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칼럼] K-디스커버리 도입 선결 조건

2025-07-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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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지식재산 강국위해, K-디스커버리 도입 절실
도입 따른 문제점 사전 종식, 구성원 공감대 형성 등이 먼저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최근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2025년도 제5차 IP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혁신기업이 특허기술에 대한 정당한 권리 보호를 통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특허 침해소송에서 한국형 증거조사제도, 즉 K-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 문제가 이 자리에서 제기됐다.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

디스커버리 제도는 특허침해 소송 시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의 증거를 강제로 제출케 해,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밝혀내는 핵심 절차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제도 도입을 통해 기업간 분쟁에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 공정한 게임의 룰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해 왔다.

반면 우리는 아직까지 충분한 증거 개시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지식재산 침해나 기술탈취, 불공정 거래 행위 등에 대해 피해자가 그 침해 증거를 입증하지 못해 패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보력의 격차는 구조적인 불공정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특허청은 K-디스커버리 도입을 위한 특허법 개정안을 도출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특허침해 현장에서 특허침해 증거수집 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침해현장에 출입해 필요한 증거조사를 실시하고, 법정 외에서 소송상 필요한 사실 등에 대한 당사자간 진술을 녹취하고, 침해 증명·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훼손 방지를 위해 자료보전명령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특허청의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K-디스커버리는 소송의 실체관계를 밝히는데 유효하다. 다수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에 상대방이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침해가 확실하다고 해도 증거의 불충분으로 인해 특허권자가 패소하는 일이 벌어진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권리자 당사자가 침해자의 수중에 있는 증거를 수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실체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진정한 혁신의 주체인 특허권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K-디스커버리 도입에 반대다. △해외기업들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는 불리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상대방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경우가 생겨 기업들의 비즈니스 저해 △소송비용이 증가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부담 가중 △일본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으나 엄격한 요건으로 인해 실효성 상실 등이 그 이유다.

따라서 정부는 마냥 당위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산업계의 우려와 반대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해외기업에만 유리한 제도이고 국내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글로벌화된 환경에서 특허권자의 특허침해 소송은 유리한 결과를 낼 수 있는 나라에서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승소의 가능성이 있고, 침해금지나 손해배상 등의 침해자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가능한 나라 말이다.

K-디스커버리의 도입은 해외기업이 한국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송을 더 많이 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특허를 많이 출원하고 등록하는 주요 5개 국가(IP5)에 해당하는 나라다. 비즈니스 경쟁은 글로벌하게 하면서 특허 등의 지식재산에서는 자신감 없이 우물 안 개구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물론 제도의 도입 초기에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나, 어느 정도 정착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지식재산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두번째 문제로, 영업비밀이 노출될 우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영업비밀은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아야 하는 비밀성을 생명으로 한다. 따라서 법원의 절차에서 중요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가 상대방에게 넘겨진다면 해당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K-디스커버리의 도입에는 이를 보완하는 엄정한 제도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미국에서는 변호사만 볼 수 있도록 법원이 제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위반이 있으면 변호사의 자격을 정지시키거나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변호사는 공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엄격한 윤리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K-디스커버리의 도입시 영업비밀을 노출할 위험을 걱정하는 것은 우리나라 변호사들에게 엄격한 비밀유지를 위한 의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주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스커버리 도입을 위해서는 비밀유지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자격을 5년동안 정지시킨다든지, 미국처럼 수 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같이 도입되어야 한다. 더불어 변호사들에 대한 윤리교육도 더 강화하여야 한다.

셋째, 소송비용의 문제다. 돈 없어서 소송 대응을 포기하는 기업이 있으면 안된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피소된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소송 구조를 확대해 실질적으로 소송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하고, 소송에 대한 보험제도를 실효성 있게 설계하여 마련해주자. 저리로 대출 등을 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같은 뒷받침 없이 디스커버리를 도입하는 것은 돈 많은 기업들이 돈 없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무차별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막기 힘들다.

더불어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전문성 있는 지식재산 인력 또는 은퇴 경력자를 채용하는 경우, 인건비를 보조해주는 제도를 통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자체 역량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선험국 일본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가 이뤄져야 한다. 일본은 증거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광범위하고, 위반시의 제재가 미흡했다. 이러한 문제를 정확히 분석·보완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

K-디스커버리 도입 장단점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책과 법개정은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공정회나 유관단체의 의견을 묻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에 이해관계가 많은 기업들의 의견을 더욱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기간을 충분히 둬야 한다.

중국 특허법은 지난 2021년 6월 4차 개정된 바 있다. 개정 작업이 시작된 건 2011년였다. 무려 10년간의 준비와 의견수렴 기간을 거치면서 다듬어진 것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번 개정으로 큰 영향력이 있을 K-디스커버리의 도입도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친특허정책(pro-patent) 시대에 권리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혁신자를 보호하기 위해 K-디스커버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선결 조건을 해결해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게 될 것이다.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 (bwparkip@gmail.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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