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포집, 선택적 촉매 반응 등 맞춤형 소재 설계 기술 응용 기대
[보안뉴스 한세희 기자] 양자 컴퓨터로 신소재 설계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지한 교수 연구팀이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수백만 가지 다성분 다공성 물질(MTV)의 설계 공간을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MTV 다공성 물질은 레고 블록 집합’과 같이 분자 수준에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한 소재로, 원하는 구조를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 에너지 저장·변환을 비롯해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 환경 문제 해결과 차세대 에너지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MTV는 두 종류 이상의 유기 리간드(링커)와 금속 클러스터와 같은 구성 요소가 되는 물질 간 결합을 통해 형성되는 구조로 에너지 및 환경 분야에서 큰 활용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양한 구성을 조합해 새로운 구조의 설계 및 합성이 가능하다. 가스 흡착, 혼합가스 분리, 센서, 촉매 등에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구성 성분이 다양해질수록 가능한 조합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고전 컴퓨터로 모든 구조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복잡한 구조의 설계 및 물성 예측이 불가능했다.

▲양자 컴퓨팅을 이용한 다성분 다공성 물질을 설계하는 프레임워크 [자료: KAIST]
연구팀은 복잡한 다공성 구조를 ‘지도 위에 그려진 연결망(그래프)’처럼 표현한 뒤, 각 연결 지점과 블록 종류를 양자컴퓨터가 다룰 수 있는 큐비트로 바꿔 넣었다. 이어 ‘어떤 블록을 어느 비율로 배치하면 가장 안정적 구조가 될까?’라는 문제를 양자컴퓨터에게 풀도록 했다.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경우를 겹쳐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수백만 가지 레고 집을 한 번에 펼쳐 놓고, 그중 가장 튼튼한 집을 빠르게 골라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이에 따라 기존 컴퓨터가 하나씩 계산해야 했던 막대한 경우의 수를 훨씬 적은 자원으로 탐색할 수 있다.
또 연구팀은 실제 보고된 MTV 구조 4가지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시뮬레이션 뿐만 아니라 IBM 양자컴퓨터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와 이 프레임워크가 ‘실제로도 잘 작동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 이 방법을 머신러닝과 결합해 단순한 구조 설계뿐 아니라 합성 가능성, 가스 흡착 성능, 전기화학적 특성까지 한 번에 고려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김지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다성분 다공성 소재 설계의 병목을 양자컴퓨팅으로 해결한 첫 사례”라며 “탄소 포집·분리, 선택적 촉매 반응, 이온전도성 전해질 등 정밀 조성이 핵심인 분야에서 맞춤형 소재 설계 기술로 폭넓게 응용될 전망이며, 향후 더 복잡한 시스템에도 유연하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한 교수, 강신영-김영훈 박사 과정생(왼쪽부터) [자료: KAIST]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이종소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생명화학공학과 강신영·김영훈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미국 화학회지’(ACS Central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 논문명: Quantum Computing Based Design of Multivariate Porous Materials
※ DOI https://doi.org/10.1021/acscentsci.5c00918
[한세희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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