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로 인해 ‘보안’이 이제 전 산업에서 꼭 필요한 기반 인프라가 되고 있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보안뉴스>는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김정덕 명예교수의 연재를 통해 일상과의 비유를 바탕으로 보안의 여러 이슈를 짚어보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보안 패러다임과 지속가능한 보안을 위한 거버넌스와 리더십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연재목차 Part 1. 보안 다반사- 보안, 일상과 비유에서 길을 묻다]
1. 골프 지혜로 배우는 사이버 레질리언스
2. 케데헌 현상에서 배우는 사이버 보안문화
3. 트럼프발 ‘각자도생’ 시대, 한국의 디지털 안보 전략은?
4. 자전거 라이딩과 사이버 보안
5. 불꽃야구로 본 사이버 보안
6.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7. 나무의 전략에서 배우는 보안의 지혜
8. 기술중독, 사이버 보안의 새로운 위협
9. 워렌 버핏에게 배우는 사이버 복원력 원칙
10. 내면의 방패, 마음챙김
11. 따뜻한 보안교과서, 육아
12. 손흥민의 리더십과 사이버 보안
13. 의학 3.0시대, 보안의 새로운 지평
[보안뉴스=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많은 이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은 비단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령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보편적인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기술 중독(Tech Addiction)’으로 명명하고, 약물 남용처럼 다루기 어려운 행동 중독의 하나로 분류하며 그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자료: AI Generated by Kim, Jungduk]
세계적으로 유명한 Mayo 클리닉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사람들이 기술에 중독되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에서 도파민이 계속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즐거운 경험이 반복될수록 도파민이 더 많이 나오니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계속 반복하게 되고, 결국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손이 자꾸 가게 되는 것입니다. 가정이나 직장 할 것 없이 스마트 기기 없는 곳을 찾기 힘든 세상이지요.
이미 우리는 디지털이 일상이 된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기술 중독 현상은 그 심각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요즘 사람들은 하루 평균 13.5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보낸다고 하는데, 팬데믹 이전보다 3시간이나 더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기술 중독과 사이버 보안의 위험한 관계
여기서 한 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보안 담당자들이 왜 기술 중독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단순히 건강 문제만이 아니라, ‘상시 온라인’ 문화가 직원들의 멘탈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번아웃이 오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피싱, 랜섬웨어, 소셜 엔지니어링 같은 공격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심리학회 조사에 따르면, 5명 중 3명 꼴로 흥미나 동기가 부족하고,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실수가 잦아지고, 사이버 공격에도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커들은 인간의 오류 가능성과 사회적 행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인간의 실수, 충동, 호기심 같은 부분을 정말 교묘하게 노립니다. 기술 중독이 번아웃을 만들고, 번아웃이 다시 방심으로 이어지면서 사회공학적 사기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조직 입장에서도 “그냥 조심해라” 수준에서 끝낼 일이 아닙니다.
조직 차원의 인식과 대응의 필요성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모두 중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기술 중독 현상과 징후를 교육하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점검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내가 혹시 도파민에 휘둘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규정 및 가이드라인 수립: 회의실, 집중 업무 공간 등 특정 구역(디지털 프리존)이나 ‘집중 업무 시간’ 동안에는 스마트폰을 보관함에 두거나 무음 또는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도록 규정합니다. 또한 업무 관련 소통은 반드시 회사에서 지급한 기기나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개인 스마트폰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줄입니다.
업무 환경 및 시스템 개선: 하루 중 특정 시간을 ‘방해금지 시간’으로 선포하고, 이 시간에는 메신저 알림이나 불필요한 회의를 최소화하여 직원들이 깊이 있는 업무에 몰입하도록 지원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이메일이나 메신저 알림이 스마트폰 확인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사내 시스템의 알림 설정을 최적화하고, 효율적인 알림 관리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교육 및 문화 조성 프로그램: 스마트폰 과의존의 문제점, 뇌과학적 영향, 건강한 사용법 등 디지털 웰니스(Digital Wellness)에 대한 전문가 초청 강연이나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디지털 디톡스 데이’ 같은 캠페인을 운영하여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우수 사례를 공유합니다.

▲김정덕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자료: 김정덕 교수]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 연동: 스마트폰 사용 시간 자체가 아닌 실질적인 업무 성과와 기여도를 평가 기준으로 하거나 디지털 웰빙을 잘 실천한 팀이나 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직원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게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디지털 디톡스는 보안 이슈
결국 인간이란 존재가 사이버 보안의 가장 중요한 방어선이자 동시에 가장 취약한 지점이라는 점, 아이러니하지만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기술 중독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인간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될 것입니다.
[글_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필자 소개_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 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한국정보보호학회 부회장, 금융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위원, 전 JTC1 SC27 정보보안 국제표준화 전문위 의장 및 의원, 전 ISO 27014(정보보안 거버넌스) 에디터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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