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안] <트랜스포머 1>과 요즘 스릴러물들이 간편함에 갇혀 잃어버린 재미들

2025-01-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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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후속작들의 연이은 실패로 이제 전설처럼 남아있는 과거 어벤저스 시리즈 중 2018년작 <인피니티 워>가 떠오르는 것은, 그놈의 나노슈트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그 나노슈트라는 것이 <인피니티 워>에서 처음 등장한 것인지 아닌지 기억이 확실치는 않은데, 아무튼 그 영화에서 나오는 나노슈트라는 것은 ‘그놈의’라는 수식어가 붙기에 충분하다.


▲전설 시작 직전 [이미지 = 네이버영화]

외계인 두 명이 갑자기 나타나 선전포고를 하는 장면이었다. “너네들의 그 의미 없고 쓸데 없는 목숨은 곧 전부 사라질 처지다”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헐크가 분노를 발동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 강력한 외계 생명체들이 점점 위협적으로 어벤저스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헐크야, 어서! 하지만 헐크는 잘 되지 않는다며 포기하고, 하는 수없이 아이언맨이 나선다. 긴박한 순간에 대타가 등장한 건데, 그 때 그 아이언맨이 무장을 하기 위해 선보인 게 바로 나노슈트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아이언맨이 그렇게 등장하지 않았다. 각 부품들이 날아와 아이언맨의 몸 위에서 철컥철컥 결합을 한다든지, 아이언맨이 미리 공학적으로 만든 기계 수트 안으로 들어간다든지 하는, 뭔가 더 지금의 우리와 가까운 기술력이 동원됐다. 부품 하나하나 척척 맞아 떨어지고, 어딘가 톱니바퀴가 이를 맞춰 돌아가는 소리도 나고, 쇠와 쇠가 맞부딪히는 긴장감들도 있고 그랬다. 하지만 버튼 한 번으로 갑작스럽고 조용하도록 순식간에 완성되는 나노슈트에는 그런 맛이 없었다. 도리어 그 장면의 안티클라이막스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맥이 빠졌다.

메커니컬한 맛을 오금 저리도록 잘 살린 영화에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들도 있다. <트랜스포머 1>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반응은 그야 말로 센세이셔널 했었다. 전 세계가 열광했다. 지금 이 시리즈의 위상을 생각하면 정말 그랬나 싶을 정도일 것이다. 그 때 트랜스포머들은 아주 정교한 변신 과정을 거쳐 인간형에서 자동차형으로, 다시 자동차형에서 인간형으로 둔갑했었다. 그 때마다 나는 차르륵 찰칵 칙착 따르르르 하는 온갖 기계음들이 음악 같았다.

하지만 시리즈가 지나면서 그런 장면들과 그런 음악들은 줄어들었다. 갑자기 장면이 훅 바뀌면 어느 새 트랜스포머들은 자동차가 되어 있기도 했고, 장면 전환과 함께 갑자기 인간형이 되어 있기도 했다. 솔직히 누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독창적인 이야기와 깊이 있는 철학을 탐구하려고 보겠는가? 우리는 그저 그 즐거운 기계 소음을 듣고, 메커니컬한 장면에 찌릿하고 싶을 뿐이었다. 근데 그걸 줄이기만 하니, 시리즈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모든 관객들이 아이언맨과 트랜스포머를 보며 그 기계실 같은 장면들에서 재미를 느끼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랬다. 기계를 좋아하든 말든, 어렸을 때 로봇 장난감을 조립해 본 경험이 많든 적든, 남자들은 그 멋진 기계들과, 그 기계를 표현한 혁신적인 CG에 재미의 90%를 느꼈다. 그런데 CG 제작이 귀찮았던 건지, 비용이 줄어들었던 건지, 아무튼 두 영화의 제작자들은 더 고차원적인 기술이 등장했다는 맥락 하나 가져가면서 그런 아찔하도록 매력적인 장면들을 잘라냈다. 그러면서 그 영화들은 평범한 히어로물 중 하나가 됐다.

이런 흐름이 요즘 스릴러물과 탐정물에도 나타나고 있어 불만이 크다. 사건을 추적하는 주인공이 난관에 부딪히고, 이제 어디서부터 뭘 조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마다 나타나는 구원의 손길이 있으니 바로 ‘해킹’이다. 이런 식이다.
“차량 조회 해봤어?”
“응. 그런데 렌트카야. 거기서부터는 뒷조사가 힘들어.”
“그래? 그럼 해킹하자.”
그러면 바로 다음 장면에는 정답이 나온다.

또 이런 식도 있다.
“저 시설은 경비가 너무 삼엄해서 뚫을 수가 없어.”
“CCTV도 많은가?”
“각종 레이저 방범 장치들도 빽빽해.”
“그래? 그럼 해킹하자.”
그러면 바로 다음 장면에서 주인공은 그 시설로 무혈입성한다.

스토리 작가들이 일하기 싫을 때, 혹은 자기들이 이야기를 마구 전개시켜놓고 수습하기 어려울 때, 해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듯하다. 이런 게 너무 많아서 영화 보기가 싫어질 정도다. 좀 더 아슬아슬한 잠입을 한다거나, 뒤통수 후려 맞는 느낌의 창의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사례는 이제 찾기 힘들다. 헐리우드 근처도 못가봤지만, 누군가 작가들 모아놓고 해킹이라는 만병통치약을 대량 팔고 있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위협인 해커들이라는 존재를, 오히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법의 단어처럼 소모하고 있는 꼴이 참 가관이다.

하긴 이게 어디 엔터테인먼트만의 문제일까. 국가를 막론하고 정치인들도 이런 수법을 즐겨 사용한다. 조금만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면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나오고, 모호한 본심을 숨기고 싶을 때는 ‘해킹 위협’이 동원된다. 모두가 가짜뉴스라고 외치니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고 걸러내는 그 지난하고 끈질긴 수고는 없어지고 정치적 수사와 쉬운 손가락질만 남는다. ‘해킹’도 마찬가지다. 다만 정계에서는 ‘해킹에 의한 국가 안보 문제’로까지 이어가고 있으니 사람들이 더 놀라게 된다. 윗분들이 말씀하실 때는 왜 가짜이며, 왜 해킹인지, 근거가 등장하는 사례가 한 번도 없다.

공교롭게도 가짜뉴스와 해킹 모두 보안 업계의 용어들이다. 한 건의 가짜를 찾아 규정하기 위해, 한 건의 해킹 공격을 추적해 전말을 밝히기 위해 온갖 기술과 돈과 지식을 긴 시간 투자하고도 결론을 쉽게 내지 못해 ‘낮게 확신한다’거나 ‘중간 정도로 확신한다’는 식의 수사를 써서 범인을 지목하는 보안 업계에서도 함부로 내뱉지 못하는 것들을 비전문가들이 이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걸 보자니 입맛이 매우 쓰다. 우리 쪽 말 가져다 쓰는 걸 말릴 수 없겠지만, 그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엄중함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라는 게 너무 한 것일까. ‘가짜’고 ‘해킹’이고, 그거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일이 너무 많은데, 도무지 누구한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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