 결과들이 보안업계가 교육을 통해 얻어낸 성과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십년, 이십년 단위로 쌓인다면 분명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사건사례 역시 전체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1)번에 해당하는, 자동차의 절대량 증가는 사이버보안에 대입하기에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다. 자동차는 교통사고에 있어서 대부분 ‘가해’하는 측, 즉 사이버보안 사고에서는 ‘해커’들의 절대량이 늘어난다는 것에 비견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수층만 가질 수 있던 것이 지금은 대중화가 되었다는 면에서, 해킹 기술도 익스플로잇 킷 등의 배포를 통해 어느 정도 대중화가 된다는 가정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30년 후, 올림픽대로 무단 횡단처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면 지금 하고 있는 교육도 필요하고 사례도 필요하지만, 해킹 기술도 대중적으로 널리 퍼져야 할까? 그래야만 사이버 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이 깨우쳐질까? 30년 후에 혹여 이 기사가 어디엔가 남아있다면 ‘예측력 완전 꽝이네. 기자 아무나 했나 봄’이라는 댓글이 달렸으면 한다. 물론 난 은퇴한 뒤겠지.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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