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물 받은 제나일 펜을 보고 있다. [자료: 연합]
이 제나일 펜의 원목 배럴(몸통) 속에는 국내 펜 브랜드 ‘모나미’의 유성 네임펜 심이 장착돼 있다. 올해로 창립 65주년이 되는 국민 펜 모나미는 9월말 현재, 국내외에 200여건의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액티브(Active), 즉 실제 유효 특허는 한국에 23건과 일본에 2건 등 총 25건에 불과한다.
대신, 디자인 특허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한국에 464건을 비롯해 중국 9건, 미국 2건 등이다. 기술특허와 마찬가지로 디자인 특허 역시 특허권 소멸이나 포기, 무효, 거절 등의 이유로 효력정지(Inactive) 상태인 특허가 전체 85%를 넘다. 모나미 역시 IP포트폴리오 면에선 미미한 수준이다.
그 와중에 2018년 한국특허청에 출원한 ‘하이브리드 젤네일 폴리쉬 조성물’이란 특허가 눈에 띈다. 모나미가 문구류에서 벗어나 손톱 전용 펜 등 이른바 K-뷰티 분야로의 응용 진출도 일찌감치 모색했던 셈이다.

▲모나미 ‘하이브리드 젤네일 폴리쉬 조성물’ 특허 공보 [자료: IP전략연구소]
트럼프의 애착, 샤피 마커펜
한국 펜에 관심 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어떤 펜 쓸까? 미국의 국민 펜, 샤피 마커펜이다. 굵고 선명하게 써져, 직설적이고 거친 스타일의 트럼프 서명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다는 평가다.
미국인이라면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유성 마커펜 제조사 샤피는 총 248건의 US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재밌는 건 전량 ‘디자인’ 특허란 점이다. 유틸리티, 즉 일반 기술특허는 단 1건도 없다. 샤피도 인엑티브 특허가 많지만, 전체 특허의 58%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이 회사는 90건의 한국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67건이 디자인 특허다. 자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엔 기술특허도 제법 갖고 있다. 가장 최근엔 2024년 한국특허청에 등록한 ‘옥사졸린-기반 접착제 포뮬레이션’이란 특허가 있다. 이는 한국을 자사 제품의 판매 시장은 물론, 제조 기지로도 염두해두고 있단 걸 암시하는 대목이다.
일반 샤피 펜의 미국내 판매가는 개당 1달러 내외.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금박으로 새겨진 맞춤형 모델은 이베이서 1850달러에 거래되기도 한다.
바이든·오바마는 ‘크로스’ 펜...몽블랑 IP활동 주목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원래 미 백악관 역대 대통령들은 180년 전통의 미국 펜 명가, ‘AT 크로스컴퍼니’, 일명 크로스 펜을 즐겨 써왔다. 전통과 신뢰를 상징하는 펜답게 세련된 디자인에 고가의 선물용으로 각국 정상급 서명식은 물론,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CEO들의 사랑을 독차지 해왔다.
반면, IP포트폴리오 측면에선 극히 미미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크로스는 1990년대말 이후 신규 특허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그래설까? 트럼프 역시 취임 직후엔 크로스 펜을 썼지만, “잘 써지지 않았다. 끔찍한 펜이다. 가격도 비싸다”며 곧바로 샤피 펜으로 갈아탄 바 있다.

▲몽블랑 IP포트폴리오 현황 [자료: IP전략연구소]
북한 김정은을 비롯해 EU 각국 정상들이 애용하는 독일 몽블랑의 경우, 중국과 미국에서 활발한 신규 출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에 총 434건의 특허를 보유중인 몽블랑도 디자인 특허로 무게중심을 옮겨놓은 상태다. 글로벌 럭셔리 펜 시장이 앞으로는 미주나 유럽이 아닌, 신흥 강국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점, 또 기능 보단 디자인에 주안점을 둔 펜이 명품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 등을, 몽블랑의 IP포트폴리오를 통해 확인한다.
“붓은 곧 나라를 다스리는 칼이다.”
조선시대 유학 경구다. 봉황의 깃을 한 올 한 올 긷던, 그 옛날 붓쟁이 장인의 마음과 정성이, 이젠 각국 펜 제조사의 디자인 특허로 구현되는 시대다.

[유경동 IP전략연구소장(kdong@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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