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화재 파동으로부터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이번 파동은 화재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 국가 데이터가 어떤 돌발 상황에 노출되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를 수사하는 대전경찰청 전담수사팀이 2일 오전 국정자원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자료: 연합]
정부는 복구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빠르면 10월 4일 토요일부터 추가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화재 파동으로 소실된 정보가 있어 그 심각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활용하는 정부 클라우드 서비스 ‘G드라이브’ 데이터 소실은 특히 큰 문제로 여겨진다. G드라이브는 중앙부처 공무원 등이 직무상 생산하거나 취득한 업무자료를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말한다.
인사혁신처의 경우 모든 업무용 개인자료를 G드라이브에 저장하도록 해와 이번 화재 사태에 따른 자료 소실 피해가 큰 상황이다.
데이터베이스 이중화(백업)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행정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체 수단으로 분원 센터가 있지만 시스템 용량이 제한적이어서 본원 시스템 복구가 최우선이라고 한다. 국정자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대구센터를 통해 정부 업무 기준 1600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 대전 본원에서 가동이 중단된 시스템은 647개로, 전체 국가 정보시스템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멈춘 상태다. 결국 이전부터 본원의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백업하고 이어갈 연계 시스템이 분원에 구축되지 않은 패착이다.
이번 사태에 가장 크게 지적받는 부분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국가 데이터 자원이 소실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데이터 백업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자료: 인사이트케이]
이런 시점에서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임진왜란 이후 실록이 소실되는 것을 경험한 뒤, 실록의 안전한 보존을 위해 전국 각지에 분산하여 보관했다. 한양의 춘추관 사고뿐만 아니라, 외진 산악 지역에 여러 사고를 설치하여 화재나 전란 발생 시에도 실록이 파괴될 위험을 줄였는데 조선시대 실록 5대 사고는 춘추관 사고, 강화 정족산 사고, 무주 적상산 사고, 태백산 사고, 그리고 묘향산(또는 오대산) 사고를 말한다.
춘추관 사고 (내사고)는 한양에 위치한 사고로, 다른 외사고들과 달리 유일하게 한양에 설치돼 관리돼 왔다. 강화 정족산 사고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산악 지대에 위치하여 유사시 실록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다. 무주 적상산 사고는 전라북도에 위치한 사고로, 역시 산악 지역에 설치되어 실록의 안전을 지켰다. 태백산 사고는 경상도에 위치한 사고로, 현재는 봉화 태백산사고지가 지정되어 있다. 묘향산 사고(혹은 오대산 사고)는 평안도에 위치한 사고로, 일부 기록에는 ‘묘향산 사고’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현재는 ‘오대산 사고’가 더 잘 알려져 있다.

▲배종찬 연구소장 [자료: 인사이트케이]
조선시대의 5대 사고(史庫)처럼 데이터 백업은 그 어느 시기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빅데이터는 데이터 백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지난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데이터 백업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데이터 백업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필수’, ‘안전’, ‘불편’, ‘장애’, ‘안정적’, ‘피해’, ‘충격’, ‘위험’, ‘신뢰’, ‘정상적’, ‘안전성’, ‘불량’, ‘오류’, ‘도움’, ‘합리적’, ‘효율적’, ‘신뢰성’, ‘전산망장애’, ‘권장하다’, ‘우려’, ‘해결하다’, ‘무료’, ‘신뢰도’, ‘손실’, ‘혼란’, ‘성공적’, ‘최선’, ‘손상’, ‘많은사용자’, ‘안전하다’ 등으로 나왔다(위 그림).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사태 파동을 살펴볼 때 조선왕조실록의 5대 사고를 설치한 조상의 ‘온고지신(溫故知新)’ 지혜를 지금이라도 되살려야 한다. 데이터의 지혜로운 유지-관리는 국가가 해야 할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 과제다.
[글_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저자 소개_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외에 미국, 일본, 홍콩 등에서 연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주된 관심은 정치시사와 경제정책인데 특히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 글로벌 경제 분석 그리고 AI 인공지능 및 블록체인 보안 이슈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심층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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