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관통하는 보안 소식] 2024년 10월 5주차, ‘Versus’

2024-11-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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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하는 인류 vs. 실력 보여주는 지구...이스라엘은 점점 세계와 등돌리고
갑자기 한국과 가까워진 러우 전쟁...미국의 끝없는 러시아와 중국 견제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10월 5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Versus’이다. 대결 구도가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구 전체와 싸움을 하고 있고, 미국은 러시아와도 싸우고 중국과도 견제를 주고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점점 세계 전체와 척을 지고 있으며, 러우 전쟁이 갑자기 한반도 가까이로 다가오게 됐다. 살기등등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한 주였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1. 인류 vs. 지구
지난 주 UN에서 기수 변화와 관련된 보고서가 나왔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기후 협약이라는 것을 선언하고, 기업들도 친환경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는 ‘환경 보호의 시대’에 접어든 지도 꽤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실제 나타나는 효과는 전무하다는 내용이다. 전무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온실 가스가 대기에 축적되어 있는 양이 인류 역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고 한다. 결국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환경을 보호한다 말만 해놓고는 아무도 실천하지 않은 것과 다름이 없다는 뜻이다.

보고서도 정확히 이걸 지적하면서 “이 추세대로 흘러가면 이번 세기 말에 지구의 평균 온도는 목표치인 섭씨 1도 올라가는 게 아니라, 3도 올라갈 것”이라고 UN은 경고했다. 1도가 채 올라가지 않은 지금도 더 커진 태풍이 더 많아지고, 사람이 끌 수 없는 산불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빙하가 녹아내려 지구의 수자원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 3도가 올라가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재앙’이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현재까지는 없다.

그런 상황을 보여주듯 스페인은 현재 대형 홍수 사태로 난리를 겪고 있다. 이번 주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센 비가 여러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하루 만에 내렸다고 하는데, 또 다음 날 보도된 것을 보면 1년치 비가 하루 만에 내린 지역도 있다고 한다. 이미 집계된 사망자의 수가 100명에 가깝다. 차와 건물과 교량, 도로의 피해가 막심하여 복구 작업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현장에서는 탄식하고 있다.

대만도 이번 주 큰 재앙을 맞닥트릴 전망이다. 현지 기준으로 목요일 콩레이라는 이름의 태풍이 대만에 상륙할 것이기 때문이다. 콩레이는 4등급에 해당하는 거대 폭풍으로, 대만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대만만 아니라 전 세계가 앞으로 ‘역사상 최악의 재앙’을 매년 갱신할 전망이 유력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류가 실천으로 나아갈 것인가, 지구가 말만 앞세운 인류를 벌할 것인가.

2. 북한 vs. NATO
3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러우 전쟁에 갑자기 한반도가 끼어들게 됐다.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지상병력을 전쟁터로 보냈기 때문이다. 지상군을 어떤 전쟁터로 보낸다는 건, 그 전쟁을 나의 전쟁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때문에 북한이 병력을 러시아로 보냈다는 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배후에 있는 서방 국가들 전체와 직접 싸우겠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서방 국가들 입장에서도 북한 지상군 투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북한이 이 전쟁에 직접 개입했다는 걸 받아들인다’는 뜻이 되며, ‘우리도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의 순서로 일을 진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전쟁’으로 말을 걸었으니, 후속 조치 역시 전쟁이 되어야 한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의 존재를 언급한 건 약 2주 전의 일이다. 지난 주는 NATO를 비롯해 여러 서방 국가들이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첩보를 수집했으며, 이를 외교적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고심했다. 그러는 와중에 러시아는 북한군은 없으며, 우크라이나가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주가 되면서 미국과 NATO는 북한군이 러우 국경선 지역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곧 북한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가장 높은 수위의 전쟁 도발로 공식 인정한다는 뜻이 된다. 다만 아직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를 더 확인하려 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로 지상군을 보내는 대신 무엇을 러시아로부터 얻어갔냐는 것이다. 러시아가 무엇을 북한에게 제공했는지에 따라 후속 조치가 보다 분명하게 정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미사일 관련 기술(로켓 발사를 위한)이 러시아로부터 넘어갔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앞으로 더 강력한 미사일을 만들어 도발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군이 전쟁터에서 보이면 우크라이나 군이 반격해도 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영토 안으로 진입한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쿠르스크 지역에서만 보이는데, 이 쿠르스크 지역은 올 여름 우크라이나 군이 침공한 러시아 영역이다. 지난 3년 러우 전쟁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땅에서만 이뤄졌는데, 이번에 쿠르스크를 침투해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에서도 전쟁이 벌어지게 됐다. 러시아 군은 대다수 자원을 우크라이나로 보낸 상황이라 아직까지 쿠르스크를 다 사수하지 못하고 있는데 북한군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이스라엘 vs. UN
이스라엘이 UN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마스와의 전쟁을 진행하는 내내 UN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UN 총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등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운 이스라엘이다. 이번 주에 이스라엘은 UN의 팔레스타인 구호 기구인 UNRWA를 금지시킨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UNRWA가 아무리 국제 기구라 하더라도 이스라엘의 국내법까지 위반하면서 이스라엘의 영토 내에서는 활동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는 곧 UNRWA의 무력화를 의미한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스라엘이 UNRWA를 견제한 건, 지난 해 10월 7일 벌어진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과 살륙 사건 당시 UNRWA의 직원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UNRWA 내부에 하마스 조직원이 있다는 것으로, UN도 자체적으로 이를 조사하여 일부 직원들을 내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 UNRWA가 당시의 살륙 사건에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이 UN 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UNRWA는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생필품을 제공하는, 유일하다시피 한 통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전쟁 전에도 지속적으로 UNRWA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아 왔었다. UNRWA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학교에도 여러 교재나 학습 자료들을 지원하는데, 이스라엘은 이런 것들에 ‘반이스라엘 정서’가 배어 있다고 주장해 왔었다. 심지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을 완전히 말살하려는 주장이 교실 안에서 가르쳐지고 있다는 고발도 나왔었다. 당연히 UNRWA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움직이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반발이 심하게 일어났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G7에 속한 국가들은 물론 아일랜드,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스페인이 나서서 이스라엘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G7은 물론 이들 나라들 대부분 원래는 이스라엘의 동맹국이거나 호의적인 국가였다는 게 중요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진행되면서 이스라엘은 동맹국들로부터의 인심을 크게 잃었고, 그것이 이번에 확실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점점 이 구도는 ‘이스라엘 vs. 세계’로 확대되는 중이다.

4. 구 소련 vs. EU
구 소련의 영향력은 아직도 구 소련 국가들 사이에서 막강하다. 러시아의 푸틴 스스로부터 소련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니, 러시아는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손아귀를 좀처럼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서방 국가와 붙으려 했던 우크라이나가 못마땅했던 것이고, 그래서 지금 본때를 보여주려고 3년이나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반대편에는 서방 세계와 완전히 척을 지고 러시아의 위성 국가로서 생존하고 있는 벨라루스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길고긴 전쟁을 하고서라도 러시아로부터 돌아서겠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아니면 살 수가 없다는 벨라루스 중간에는 몰도바와 조지아가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 두 나라는 계속해서 러시아와 유럽연합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친러가 됐다가 친유럽연합이 됐다가를 역사 내내 반복하는 중이다. 그 중 몰도바는 지난 주 대선을 통해 친유럽연합 성향의 후보가 1위에 올랐다. 다만 선거 1차전이었고, 친러 성향 후보와 2차전을 치러야 해서 아직 대통령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 변수가 없다면 친유럽연합 성향의 후보자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득표율이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몰도바는 뚜렷하게 유럽연합 쪽으로나 러시아 쪽으로 기울지 못해 이도 저도 아닌 정권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말 동안 열린 조지아 총선에서는 친러 성향의 다수당이 과반 이상의 표를 획득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친유럽연합 성향의 소수당은 이 선거에 러시아와 친러 세력이 부정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나라 전체가 다시 한 번 친유럽연합과 친러 세력으로 갈리어 거리에서 충돌하고 있다. 과격한 폭력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고 있지만, 나라 안의 뿌리 깊은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데에서 아직 조지아의 갈 길이 먼 것이 확인됐다.

여기에 미국과 서방 국가들도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선거에 의아한 점들이 있는 게 분명하며, 따라서 공정성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조지아 사법부가 이번 선거와 관련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로서 매우 불쾌한 움직임일 것이 분명하다. 아직 러시아가 공식 대응하고 있지는 않지만, 서방 국가들을 향해 한 마디 할 것으로 예상된다.

5. 미국 vs. 중국, 러시아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끝없이 견제하고 있다. 이번 주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고등 기술을 제공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시킬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고도의 칩셋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도 안 되고, 그런 기술들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기술도 제공해서는 안 되며, 그런 기술들이 중국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돈을 투자하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 원래부터 계획되어 왔었던 것이고, 예고되어 왔었으나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 더 수렴한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도입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이번 주 최종 버전의 정책일 발표된 것이다. 내년 1월부터 당장 시행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하지만 이런 정책이 중국에 실제 큰 타격을 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중국 내수 시장과 내부 투자자들이 대다수 인공지능이나 양자컴퓨터, 칩셋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자본금이 이런 기술들의 발전에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단히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중국 측에서는 이것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지는 않다. 시진핑 주석은 수개월 전부터 중국의 자체 기술력을 강조해 오긴 했었다.

또한 미국은 러시아의 전쟁 유지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가 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타국의 기업이나 개인 400곳/개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 인도, 이란 등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단체와 개인들이다. 미국의 대러 제재가 처음에는 러시아 조직과 러시아인들에 집중되어 있었다가 점점 제3국으로도 확대되어 가는 중이다.

미국만이 아니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경제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다. 돈이 떨어지면 러시아가 전쟁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전쟁 초기, 석유 제재가 발동되면서 잠깐 휘청인 때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굳건하다. 경제력을 겨냥한 제재 전략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이 러우 전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거의 유일하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의 돈줄을 막는 것 외에 더한 대응을 하게 되면 러시아와 직접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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