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이첩, 지재위원장 대통령, 지재비서관 신설 등 선결돼야
[IP NEWS=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가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격상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변리사회와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등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지식재산처 설립은 무역 및 관세전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국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존 특허청이 지식재산처로 격상되는 조직적인 개편만으로, 우리나라가 지식재산 강국이 되는 건 아니다.

▲박병욱 IP코드 대표
첫째, 지식재산처 업무에 저작권과 컨텐츠도 포함해야 한다. 지식재산(IP)은 특허나 상표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포함한다. 명색이 지식재산처라면 당연히 저작권을 포함하는 것이 그 위상에 맞다.
현재 저작권 관련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다. 예전에도 문체부 저작권 업무를 특허청으로 이관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흐지부지됐다.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정리를 하지 않으면, 문체부에서 자신의 영역을 포기할 리 없다.
부처간 업무 조율은 결단이 필요하다. 저작권 문제는 특허 등 산업재산권과 뗄 수 없다. 예컨대,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면 제품에 구현된 기술뿐 아니라 제품의 명칭은 상표로, 제품의 디자인은 디자인권과 저작권 등으로 중복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디자인권은 출원 후 20년간 보호되나, 저작권은 저작자의 사후 70년(기업의 업무상 저작물은 공표 후 70년)동안 인정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호기간이 더 긴 저작권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디즈니는 지난해 자사 미키마우스 저작권이 만료되기까지 테마파크와 인형, 장난감, 굳즈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 왔다. 그러면 미키마우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아직 미키마우스에 관한 상표권은 살아있기 때문에 디즈니 허락 없이 이를 상용할 순 없다.
이처럼 특허나 상표, 디자인, 저작권 등은 모두 서로 다른 별개의 권리지만, 하나의 제품, 하나의 서비스, 하나의 컨텐츠에 중복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신설 지식재산처에서 저작권까지 모두 아우르는 총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다. 무엇보다 정부의 국정과제로 K-컨텐츠에 대한 지원과 육성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지식재산처에서 총괄 정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것이 맞다.
둘째, 대통령이 위원장인 힘있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로 강화해야 한다. 지식재산처가 만들어진다고 국가의 지식재산정책을 총괄하기는 힘들다. 지식재산처 정책과 사업은 다른 부처 영역과 연관되거나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 지식재산처라는 하나의 부처에서 모든 것을 관장할 순 없다.
따라서 국가지재위를 강화해 산업계 및 학계 등 민간과 관이 함께 정책을 실질 조율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위원장이 돼야 한다. 일본은 총리가 지재위원장을 맡고 있다.
더불어, 국가지재위 구성도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지식재산업계 이해 당사자는 누구인가? △지식재산 소유자인 기업과 개인 △실제 발명 등을 하는 종업원 △이론적 뒷받침이 되는 학계 △변리사·변호사 등 대리인 △지식재산 서비스 업계 등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국가지재위는 실제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변하는 것에는 크게 미흡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발명자인 종업원, 서비스업계, 학계 등이 균형있게 포진돼야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과 조정이 가능하다.
셋째, 대통령실에 ‘지식재산 비서관’을 설치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가지재위 수장이 된다 해도 대통령이 지식재산에 대한 현안들을 다 챙기기는 어렵다. 현재 대통령실에는 지식재산 관련 비서관 조직이 없다. 앞으로는 기술전쟁, 특허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 예컨대, 미국이 관세나 방위비 압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지식재산에 대한 간섭과 강요가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중국을 향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제하는 협박을 수시로 한 것이 미국였다. 이러한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우리 기업들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 제도의 정비와 효율적인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정책을 뒷받침할 지식재산 비서관은 꼭 필요하다.
새 정부는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에 따른 여러가지 정책과 지원책이 이어지고 있고, 소버린 AI 개발이나 관련 스타트업 육성 등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에서 AI 분야의 기술혁신을 지원하고 혁신의 성과를 지식재산권화하도록 촉진중이다. 또 AI 공공 특허풀을 구축, 활용 및 확산을 촉진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같은 해 차세대 인공지능산업 발전 촉진 3개년 행동계획에서는 AI 지식재산 서비스 플랫폼 구축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대규모 재정사업은 물론, 벤처캐피탈 펀드 등을 통해 막대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현재는 미국의 아성을 넘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는 미국보다도, 중국보다도 많이 늦었다. 하지만 AI 3대 강국으로 가는 길에 우리 기업들의 창의적 도전과, 이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지식재산만 잘 활용한다면, 그 길이 바로 지름길이 될 것이다.
[글_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 (bwparki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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