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관통하는 보안 소식] 2025년 1월 1주차, “새해”

2025-01-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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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흥분이 난무하는 독일...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시리아
경제적 어려움을 살짝 인정하지만 앞으로 잘 될 거라는 시진핑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5년 1월 1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새해’이다. 새해 축제가 세계 곳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 축제의 분위기는 나라마다 달랐고, 그에 대한 결과도 제각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독특함을 자랑하는 나라들의 상황을 이번 주 돌아보기로 한다.

1. 독일의 과도한 축제 분위기
새해 전야제를 즐기는 독일인들 중 다섯 명이 사망했다. 불꽃놀이 때문이다. 원래부터 독일에서는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불꽃놀이를 성대하게 진행한다. 어떤 한 단체에서 중심을 잡고 거대한 축제를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불꽃놀이를 준비해 이곳 저곳에서 터트리며 직접 참여하는 식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게 보통이다. 심지어 직접 불꽃놀이를 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정도로 새해 맞이 불꽃놀이가 보편화 되어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하지만 아무리 조심한다 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불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 반드시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불꽃놀이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성품 중에 불량품이 섞일 확률도 높아지지만, 진짜 문제는 자가 제작한 ‘불법 불꽃놀이’이다. 불꽃놀이 제작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섣불리 제작에 손을 대다가 폭탄에 준하는 강력한 폭발물이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년 동안 독일에서는 새해 불꽃놀이 때문에 크고 작은 사건이 터져 왔었고, 경찰과 소방당국에서는 긴장한 채로 새해를 맞이하는 일이 반복됐다.

올해에도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꽃놀이를 금지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민들은 여느 새해처럼 신나게 불꽃놀이를 즐겼다. 좀 과도하게 즐기는 바람에 신이 났다. 과하게 신이 났다.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현장 곳곳에 투입된 경찰 병력과 안전 요원들을 ‘겨냥해’ 불꽃놀이를 발사했다. 이런 사건이 베를린에서만 15건 정도 신고됐다. 당연히 요원들은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 했고, 축제에 나왔다가 경찰이 무력을 행사하는 걸 본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여기에 저항하면서 폭동이 발생했다. 새해가 밝아오는 가운데 베를린에서는 400명이 넘게 체포됐다. 아수라장이었다.

게다가 자가 불꽃놀이가 멋대로 터지면서, 혹은 불꽃놀이가 군중들 가운데서 뜻하지 않게 불꽃을 내면서, 여기 저기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것만 불꽃놀이로 인한 사망자가 5명이고, 부상자의 수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2. 푸에르토리코의 새해 정전
푸에르토리코 국민들은 새해를 어둡게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한데, 적게 잡으면 전국민의 90%, 많게 잡으면 98%가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현지 시각으로 화~수요일에 대대적으로 정전이 있었고, 수요일 오후 늦게부터 조금씩 복구되기 시작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가장 큰 전력 공급사인 루마(LUMA)는 수요일 늦은 오후에 “고객들 중 98%가 다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발표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번 정전 사태는 말 그대로 ‘전국적’ 규모였다. 일반 가정집들의 불들이 다 소등된 것은 물론, 병원, 발전소, 하수 시설, 수도 시설 등 사회 인프라들도 죄다 멈춰섰다. 루마는 먼저 이런 사회 인프라들을 복구시키면서 되는 대로 가정집들도 빠르게 전력망에 연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이번 정전의 근본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고, 따라서 이후에도 간헐적, 지엽적 정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푸에르토리코는 잦은 정전으로 악명이 높은 국가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전체적으로 하락시킬 정도로 정전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반정부 시위까지 대대적으로 일어난 적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번 새해처럼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이 일어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불만이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더 두터운 불만이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와 에너지 당국은 최대한 빠른 복구와 원인 파악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려 할 것이다.

푸에르토리코는 2017년 마리아(Maria)라는 허리케인에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전국이 휩쓸려 멀쩡한 건물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시피 했다. 마리아는 푸에르토리코에서 90년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인 것으로 기록됐다. 당시 얼마나 마리아가 강력했는지 땅 속에 묻힌 전선들까지도 심하게 훼손됐을 정도였고, 이 때부터 푸에르토리코의 전력 공급 시스템은 걸핏하면 망가지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에너지 당국과 루마 측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매설된 전선들이 문제의 근원일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고 볼 수 있다.

3. 오랜만에 찾아온 시리아의 축제
시리아가 역사적인 새해를 맞이했다. 아사드 정권이 없는 새해를 50년 만에 처음 누려보는 것이었다. 거리마다 인파들로 넘쳐났고, 이들은 혁명군(반군)을 상징하는 노래들을 광광 울려대며 2025년이 다가오는 것을 온 감각으로 느꼈다.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남아서 반군 세력과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리아의 절대 다수는 아사드의 축출을 기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사드 지지자들의 저항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새 정권은 그런 자들이 없는 듯 국정 운영에 서두르고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사람들이 특별히 많이 몰린 곳은 수도 다마스커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독수리산(Mount Qasioun)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마스커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꽃 축제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축제에 참가한 아이들은 “시리아여 영원하라! 아사드는 물러났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청년들은 “이런 기적이 살아생전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감격했다고 한다.

독일의 축제가 과도한 흥분과 무절제로 넘쳐났다면 시리아의 축제는 희망과 기대로 가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적 해방감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사드 체제 하에서 시리아의 경제는 빠르게 몰락했다. 수많은 국민들이 정권에 의해 사라지거나 사망했고(이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졌다), 이러한 독재 체제를 벌 주기 위해 국제 사회가 경제 제재까지 하면서 시리아 국민들은 계속해서 가난해졌다. 한 시민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년 10년씩 늙었는데 올해는 다르다”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새 정부가 혁신적으로 일을 잘해 빠른 시일 안에 시리아를 부활시킬 것인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이들의 행보는 아사드 정권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열려 있긴 하다. 극단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적극 어필하고 있기도 하고, 여성들을 정부 요직에 적극 채용하는 중이기도 하다. 서방 세계들과도 최대한 소통하려 하고 있고, 이미 중동의 국가들은 이런 시리아를 두팔 벌려 환영하는 중이다. 2025년초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단연 시리아다.

4. 중국의 억지스러운 자신감
중국 시진핑 주석이 신년사를 통해 경제 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미 중국은 5% 성장이라는 목표에 맞출 만한 흐름을 회복했으며, 이렇게만 유지하면 2025년 말에 목표로 하고 있는 5% 성장에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발표했다. 물론 현재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맞고, 다가오는 변수들이 작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중국인들은 언제나 어려움 속에서 빛을 발했고, 극복의 과정을 통해 성장해왔으니, 이번에도 그 저력이 나타날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국민들의 마음을 달랬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시진핑은 중국 내에서 ‘황제’에 비유될 정도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자다. 그것도 공산주의 사회에서 정점을 찍고 있는 인물이라 그 누구도 견제할 수 없고, 실제로 시진핑에 대한 비판 여론은 중국에서 싹도 틔우지 못한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표출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된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도무지 회복될 줄 모르는 경제 사정 때문에 중국 국민들이 시진핑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거리에서 소규모로 시위도 이따금씩 생겨날 정도였다. 중국에서 시위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시진핑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국민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신년사는 시진핑이 정말로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거나, 진심은 그렇지 않은데 국민들의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해석되고 있다. 전자도 꽤나 유력한 건, 얼마전 시진핑이 경제 고문들과의 회의에서 “디플레이션이 뭐가 나쁜가?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모두가 좋은 것 아닌가?”라는 대단히 기초적인 질문을 던져 큰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허리 띠를 졸라매고 국가를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며 전진한다’는 경제 관념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은 건, 시진핑 스스로도 조만간 트럼프의 미국과 마주해야 할 운명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 견제에 매우 적극적인 전임 대통령이었고, 그의 그러한 태도는 지금도 크게 변치 않고 있다. 이미 중국 물건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지켜낸다면, 중국은 무역에 있어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이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지금 그 누구보다 ‘트럼프 리스크’를 크게 안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시진핑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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